‘생명조류(Lifetide)’등 생명과학에 대한 저서를 많이 쓰고 있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라이얼 왓슨이 겪었다는 한 경험은 납량특집 드라큘라 영화보다 더 섬찟하다.
그는 유체이탈을 하면서 그 내용을 주변 사람에게 중계할 수도 있다는 한 특이한 여성과 그리스를 여행 중이었다. 어느 시골을 지나다가 그녀가 갑자기 저기 작은 교회가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 보아도 교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교회의 흰 벽이며 붉은 지붕, 종도 없는 종탑, 그 교회 곁에 있는 2층집 등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집은 1층이 축사 같아 보이고 2층은 주거로 쓰는 것 같은데 2층으로는 폭넓은 나무계단이 집밖에 설치되어 위층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교회와 그 이웃집은 산 중턱에 위치한 그리 넓지 않은 자리에 세워져 있고 그 뒤쪽에는 작은 동굴이 있으며 다시 그 안에는 천연 샘과 암석을 깎아 만든 대좌가 마련되어 있다고 그녀는 상세히 설명했다.
마치 곁에 있는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듯 하나의 정경을 설명해 나가던 그녀가 또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단지 ‘피’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워낙 돌출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었던 그녀인지라 왓슨은 그때 그것으로 무심히 지나가 버렸다. 다음날 그는 그 부근을 혼자 산책하다가 우연히도 어제 그녀가 설명했던 한 교회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보게 되고 호기심으로 그 곳까지 가 보았다.
작은 교회와 그 옆에 선 목사관 같은 곳이었는데 황량하기도 했으려니와 부근엔 인기척도 없었다. 그 전날 그녀가 설명한데로 목사관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있었는데 이를 보면서 기분이 아주 나빠졌지만 그에겐 갑자기 그 나무계단을 올라가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두려움도 없는 것이 아니어서 일종의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옮겨가며 올라갔다. 그렇게 계단의 절반쯤 올라 갔을 때 계단이 무언가 축축한 것으로 흠뻑 젖어 있음을 발견했다.
무심코 손끝을 대보았더니 끈적한 감촉이 느껴지면서 붉은 얼룩이 묻어 나왔다. 손끝의 냄새를 맡아 보니 약간의 금속 냄새가 스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선혈이 분명했다. 그곳에서 등을 보인다는 사실조차 무서웠지만 그는 서둘러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그날 밤 그는 그녀로부터 유체이탈 후 본 광경의 보다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스 정교의 사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피투성이의 어느 여성 시체를 안고 피를 뚝뚝 흘리며 계단을 오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먼 과거에 있었던 일을 두 사람이 목격한 것이었다.
그 사실은 라이얼 왓슨이 몇 년 뒤 그 마을을 지나며 확인한 것으로 옛날 양을 치고 있던 사제의 아내가 샘터 근처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됐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일요일임에도 그녀가 양떼를 방목했기 때문에 저주를 받은 것이라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라이얼 왓슨은 몇 년이 지난 후 그가 당시 정말로 피를 보았다고 단언할 자신은 없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그때 두 사람의 똑같은 체험은 역시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그 당시 사제의 유령을 보았거나 아니면 그녀가 혹시 그 사제의 환생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도 해 보고 있다.
라이얼 왓슨은 자신의 체험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신비한 체험들을 모아 썼다. 어느 마을 사람들이 그 마을의 노인 한사람이 죽는 바로 그 시간에 모두 함께 마을 호수를 걸어서 건너는 그 노인의 환상을 보았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왓슨의 해설을 들어 보자.
“우리들을 놀라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많은 일들이 한결같이 생물학적 무의식이라는 공통의 원인에 기인한다는 주장에 나는 아무런 이의도 없다.
바로 여기서 신앙과 미신과 관습 신화 민화 그리고 갖가지 오류 등이 솟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시대적인 요구와 배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환하면서 우리들 앞에 온갖 형태로 나타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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