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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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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0>

현대 일본 작가가 본 유령

일본 유령 이야기를 찾아 보자.
현대 일본의 대표적 작가인 엔도 슈샤크(遠藤周作)가 일본의 어느 일간지에 ‘유령체험’을 쓴 것이 있다. 그 글의 부분을 옮겨보면 이렇다.
-....지난날 나는 유령 같은 것은 내가 목격하지 않는 한 믿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 연말 아타미(熱海)의 한 여관에서, 그것도 작가 미우라 슈몽(三浦朱門. 일본 초대 문화부장관)과 함께 머물 때 그 유령체험을 했다.

한밤중 잠이 들려 할 즈음 귓가에 ‘나는 여기서 죽었다’‘ 나는 여기서 자살했다’는 등의 말을 누군가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두 번째가 되니 정말 기분이 이상해졌고 세 번째는 놀라고 겁이 나서 옆자리에 자고 있는 미우라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일어나 내 이야기를 들은 미우라는 ‘나는 그를 보았다’고 대답했다. 미우라도 깜빡 깜빡 졸다 문득 눈을 떠 보았는데 기모노를 입은 젊은 남자 한 사람이 그와 나 사이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환영인가 했는데 그도 두 번째 이를 확인하고는 겁을 먹고 있던 중에 내가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그 뒤 우리는 엎드린 채 꼼짝도 못하며 그야말로 이빨이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도망가자.” 내가 먼저 소리치고 우리는 부끄러움도 없이 잠옷 바람으로 그 방을 뛰쳐 나왔다. 이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있어 다른 사람의 체험담이라든가 그런류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 ‘나도 그런 체험을 했다’며 유령이야기를 이제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뒤 정신과의사를 찾아가 물었더니 그는 ‘혹시 그때 두 사람이 너무 피곤했던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유령현상을 극도의 피곤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 설명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존재를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실제 체험이 아니더라도 현대 일본 작가의 작품 가운데는 유령이 출몰하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작품에 많이 등장 하는 편인데 ‘철도원’이란 작품은 영화로도 나와 한국에서도 상당한 관객들을 울렸다.

여기 나오는 유령은 갓난아기 때 죽은 외동딸이다. 그런데 그 딸이 아버지가 죽기 전 며칠동안 어린 소녀, 초등학생, 그리고 고교여학생으로 차례로 성장해 가며 철도원인 아버지 앞에 환영으로 나타나 아버지를 위로해 준다. 그렇다면 일본 유령은 죽어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일본 소설 가운데 블랙 유머적으로 등장하는 유령 하나를 소개하면....

짧은 장편(掌篇)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星 新一) 의 ‘고집 쎈 놈’이란 작품에 나오는 일본 귀신 이야기다. 프런티어 정신에 투철한 우주인 탐색대가 지구에 그들의 목장을 만들기 위해 탐색차 와서 일단 지구에 사는 주요 생물을 잡기로 하고 어두운 밤에 몰래 한갖진 시냇가에 전자망을 쳐 무언가를 하나 잡아 올린다.

“자, 생물 하나를 잡았으니 일단 두들겨 패 보자”며 자동 회초리로 패 보았지만 그 생물(?)은 꿈쩍도 않고 서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우주인들은 이어서 그에게 강력한 산(酸)과 알카리 그리고 각종 독약을 차례로 퍼부어 보았다. 그래도 죽지 않자 다음번에는 불, 얼음냉동, 방사능, 레이저 등등의 순이다.

결국 우주인들은 손을 들고 지구를 자신들의 목장화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마는 것인데 지구에 이처럼 지독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면 그들도 대책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일단 잡은 놈은 연구용으로 쓰기 위해 데려 가는데 그 생물(?)은 그냥 선채 ‘우라메시야, 우라메시야’라며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라메시야’는 원한 많은 일본의 원귀가 중얼거리는 말이기도 하고 유령 자체를 이르기도 하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을 혼내주는 지옥불이나 바늘산 등이 죽은 이들에게 과연 효용이 있을 것인지 그런 의문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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