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티벳 사자(死者)의 서(書) ‘바르도 퇴돌’을 서양에 번역 소개한 종교학자 에반스 웬츠는 자신이 인도에서 들은 어느 유령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놓고 있다.
인도 남서부 말라바르 지방에서 살다가 죽은 한 유럽인이 있는데 그가 죽은 지 몇 년 후 친구 한 사람이 그의 무덤을 찾아갔더니 무덤에는 울타리가 쳐져있고 무덤가에는 빈 위스키병과 맥주병들이 널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연유를 물어 보았는데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죽은 ‘신사 분’의 유령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마을의 무당에게 알아봤더니 그 유령이 위스키와 맥주를 무척 마시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서도 위스키와 맥주를 좋아했고 과음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그들의 종교가 음주를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사분의 무덤에 그가 좋아하던 위스키와 맥주를 정기적으로 부어 주었다고 한다.
이후 유령이 말썽 피우지 않고 잠잠해진 것은 물론이다. 웬츠는 이 이야기를 임종 직후, 죽은 자는 생전에 경험했던 세계와 비슷한 세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인용한다.
영혼과의 교신에 대한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또는 ‘전설의 고향’식이 되면 헬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그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 또한 적지 않다.
미국에서 어느 과학자가 죽기 전 금고열쇠의 비밀번호를 친구 한 사람에게만 알려주기로 했다. 영매가 과연 죽은 자로부터 그 비밀번호를 알아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죽은 후 과연 영매는 죽은 과학자의 영혼을 불러 낼 수 있었는데 불려 온 그 ‘죽은 자’는 열쇠번호를 모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매의 능력을 전부 의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역시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자가 ‘죽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야 확인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웬츠가 든 예처럼 살아서 좋아하던 위스키와 맥주를 받아 마시고 흐뭇해하는 유령이 있기도 하겠지만 죽은 후 영혼의 기억이 정말 멀쩡한 것인지 아니면 기억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며 이를 과학적으로 부존재 확인해 보이겠다고 나선 학자도 있다. 영국의 초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 박사다. 험프리박사는 야생 고릴라 생태학자, 작가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도 유명하며 그의 할아버지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고, 경제학자 케인즈는 그의 아저씨뻘이 되는 쟁쟁한 학자집안 사람이다.
무신론자로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문을 여러 편 쓴 그는 TV에 나와 심령술과 카드점의 허구성을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 그가 1992년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에 유령학으로 알려진 초심리학(Parapsychology) 담당 교수가 되었다.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다른 초심리학자들과는 달리 유령의 부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보수적 대학인 케임브리지가 험프리 교수를 시작으로 처음 유령연구를 시작한 셈인데 그가 ‘유령 인정’이 아니라 ‘유령 부정’쪽이었으므로 케임브리지에서의 연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법으로 유령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인지. ‘정말 어려운 일’을 맡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19세기 프랑스의 종교사가 르낭도 그의 문제작 ‘예수전’에서 기적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기적이 실재한다면 내 책은 오류 덩어리에 불과하다. 기적이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복음서들은 허구가 뒤섞인 역사, 부정확, 오류에 가득 찬 전설로 간주하는게 옳다.’
‘기적이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고지식한 사람들만이 그것을 본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복음서는 아무도 본적이 없는 기적을 이야기 한다. 악마 유령 마법 점성술 등을 믿지 않듯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아직 우리는 생명에 관한한 정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들과 불가사의한 개인적 경험들, 그것을 과학적으로 풀기 위해서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그 자료는 거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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