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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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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3>

죽음의 순간은 이래야 한다는데...

'죽음의 순간에 나만을 염하는 이들은 나에게 오리니, 마지막 순간 마음속에 기리는 것, 그것이 죽는 자의 운명을 결정하나니....’
힌두교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죽는 순간 떠 올리는 세계가 바로 저승의 거처를 정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힌두교에서는 임종시 지니는 염원과 자세가 죽는 사람의 내세를 결정한다고 가르친다. 살아온 삶과는 무관하게 죽는 순간에 다만 한분 신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해탈을 얻을 수 있고 그 신이 관장하는 좋은 세계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어디 신의 이름을 부를만한 여유를 주면서 찾아오는 것인가.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정신적 혼미 속에서 오기도 한다. 따라서 신을 염하는 자세가 일상생활 속에 길들여있지 않다면 죽는 순간 신을 부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인도인들이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신의 이름을 많이 붙이는 것은 죽음의 순간, 아들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저절로 신의 이름을 염하게 되고자 함이라 한다. 누구나 죽는 순간에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생각하게 되어 그의 이름을 부르게 되는 것이니까.

힌두교의 한 경전에는 이 세상에서 사악한 일을 많이 한 어느 사람이 죽는 순간에 나라야나(크리슈나 신의 다른 이름)로 이름 붙여진 아들 생각을 하고 있다가 죽음을 맞았는데 그 덕에 해탈을 얻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기야 어느 종교에도 아무리 극악무도했던 인간이라도 단 한번 깊게 참회하면 죄를 사한다는 비슷한 대목들은 있다. 아무리 악하게 살았다 해도 죽는 순간만 잘 처리 한다면....

그런 말을 듣고 있으려니 다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비록 소설이긴 하나, 일생 착한 일을 한번도 한 적 없이 사악하게 살아온 사람이 죽기 전 신부에게 교묘하게 참회함으로써 ‘성인(聖人)’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14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온다.

타향에서 죽게 된 이 사악한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죄에 거짓말 하나를 더 보탠다고 더 나빠질 것이 무엇 있겠는가 싶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참회를 낮선 수도사 앞에서 시작하는데....

‘음란의 죄를 범한 적 있느냐’고 하자,
그는 부끄러워하며 ‘아직까지 동정’이라 답한다.
‘폭음폭식의 죄는?’
‘매주 사흘을 빵과 물만으로 단식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때 포도주를 생각하며 물을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화를 낸 적은 없는가?’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고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스스로 화냈던 것을 참회한다. ‘
‘남을 속인적은?’
‘옷감을 팔고 받은 돈을, 세어보지 않고 금고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 셈해보니 몇 페니 더 받았으므로 주인을 찾아 돌려주려 애를 썼으나 결국 돌려주지 못했으며 1년 후 하는 수 없이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답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하인들에게 집안일을 시켰다던가, 교회 쪽으로 침을 한번 뱉은 적이 있다던가, 어릴 때 어머니에게 욕을 한번 한 적이 있었다는 등의 눈물 어린 참회를 했다.

그의 참회를 들은 순진한 수도사는 그가 죽자 수도사 집회에서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으로, 최고의 덕을 쌓은 성자라 설명하고 그에 걸맞은 장례식을 치러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 수도사는 그 지방 사람들에게 깊은 신임을 얻고 있었으므로 사악한 주인공은 어처구니없게도 성(聖)아무개로 불리며 성자의 격에 맞는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으며 그 뒤 그의 무덤은 유명한 기도 성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죽는 순간 ‘나라야나’란 아들 이름을 생각함으로써 해탈을 얻었다는 사악했던 인도인은 그렇다 치고, 거짓 참회를 하고도 성인 칭호를 받은 데카메론의 악당 주인공은 과연 천국에 갔을까 지옥에 갔을까. 소설에 그런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데카메론의 이 이야기는 ‘거짓말쟁이 유명인’이 많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언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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