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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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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17>

연극 맥베스의 징크스

21세기 초 세계 독서계에 이변을 일으킨 영국 동화작가 조앤 롤링의 동화 ‘해리 포터’에는 볼트모트라는 악의 화신이 나온다. 그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커서 사람들(여기서는 마법사들이겠다)은 그의 이름을 감히 입에 담지 못한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사람들은 세계 어디서나 기피 대상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영국 연극인들이 셰익스피어의 연극 ‘맥베스’의 제목을 그대로 부르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에서 볼트모트를 ‘그 사람’이라 부르듯, ‘맥베스’를 ‘그 연극’또는 ‘스코틀랜드의 사업’이라 우회해서 부른다는 것이다.

연극 '맥베스'에는 유령과 마법이 등장하고 유혈이 낭자한 혈투도 벌어진다. 죽는 사람도 많다. 참으로 비극적이고 음울한 연극의 하나다. 만약 어느 배우가 무대 뒤에서 이 연극의 제목을 그대로 말하거나 일부 내용을 크게 말했다면 그는 분장실을 나가 주위를 세 번 돌고 침을 한번 뱉은 다음 다시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다.

이른바 액막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연극 공연사에는 이런 액막이를 무시했던 사람들이 당한 많은 불상사가 전한다. ‘맥베스’징크스 징후는 초연 때부터 시작되었다.

초연은 1606년8월7일 영국왕 제임스 1세 앞에서 공연되었는데 불행하게도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소년 배우가 열병으로 쓰러져 얼마 후 죽게 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셰익스피어가 직접 나서 대역을 해야 했다. 갑자기 대사를 외울 수 있는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1세기 동안 '맥베스'는 상연되지 않다가 1703년 런던에서 재공연을 시도하자 영국에는 역사상 가장 심한 폭풍우가 들이 닥쳤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맥베스'의 신성모독적인 내용 때문이라 믿었고 이 때문에 앤여왕이 지시한 일주일간의 기도 기간 중에는 모든 극장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2세기 동안에도 '맥베스' 공연에는 이런 저런 재난이 따랐으며 드디어 1849년에는 폭동까지 일어났다. 내용인즉, 미국 공연에서 영국배우 윌리엄 찰스 매크리디가 맥베스 역을 하는 동안, 미국의 라이벌 배우인 에드윈 포레스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바람에 22명이 죽고 36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맥베스' 징크스에는 미국 대통령 링컨도 등장한다. 평소 '맥베스'를 좋아한 링컨은 1865년 4월9일 친구들과 포토맥강에서 리버퀸호를 타고 놀다 갑자기 이 연극의 일부를 낭송했다는 것인데..... 그가 낭송한 구절은 공교롭게도 던컨이 암살되는 장면이었으며 닷새 뒤 링컨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링컨대통령 (1809~1865년)은 암살되기 열흘 전 꿈에서도 직접 자신의 장례식을 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에서는 요즘도 링컨대통령 유령이야기가 가끔씩 화제를 뿌린다지 않는가.

그날 밤 그는 일 때문에 잠들지 않고 있었는데 피곤 탓인지 비몽사몽의 경지에서 갑자기 주변이 죽음처럼 고요해지는 가운데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동쪽에 있는 방 한가운데 단위에 옷을 차려입은 시체 하나가 놓여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에서 울고 있었다.

‘누가 죽은 것인가’그가 묻자 주위 사람이 ‘암살입니다. 대통령각하가...’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순간 꿈에서 깨어난 그는 그 꿈 탓으로 밤을 꼬박 새운 후 다음날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듣지 않은 편이 낳았겠다며 무섭다고 했다. 그로서는 오히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라며 부인을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한다.

'맥베스'의 싯귀를 낭송한 것은 그 닷새 후, 또 그 닷새 후인 4월14일 그는 아내와 함께 극장관람을 하다 배우인 부즈의 총격을 받고 그 다음날 오전 절명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서구 연극인들은 지금도 '맥베스'를 제 이름으로 부르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베스'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연극 가운데 장례식, 즉 죽음의 양식을 다룬 이윤택의 연극 ‘오구’도 초연 전후, 그리고 재공연 시기 등에 관련자의 부모가 사망하는 등 여러 이변이 따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구’는 요즘도 강부자 주연으로 장기 공연되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어딘가 등골이 오싹거리는 느낌도 주는 그런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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