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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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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20>

무덤 이야기(2)-사람, 그리고 나무, 숲

올슨 스콧 카드의 SF소설 ‘제노사이드’에는 아주 먼 미래, 지구에서 아주 먼 어느 행성에 사는 인종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은 죽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가 곧바로 나무로 탈바꿈한다.

나무로 변해 몇 천 년을 살면서 자손을 번식하고 (어머니 나무와 아버지 나무가 있어 이들이 아기를 만든다) 그들을 도우고 서로 대화도 나눈다. 숲은 곧 살아있는 조상들의 삶터로 조상들은 자손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 있음을 기뻐한다. 지구의 인류도 어느 땐가 이런 변신법을 배울 수는 없을까.

수장(樹葬)이란 것이 있다. 사람을 매장한 위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아마 이 나무는 매장된 사람의 시신에서 양분을 취해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 사람이 나무로 환생한다고나 할까.

인골이 식물에 좋은 비료가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세기 있었던 크리미아 전쟁에서 러시아는 3만8천명의 자국 전사자 인골을 농작물 비료로 팔아 전쟁손실에 충당했다지 않는가.

수장은 묘지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만점이다. 중국은 지금 1백%에 가까운 화장률이라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년층에게 화장은 기피대상이었으며 매장전통의 뿌리는 워낙 깊었다. 때문에 80년대인가. 정부에서 화장을 확정한 그 전해에까지 빨리 죽어야겠다며 서둘렀던 노년층이 많았다.

정말 화장이 싫어 마지막 매장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다. 그런 매장염원이 수장(樹葬)이란 편법으로 중국에서 새로운 묘지문화를 만드는 모양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공동 안식림’이란 것이 생겨 여기에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땅을 차지하지도 않는 수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화장에 거부감 없는 일본에서도 묘지를 만들지 않고 자연에 뼛가루를 뿌리는 자연장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들은 어느 한 나무에 유회를 뿌리고 그 나무를 어머니나 아버지 나무, 또는 누구의 나무 등으로 명명한다.

시신과 나무, 또는 숲과의 관계설정은 그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처럼 중국 일본에서도 그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종교로 인해 오랫동안 매장을 고집해 해 왔던 구미(歐美)에서도 화장과 산골(散骨)은 보편성을 얻고 있으며 도심의 공동묘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좋은 휴식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럽에서 화장률이 가장 낮은 프랑스에도 공동묘지에 ‘추억의 정원’이라는 것들이 있다. 화장을 하면 대부분 산이나 강 바다에 산골을 하지만 공동묘지 안 추억의 정원에 있는 숲에 유회를 뿌리기도 한다. 미루나무 등이 줄지어 선 ‘추억의 정원’에 유회를 뿌린 사람들은 고인이 생각 날 때면 이곳 숲에 와서 거닐며 고인을 추모하게 된다.

여기서도 인간의 사후는 숲과 나무와 관련을 맺는다. 파리 최대의 페르 라세즈 묘지에는 쇼팽, 발자크, 비제, 이브 몽탕 등이 잠들
어 있으며 세기의 프리마돈나였던 마리아 칼라스도 여기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묘는 안이 거의 비어있는 가묘다.

칼라스 역시 “화장을 해서 유회를 에게 해에 뿌려 달라”유언했으며 죽은 후 2년이 지난 1979년, 그 유회는 부모의 조국인 그리스의 해군 수상정에 의해 6월의 에게 해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칼라스처럼 가묘를 만들거나 묘지를 두 군데 이상 두는 곳이 있다.
일본이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묘지를 위한 명당이란 것이 있다. 와카야마 현에 있는 고야산(高野山)이 일본 최대 명당이다.

고야산에 있는 묘역, 오쿠(奧)노 인(院)을 오르는 길에는 지금 20여 만 기의 무덤과 위령비가 촘촘히 들어서 있는데 비록 진짜 무덤은 다른 곳에 있고 이곳에는 머리카락 등 상징적인 것만 가져다 묻는 가묘이긴 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지난날의 권력자는 물론 현대의 저명인사들도 이곳에 묘를 쓰거나 가묘를 만들어 둔다.

하지만 자손의 번영을 바라 선택되는 한국의 명당과는 사뭇 그 이유가 다르다. 고야산은 9세기 일본 밀교승이었던 홍법대사(弘法大師) 공해(空海)가 이루어 둔 불교 성지다. 일본 사람들은 홍법대사가 아직도 죽지 않았고 미륵불이 이 세상에 올 때까지 이곳에서 참선중이라 믿고 있다. 때문에 미륵불이 이 땅에 올 때까지 홍법대사 곁에서 잠들어 있겠다는 염원으로 이곳에 와 묻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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