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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도 진실성' 기준 완화

지난 7월 서울지법 판결 해설

금년에 나온 언론의 명예훼손 관련 판결의 하나는 아래의 OOO 교수 대 (주)문화방송의 판결이다. 1심 판결이지만 이 판결이 제기한 법리는 충분히 숙고할 가치가 있다.

1심 법원은 보도를 사실보도와 의혹제기보도로 나누고 의혹제기보도의 경우에는 보도목적의 공익성과 보도내용의 진실성(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을 갖추어야 한다는 종전의 면책요건 중 보도내용의 진실성(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종전에는 사실보도와 의혹제기보도를 나누지 않고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을 경우에는 언론사가 보도목적의 공익성과 보도내용의 진실성(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을 증명하여야만 면책이 되었다.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수 언론사가 보도를 할 경우는 보도목적의 공익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재판은 보도내용이 진실인가 또는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보도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시간이 흘러도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경우에는 보도된 내용과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재판은 보도시점에서 언론사가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핵심이었다. (이 사건의 경우도 경찰단계에서 원고는 사기의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보도 후에는 무혐의로 결정된 사건이었다.)

법원은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확인취재를 요구하면서 피해자의 반대 입장(의혹을 제기한 취재원)에 선 사람의 진술만으로는 의혹보도라 하여도 면책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까지를 요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인정받은 경우가 많지 않았었다.

이와 같은 종전의 기준을 이 사건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언론사는 원고가 환자 부모들로부터 정해진 치료비 이외의 상당한 금액의 정당하지 못한 돈을 요구하여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검찰 수사결과가 사기 무혐의이므로 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였다.

이와 같은 결론 즉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합리적인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그것이 다른 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될 수 있는 경우에만 보도가 가능하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에 아래의 판결은 의혹보도의 경우에는 ①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자료가 존재한다는 것은 진실일 것, ② 언론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피해자의 주장 및 상반되는 자료를 함께 보도할 것, ③ 상반되는 자료가 피해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등 또는 유사한 정도로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여 위 요건이 갖추어 지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법원은 위 요건을 기준으로 원고의 주장과 상반되는 환자 부모의 진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원고의 주장과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을 함께 보도하였고 원고의 주장과 상반되는 주장이 수사기관에서 인정되었던 점에 비추어 대등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단정적인 보도가 아닌 의혹제기보도의 경우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진술을 녹음이나 서면으로 확보하여야 할 것이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의 주장(반론)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론에 대하여 재반론이 가능한 정도인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접촉할 수 없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측근과 접근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였는가를 기록으로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이 판결이 제시한 법리가 상급법원에서도 통과된다면 언론사로서는 손해배상소송의 공포증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이다.

[판결문]

원고: OOO
피고: 문화방송
1심 2000가합51563 서울지방법원 2001. 7. 25

인정사실

가. 원고의 진료행위와 관련한 정황
(1) 원고는 1989 경부터 OO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위 대학교 부속 병원 성형외과 의사로 재직하고 있고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 수술, 치료 분야에 있어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2) 구순구개열은 선천적 장애로서 그 환자들은 보통 생후 몇 개월 내에 1차 수술을 받고 이후 성장하면서 2,3회 정도의 수술을 더 받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데, 원고는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하여 수술 전에 벌어진 잇몸을 조여주는 고정장치인 라쌈(Latham)을 부착하는 시술을 하여왔다(이 시술은 원고가 미국에서 습득하여 온 것으로서 1992. 경부터 직접 위 장치를 제작, 사용하였다)
(3) 원고는 구순구개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위 성형외과 소속의 전공의(레지던트)들로 하여금 환자들의 부모들로부터 병원에 수납하는 치료비 외에 일정금액을 받도록 하였는데, 처음에는 3-40만원으로 정하였다가 1996년 초부터는 7-80만원으로 하였다. 원고가 1996. 초부터 1999.12. 경까지 라쌈을 이용하여 치료한 구순구개열 환자는 41명 정도이다.
(4) 전공의들은 환자 부모들에게 위와 같은 돈을 요구함에 있어 그 명목에 관하여 일부 부모들에게는 ‘원고가 개발한 라쌈의 제작비 등 비용으로 위 금액이 드는데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른 일부 부모들에게는 ‘불우환자를 돕는 OOO회 활동에 사용하려고 하니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다(위의 두 가지 취지를 모두 설명한 경우도 있었다)
(5) 원고는 위와 같이 전공의들을 통하여 받은 돈을 은행계좌(예금주 라쌈)에 입금하고 전공의를 통하여 관리하여 왔다.
(6) 한편, 원고는 1994. 경부터 구순구개열 환자들 및 의료진 사이의 정보교환, 상담, 불우환자 돕기 등을 목적으로 한 ‘OOO회’를 조직하고, 그 회지를 발행하거나 캠프, 송년모임 개최 등의 활동을 하여왔다.

나. 수사 경위 및 결과
(1) 경찰은 1999.12. 경 원고가 직접 환자 부모들로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7-80만원을 받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원고를 사기혐의(1996.12. 경부터 1999.12. 경까지 사이에 위 라쌈이 의료보험이 되는데도 되지 않는다고 환자 부모들을 기망하여 원고에게 몇차례 계속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환자의 부모 41명으로부터 합계 2,890만원을 편취하였다는 것 및 이에 부수하여 수수한 돈의 사용처)로 수사한 후 2000. 2. 경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2) 경찰에서 조사한 환자 부모들(3명)은, 전공의들이 라쌈의 제작비 등 비용으로 7-80만원이 드는데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위 금액을 요구하여 병원 수납창구가 아닌 전공의들에게 직접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그러나 검찰의 조사에서는 위 환자 부모 3명이 불우환자를 돕는 OOO회를 위한 성금 명목으로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다소 번복하였다. 또한 원고가 위 환자 부모 41명에게 보내어 답신을 받은 설문조사서(돈을 준 명목이 OOO회 활동을 위한 성금인지 보험이 안되는 치료비 명목인지 여부를 질의하는 형식)에서 그중 31명이 성금 명목으로 7-80만원을 주었고(금액이 2-30만원, 52만원이라고 답한 경우도 있었음), 5명은 형편이 어려워 돈을 내지 못하였다고 답하였으며 성금 명목이라는 말은 듣지 못하였고 치료비 명목으로 7-80만원을 주었다는 답신을 보내온 사람도 1명 있었다.
(4) 이에 검찰은 2000. 6. 23. 위와 같은 조사결과와 라쌈의 설치에 관하여는 의료보험이 되나 그 제작비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고 환자 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을 OOO회의 경비로 지출하였다는 등의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다. 취재 경위
(1) 피고 소속의 기자(당시 경찰서 출입기자, 이하 ‘위 기자’라 한다)는 1999. 12. 중순경 OO대학교 동문회 관계자로부터 ‘원고가 수년간 라쌈 시술을 해 주면서 환자 부모들로부터 병원에 내는 치료비 외에 별도로 많은 돈을 받아왔는데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OO일보에 보도되었다’는 제보와 함께 OO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 출신의 개업의 중심으로 구성된 ‘OO회’에서 경찰에 원고에 대한 엄벌을 주장하며 제출한 진정서, 환자 부모들의 명단 주소록, 원고에 대한 위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영장사본 등을 교부받았다.
(2) 위 제보 이전에 1999. 00. 00자 OO일보는 ‘모대학교수 A교수 등이 언청이 무료수술비 명목으로 모금한 성금 일부를 착복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언청이 치료에 사용되는 치아교정기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15,490원인데도 환자들에게 특수교정기라 속여 개당 7-80만원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어 보도하였다.
(3) 위 제보에 따라 위 기자는 담당 상사인 OOO차장과 협의하고 그로부터 정식으로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위 OO회의 총무인 OOO(원고의 과거 제자로서 현재는 개업의), 환자 부모들(2명), 경찰서의 담당자, OO일보 기자 등에게 사건의 경위를 확인하였다.
(4) 위 개업의 OOO은 위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과거 원고의 지시에 따라 환자 부모들에게 라쌈의 제작비가 40 또는 80만원 정도 드는데 그걸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환자가 사춘기 때까지 최소한 3-4번 수술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이 돈을 안냈을 경우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 ... 기형아니까 병원비에 그 정도는 내야 된다고 그러면 부모들은 대부분의 경우 낸다’, ‘환자가 한달에 한두명 정도고 돈을 받은지 10년쯤 되었으니 적어도 5,0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5) 위 기자가 통화를 한 환자 부모(수사기관에서 진술한 환자 부모 중 1명의 처)도 ‘전공의들이 라쌈을 직접 재료상에 가서 사와야 되고 자신들이 발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비싸다고 해서 비싸도 어쩔 수 없이 해야되는 거라면 하자고 했다’고 말하였다.
(6) 위 기자는 경찰서에 찾아가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그에 편철되어있는 범죄일람표, 통장 등을 카메라로 찍어두었다.
(7) 한편 위 기자는 2000. 1. 00. 카메라 기자를 대동하고 위 병원 원고의 교수연구실로 찾아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 원고는 ‘환자부모들에게 일종의 성금조로 OOO회 행사하는데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받은 것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안내도 좋다라고 얘기했으며, 그 돈을 OOO회 활동에 썼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3-40만원 정도 받아서 OOO회 활동하는데 너무나 부족해서 부모들에게 비용을 조금더 내라고 했다’라고 주장하였다.

라. 이 사건 보도
피고는 위와 같은 취재를 종합, 편집하여 2000. 1. 00. 피고가 운영하는 MBC TV 방송의 밤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래 보도 내용과 같이 뉴스를 방영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도’라 한다).

[보도내용]
제목: “웃돈 3천만원”
[구순구개열 환자의 입 부분, 라쌈, 돈다발의 사진 아래 “웃돈 3천만원”이라는 자막이 있는 화면 배경으로]
뉴스진행자 앵커=대학병원의 저명한 의사가 입술이 갈라진 채 태어난 아기들을 치료하면서 규정된 치료비 외에 웃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OOO기자입니다.
[차례로 OO대학교 부속병원 전면, 라쌈장치, 수사기록에 편철된 수사일람표 일부, 라쌈명의 통장을 찍은 각 화면]
기자=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O모교수, 입술이 갈라진 채 태어난 장애아들을 치료하는데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O교수는 입천장을 모아주는 ‘라쌈’이라는 특수치료기를 통해 장애를 겪고 있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할 때마다 규정된 치료비 외에 별도로 40 내지 70만원의 웃돈을 아기들의 부모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O교수는 자신이 직접 돈을 받지 않고 지난 4년간 제자를 통해 3,000만원을 받아왔습니다. 웃돈을 요구받은 부모들은 하루라도 빨리 낫게 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순순히 돈을 내줬다고 제자들은 말합니다.
[O모교수 제자와의 인터뷰 장면 아래 그 제자의 말을 자막으로 처리]
O모교수 제자=기형아니까 병원비에 그 정도를 내야 한다고 그러면 보호자들은 대부분 돈을 낸다.
[OOOOOO OO 학회실 표지화면]
기자=O교수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장애아 모임인 OOO회의 경비로 쓰기 위해 성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O모교수의 신체 중 얼굴 아래 부분만 나오는 화면 아래 O모교수의 말을 자막으로 처리]
O모교수=OOO회 활동에서 돈이 너무나 부족했다. 할 수 없이 (부모들에게) 돈을 조금 더 내시라고 말했다.
[경찰서 정문을 배경으로 기자의 전면 화면]
기자=하지만 경찰에 출두한 부모들의 말은 다릅니다. 성금 형식이 아니라 보험이 안되는 치료비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환자 부모와의 전화 인터뷰 통화 장면 옆에 환자 부모의 말을 자막 처리]
환자 부모=자기네가 직접 재료상에 가서 사와야 하고 발로 뛰어야 되기 때문에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입술이 갈라진 구순구개열 환자 아이의 입 부근 화면]
기자=O교수에게 앞으로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 장애아의 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MBC뉴스 OOO입니다.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판단]
1.명예훼손의 성립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보도를 통하여 ‘웃돈 3,000만원’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여 시청자들에게 마치 치료비 외의 부정한 돈으로 3,000만원을 한꺼번에 수수하였다는 인상을 주었고, 구체적인 보도내용에서도 악의적인 편집과 표현으로 원고가 환자 부모들의 궁박한 심리를 이용하여 강제로 돈을 뺏어낸 악덕의사로 비춰지게 하였으며, 그 돈의 수수명목에 관하여 OOO회 경비를 위한 자발적인 성금 명목이 아니라 보험이 안되는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앞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장애아의 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표현하여 결국 원고가 환자 부모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정해진 치료비 외에 다른 치료비 명목으로 거액의 웃돈을 받아 이를 유용한 부도덕하고 악질적인 의사라는 허위의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원고는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불법행위책임만을 구하고 있으므로 초상권 침해와 관련된 인터뷰 장면의 촬영에 관한 부분은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보도는 구순구개열 치료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서 대학병원의 저명한 의사인 원고가 절박한 상태의 환자 부모들에게 제자(전공의)들을 통하여 정해진 치료비 외에 치료할 때마다 4-70만원, 4년간 합계 3,000만원을 요구하여 받았고, 이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면서 기형 상태의 구순구개열 환자의 입 부근 사진, 범죄일람표, 통장을 찍은 사진, 원고가 과거 제자인 위 OOO의 인터뷰 장면 등을 함께 방영하고, 처음부터 원고가 받은 돈을 ‘웃돈’이라고 표현하였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도 ‘장애아의 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저명한 의사인 원고가 구순구개열 환자를 둔 부모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하여 정해진 치료비 외에 상당한 금액의 정당하지 못한 돈을 요구하여 받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한편 보도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꺼번에 3,000만원을 받았다거나 강제로 돈을 뺏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보도를 통하여 위 돈의 수수 명목에 관하여 OOO회의 경비를 위한 성금이라는 원고의 반론과 함께 성금이 아니라 보험이 안되는 치료비의 명목이라는 환자 부모의 주장을 인용, 전달하는 방식으로 방영함으로써 원고의 주장과 같이 성금으로 받아 OOO회 활동 경비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치료비(라쌈 재료구입, 제작비용 등) 명목으로 받아 OOO회 활동 경비 외의 다른 용도에 유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암묵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취재 경위 및 보도 내용에 의하면 위 기자가 당시에 여러 자료들을 확인하여 경찰에서 조사 중인 위 돈의 수수명목 및 그 사용처에 관하여는 결론을 유보한 채 수수 명목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과 다른 주장이 있다는 점을 이 사건 보도내용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보도내용 중 위와 같은 수수 명목 및 사용처에 대한 의문 제기 부분은 다른 부분과 달리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원고의 주장과 환자 부모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 전달하는 형식을 취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보도에 의하여 바로 원고가 성금이 아닌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OOO회 활동을 위한 경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유용하였다는 내용을 간접적, 묵시적으로 암시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이에 반하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도를 통하여 의과대학 교수로서 대학병원의 의사인 원고의 사회적 평판과 신용 등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것이다(금품수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의 사실보도에 기초한 수수명목 및 사용처에 관한 위와 같은 의문제기 역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2.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 여부
피고는, 이 사건 보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진실에 부합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피고는, 그 외에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청구를 하여 피고와 이 사건 보도에 관한 모든 분쟁에 관하여 화해하였고 이에 따라 반론보도까지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이 사건 보도에 관하여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한 위 화해내용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중재화해조서에 의하더라도 위 화해는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제기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반론보도청구 외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위법성 여부에 관하여 이하에서 차례로 살핀다.
가. 언론기관의 의혹 내지 문제제기와 그 한계
언론기관이 취재를 통하여 보도를 함에 있어 수집한 자료에 의하여 확정적으로 증명되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하지만 수집한 자료들이 서로 모순되거나 상이한 경우(예를 들어 관련자들의 주장이 서로 상반될 때 등) 언론기관이 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보게 되는 자의 주장 및 이에 상반되는 자료를 제시하여 함께 보도함으로써 의혹 내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혹 내지 의문제기도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 내인 한 확정적인 사실 보도와 더불어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민주적 질서를 생성 유지시켜 나가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기관의 속성상 당연히 그 표현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즉 언론기관에 대하여 의혹 내지 의문제기를 제한하고 확정적인 사실 보도만을 요구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어떤 사안에 관하여 수집한 자료가 서로 모순되거나 상이한 경우에는(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은 이러한 경우가 더 많다) 아무런 보도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결론에 이를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표현의자유가 민주국가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법의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므로, 언론기관의 보도가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인격권의 영역을 침해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경우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와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고 형법 제310조에 근거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법리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명예의 보호 사이의 조화를 위한 위와 같은 가치형량의 전형적인 한 예시라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언론기관의 의혹 내지 의문제기도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에 이르는 것으로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자료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진실하여야 하고, 언론기관이 보도를 함에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피해자의 주장 및 이에 상반되는 자료를 함께 보도해야 하며(그렇지 않고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자료만 취사선택하여 강조한다면 이는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보도한 것이 된다), 또한 언론기관으로서 상반되는 자료가 피해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와 대등 또는 유사한 정도로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포함된 정당한 의혹 내지 문제제기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위와 같은 법리 및 표현의 자유 보장과 명예의 보호 사이의 조화를 위한 가치형량에 비추어 타당하다(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자료가 그 내용에 있어 진실하거나 언론기관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위법성 조각 요건을 제한한다면 이는 언론기관이 의혹 내지 의문제기를 넘어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사실 자체를 보도한 경우와 그 요건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과 같게 되어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론이 된다, 물론 언론기관의 의혹 내지 의문제기가 단순히 문제제기 수준을 넘어 피해자의 주장에 상반되는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강조하는 등으로 그 상반되는 사실을 암시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사실보도로 보아 그에 따른 위법성 조각 요건을 따져야 할 것이다).

나. 공익성
이 사건 보도는 대학병원의 저명한 의사가 환자 측으로부터 정해진 치료비 외에 상당한 금액의 웃돈을 받았고 그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 돈의 수수 명목 및 사용처에 관하여도 의혹이 있다는 취지이므로, 이를 일반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보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이 인정된다.

다. 사실 보도의 진실성 및 의문제기 보도의 정당성
(1) 원고가 1992. 경부터 라쌈을 이용하여 구순구개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전공의들로 하여금 환자 부모들에게 병원에 수납하는 치료비 외에 일정 금액으로 처음에는 3-40만원, 1996. 초부터는 7-80만원을 요구하여 받도록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으로 원고들로부터 몇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하는 구순구개열 환자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전공의들의 요구를 거절하기란 매우 곤란할 것이므로, 설사 원고가 환자 부모들로부터 OOO회 활동을 위한 성금 명목으로 위 돈을 받아 그 용도로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원고가 대학병원에서 정한 치료비 외에 적지 않은 금액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절박한 처지의 환자 부모들에게 요구하고 실제로 그중 다수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 점에서 피고가 위 돈의 성격에 관하여 판단하고 사용한 ‘웃돈’이라는 표현 및 이 사건 보도내용 중 ‘원고에게 앞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장애아의 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는 표현은 지나친 것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보도 중 원고가 환자 부모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하여 정해진 치료비 외에 치료할 때마다 상당한 금액(4-70만원)의 정당하지 못한 돈을 요구하여 받았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은 대체로 진실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다만 이 사건 보도에서 원고가 받은 금액이 ‘4년간 3,000만원’이라고 적시하고 있고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으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1996. 부터 4년간 받은 금액의 합계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이고, 위 합계금액의 액수가 2,000만원 정도인가 3,000만원인가의 여부는 이 사건 보도의 중요 부분이 아니므로, 위와 같은 금액 차이는 사소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도의 진실성을 배척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2)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도 당시 원고 및 환자 부모들과 위 개업의 OOO 등 사이에서 원고가 수수한 돈의 명목 및 사용처에 관하여 서로 다른 주장이 있었고, 위 기자가 취재 당시에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에 상반되는 여러 자료들(경찰에 출두했던 환자 부모들 3명은 성금 아닌 라쌈 제작비 등 명목으로 돈을 주었다고 진술하였고, 위 개업의 OOO은 원고가 OOO회 설립 이전부터 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였다)을 확인하였으나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 위 돈의 수수 명목 및 사용처에 관하여는 결론을 유보한 채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 원고의 주장과 환자 부모의 주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인용, 전달함으로써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간접적, 암묵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아 사건 보도 중 원고가 위 돈을 성금으로 받아 OOO회 활동경비 외의 다른 용도에 유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부분은, 피고가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원고의 주장 및 이에 상반되는 주장을 함께 보도하였고, 그 상반되는 주장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로서는 그 상반되는 주장이 원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와 대등 또는 유사한 정도로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의문제기 보도는 정당하다고 볼 것이다.

라. 소결론
결국 이 사건 보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진실에 부합하는 사실 보도 및 정당한 의문제기 보도에 해당하므로 그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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