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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유시민 후보 당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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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유시민 후보 당선의 의미

[여론조사전문가 분석] '시대정신의 변화'

재보선이 끝났다. 선거결과의 외형상 의미는 뚜렷하다. 2:1로 야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했고, 여당인 민주당은 패배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결과는 충격적이다. 애초부터 한나라당 후보가 세 지역 모두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데없이 민주당도 아닌 '개혁당'이 고양 덕양갑 선거구에서 1승을 건졌다.

물론 새로운 정부 출범 두 달도 안되어 실시된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2대 1로 졌다는 것이 더 충격적일 수 있다. 또 세 곳이 모두 민주당 의석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뼈아픈 패배일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의 유시민 후보의 승리는 이같은 평가를 압도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나 개혁당이 이길 선거가 아니었다. 고양에서의 승리를 억지로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론을 분석하는 기존의 분석틀 내에서 볼 때 그렇다.

***한나라당의 압승 예상,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첫 번째 이유는 낮은 투표율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선거에서는 먼저 개혁적 성향을 가진 20대, 30대의 젊은 연령층이나 직장인을 투표장에서 찾아 보기 힘들게 된다. 반면, '젊은 사람 하나도 없다'는 탄식이 나올 만큼 40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 그리고 자영업자와 주부를 중심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이들은 보수성향을 가지고 있는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다.

결국, 이번 4.24 재보선도 과거 재보선처럼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투표자가 구성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번과 투표율이 거의 비슷했던 지난 8.8 재보선 투표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78%였다. 또, 김대중 정부 5년간 총 6차례, 31개 재보선 선거구 중 한나라당은 7군데를 제외한 24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표 1> 2002년 8.8 재보선 출구조사에 나타난 연령별 투표자 구성비(10개 지역 전체 평균)

부정적 전망을 한 또 하나의 근거는 현 정부 출범 후 보수성향 유권자의 대통령 및 여당에 대한 비우호적 정서가 완화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확산내지 강화되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신념적 위치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겠지만 신 정부는 출범 이후 보수적 성향을 가진 층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도적 노선보다는, 개혁적 색채를 부각시킴으로써 세대대결로 외연화 되는 '보수 대 개혁' 대결양상을 오히려 심화 시켰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세대간', '노선간' 대결양상을 일정 수준 약화 시키는 것이 지역정서에 기반한 호남표인데 이번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최근 호남지역 또는 수도권 호남출신이 '호남소외론' 등으로 노 대통령 또는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약화되고, 분열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었다.

쉽게 말해 민주당이나 개혁당에 우호적인 지지층은 투표를 거의 안하거나 분열된 반면, 화가 잔뜩 난 보수적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몰려 나갈 테니 한나라당이 이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판단 위에서 한나라당의 완승을 예상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논리를 극복한 개혁당의 승리가 놀라운 것이다. 고양에서의 승리는 이 같은 정치현실을 뛰어 넘는 시대정신의 승리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단지 현실 정치의 메커니즘 속에서 얻어진 기술적 승리로 시대정신의 승리가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할까?

***정치현실을 뛰어넘은 유시민의 승리**

현실 정치적 관점에서 유시민씨의 승리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원인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방송 등을 통해 형성된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유시민씨 자신의 인물 경쟁력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차기 대선주자급 정치인 정동영 의원까지 팔 걷어 붙이고 나선데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의 엄청난 현지 지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또 선거 몇 일전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회동이 이반하려던 호남출신을 다시 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양에서 경쟁상대였던 한나라당 후보의 인지도 등 개인 경쟁력과 선거운동은 승패를 가를 만큼 특별히 더 취약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또, 회동과 관련해서 볼 때 선거기간 중 조사자료 상, 고양지역은 물론 나머지 선거구에서도 호남출신들의 민주당 또는 개혁당 지지도는 60%를 밑돌았다. 특히, 의정부는 노대통령과 DJ의 회동과 관계없이 계속 지지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였다고 보기는 역시 힘들다.

특히, 민주당도 아닌, 민주당 보다 더 개혁성을 앞세우는 개혁당의 승리를 위와 같은 이유들로만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다. 결국 이번 재보선에서의 승리는 전통적 보수적 성향층 또는 한나라당 우호층이 일정 수준 변화했다는 해석을 빼놓고는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번 개혁당의 승리를 통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반추,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 개혁정서를 가진 젊은 층이 아닌 고연령층 그리고 자영업자 등 보수층의 성향변화가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두 번째, 수도권 선거에서 호남출신 표가 일정 수준 분열해도 개혁당 또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가능할 수 있다.

세 번째, 대선에 비해 지역적 성격이 강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인물과 전국적 이슈를 중심으로 승리할 수 있다.

이 같은 발견점들은 지난 대선 때 나타났던 우리 사회의 세대간, 정치노선 간 대결양상 또는 갈등요소가 그대로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보다는 변화의 방향 그 중에서도 개혁, 진보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특히 민주당 주변에서 지난 대선 이후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것은, 작년 대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성향이 대선을 거치고 나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대립적 정치구도로 남을 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에 영향을 받아 일정 수준 진보의 방향으로 의식이 변화할 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른바 현실정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지 아니면, 시대정신의 힘이 변화를 지속시킬 수 있을 지 여부와 관련된 것이었다.

***현실정치와 시대정신의 함수**

정치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통해 '현실정치 구조'와 '시대정신의 변화'라는 두 가지 측면의 상호 함수관계를 읽어 내야 한다고 본다.

아직까지 여러 측면에서 재검증 할 부분이 많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우리 사회 여론흐름에 시대정신에 기반한 역동성이 작동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 속력이 대단히 빠르다고 보지도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내년 총선이 남아 있다. 물론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나 내년 경제가 될 것이다. 또 정계개편 등에 따른 정국구도 역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 또는 유권자만을 봤을 때 총선과 관련된 중요한 변수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총선 투표율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층 또는 반대로 노무현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이다. 지난 대선에서 '반창'이라는 전선에는 같은 편이었지만 노무현과 정몽준씨 지지층으로 상징되는 이질적 성향을 가진 두 집단이 다음 총선에서도 연대할 것인지의 여부는 특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국적 이슈보다는 인물의 인지도 등 지역 정치환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대선과 대비되는 국회의원 선거의 특성을 꼽을 수 있다.

위의 분석 선상에서 이때까지의 대체적 전망은 한나라당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유시민 후보의 승리로 이 같은 시각에 대한 일부 수정은 불가피 할 것 같다.

향후 여론의 흐름을 읽어 낼 때 시대정신의 역동성이라는 측면을 좀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마디로 보혁세력 간 갈등심화보다는 오히려 고전적 보수세력의 붕괴 가능성과 새로운 개혁세력 에 대한 우호적 상황변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여론의 흐름을 평가하자면, 개혁당은 웃을 만 하고 한나라당은 심각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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