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경선에서 김두관-김태랑 후보를 제치고 이룩한 '영남 단일후보' 효과를 발판으로 열린우리당 당권 쟁취를 위해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김정길 후보.
김 후보는 2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구시대 인물 이미지와 신당 창당과정에 뒤늦게 결합한 자신의 약점을 당-정-청 요직을 두루 거친 경륜과 대의원의 30%를 차지하는 영남 선거인단의 지원을 앞세워 정면 돌파한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우리당에는 한 사람의 스타가 필요한 게 아니다"**
김정길 후보는 열린우리당에서 노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꼽히는, 말 그대로 당내 최고 중진이다. 아울러 오랜 정치 및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권 안팎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으며, '민심 동향'에도 밝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예비경선 출마때 주위 일각에서 "김두관 전장관 등에서 지면 어떡할려고 그러냐"고 만류했으나 이를 정면돌파한 승부사적 기질도 갖고 있다.
김 후보는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있는데 당 의장마저 개혁성향만 강조하면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며 "안정감 있는 당 의장을 뽑아 대통령의 개혁성과 보완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당이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스타가 아니라 갈등 양상을 통합해 국민들 앞에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통합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초기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던'정동영 독주' 판세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경남-부산-대구-경북 등에서 한나라당의 철옹성을 깨기 위해서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혁파해야 한다"며 "영남 64석 중 30석 이상은 만들어 내야하고 이는 내가 당의장이 되면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김 후보에 따르면, 어차피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 가운데 젊은 개혁층은 총선에서 우리당을 지지할 확률이 높은 만큼 나머지 민주당 지지표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영남표나 안정희구세력을 흡수하는 게 총선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강금실-추미애, 문재인-정형근 대결구도 만들어 전국 바람몰이"**
총선 승리를 위해 그가 내건 또 하나의 전략은 이른바 '풀베팅론'이다.
그는 "필요하다면 강금실 법무장관을 수도권으로 내보내서 추미애 의원과 맞대결을 붙이고, 문재인 민정수석도 정형근 의원과 붙이는 등 국민적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런 판국에 '나는 정치하기 싫다. 나는 참모로 돕겠다'고 물러서는 것은 진실로 나라 걱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대규모 '징발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제의원, 총선에 안 나가야"**
김 후보는 또 공천과정에 문제 현역의원들의 대대적 물갈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굿모닝게이트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정대철 의원, 카지노 도박물의를 빚은 송영진 의원, 군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천용택 의원 등에 대해선 "의혹 부분이 사실이라면 총선에 안 나서는 것이 우리당 선거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단호하게 공천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당 지도부에서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가기 위해 명쾌하게 처리해 줘야 다른 당과 차별화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해, 지난 연말 정대철 의원 등 비리의원 7명의 방탄국회 파동때 당 지도부가 어정쩡하게 대처한 대목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경질' 압박**
김 후보는 이어 "이번 총선을 청와대와 한나라당과의 싸움이라고 한 노 대통령의 판단은 옳지않다"며 "총선은 우리당에 맡겨놓고 대통령은 국정에만 신경써야 한다"고 청와대에 고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의 '노사모 총선지원 독려' '총선 양강구도'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썩 적절치는 않은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에게 열린우리당내에서 유일하게 '쓴소리'를 할 줄 안다는 그다운 발언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지나친 의욕과 경험 부족이 국정을 통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다"며 "가장 큰 문제는 보필하는 사람들의 경륜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말을 아껴야 할 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내각 개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책의 일관성, 부처간의 조정능력 등이 부족하다"며 "경제부처 같은 경우 이 시점에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 지에 대해 '아 이거다'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없다. 너무 현실에 안주해서 좌고우면하는 각료가 많다"고 경제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추가개각과 관련, "경제부처 개각을 한다면 우리 경제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는 소신있게 밀어붙이는 분이 경제를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은연중 김진표 경제부총리 경질을 압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선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연루가 됐다거나 한 일이 있다면 이 기회에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국민앞에 진솔하게 털어내고 용서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퇴임 후 법적 책임을 진다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정길 후보의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한나라당 영남 철옹성 깨려면 안에서 혁파해야"**
프레시안: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임하는 전략과 각오를 말해달라.
김정길: 우리당이 국민통합을 주창하며 창당 후에도 지지도가 10% 내외에서 머무르고 있고 기존 정당과의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해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당의 지지도는 물론 정치권 전반의 지지도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와도 연관돼 불가피한 점도 있다.
나는 줄곧 정치를 하면서 국민 통합과 정치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또한 제1야당 원내총무, 부총재를 거치며 대화와 타협도 중시해 왔다. 당내 화합을 이뤄내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낼 당의장이 필요하다. 결국 총선에 승리해 원내 제 1당으로 안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당은 물론 노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도 위협이 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영남을 깨야한다.
프레시안: 일반적으로는 현재 열린우리당 경선을 정동영 후보 독주로 보고 있다. 인정하나.
김정길: 현재 정동영 의원이 선두주자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예비경선에서 영남 단일 후보가 될 때까지만 해도 나를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다. 막상 예비 경선 후 영남 단일후보가 되자, 김근태 대표가 나오지 않아 빅매치가 되지 않았다던 언론도 영남 단일후보와 정동영 후보 간의 빅매치로 보는 분위기가 생겼다. 분위기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내 약점이라면 정치 공백이 길어 젊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만 알고 보면 나만큼 지역주의에 항거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 같은 행보를 거쳐 온 사람이 없다. 또 청와대와 행정부를 두루 거쳐 경륜과 협상력을 갖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정치적 공백을 말했는데 작년 9월에 결합, 신당 창당과정에서 역할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정길: 본의 아니게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선거법 위반으로 정치규제에 묶여 정당을 선택할 수 없었다. 지난해 8.15 특사로 풀리기 전에는 정치활동이 묶여 있었다. 사면이 되고 9월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부터 곧바로 신당에 참여해서 부산, 경남, 울산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앞장서서 인사를 영입하는 등 활동을 했다. 그 전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우리당이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스타가 아니라 갈등 양상을 통합해 내서 국민들 앞에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통합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내년 총선에 누구를 당 의장으로 내 놔야 국민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냐가 문제다. 집권 여당의 당 의장은 청와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여당으로서의 주도권을 쥐고 당당하게 당정협의를 해 나가야 한다. 또 야당과의 대화도 거부감 없이 어느 정당과도 원만한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당내 거부 세력이 없어야 한다. 나는 이런 모든 것을 두루 갖추었다. 게다가 영남 인사지만 호남에서도 거부감이 없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8명이 모두 정당과 의회 경력이 있지만 나는 행정부와 청와대에서도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이 경륜이 최고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영남권 선거인단이 전체의 30% 내외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크다. '동남풍'을 선거전략으로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지역주의 자극 아닌가.
김정길: 내가 만약 김두관 전 장관과 둘이 나와 동남풍을 운운하면 지역주의지만 1인 2표에서 영남후보 혼자 나와 한 표는 나를 찍고 다른 한 표는 다른 사람을 찍으라는 것인데 무슨 지역주의인가. 동남풍은 경남과 부산이 지도상 동남쪽에 있고 또 경남, 부산, 대구, 경북 등 한나라당의 철옹성 깨기 위해서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혁파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동남풍을 거론한 것이다. 지리상 동남쪽에서 바람을 일으켜 충청도, 전라도, 경기도, 서울, 강원도까지 북상시켜 87년 양김 분열 이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원내 제 1당의 꿈을 이루자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깨고 전국정당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나에게 아무도 할 말이 없다.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온 몸을 던져 지역주의에 맞서 투쟁한 사람이다. 15년째 싸우고 있고 그래서 부산을 고집하느라 12년째 원내에 못 들어가고 있다. 지역주의는 이용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
프레시안: 예비선거 거치며 영남 단일후보가 됐는데, 낙선한 김두관, 김태랑 후보, 혹은 김혁규 전 경남 지사 등으로부터 협력을 위한 교감이 있나.
김정길: 예비선거 이후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 나름대로 어떻든 나를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유일한 영남 씨감자인 나를 키워 싹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십수년을 온 몸을 던져 한 길로 걸어온 살아온 길을 아니까 더 도와주려는 것 같다.
프레시안: 우리당에는 스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소장파를 겨냥한 말로 들린다.
김정길: 우리당에는 젊은층과 개혁적인 인물은 넘쳐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혁성향에 더하여 안정감 있는 검증된 리더십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있는데 당 의장마저 개혁성향만 강조하면 불안감 증폭될 수 있다. 안정감 있는 당의장을 뽑아 대통령 개혁성과 보완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盧, 고해성사하고 필요하면 퇴임 후 법적책임"**
프레시안: 열린우리당의 정체현상은 개혁세력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선거 경향을 보면 경륜이나 안정감 보다는 개혁과 변화가 우위를 차지한 덕목인 것 같은데.
김정길: 실제로 그런 면이 있다. 실재 내재된 역량이나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 정당 보다 우리당이 개혁적인 당인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당이 너무 개혁적이라 안정희구 세력, 보수성향 세력에서 거부감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개혁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데 알파는 안정감이다.
총선도 수구정당과 개혁정당의 싸움이 될 것인데 개혁 성향을 가진 사람과 젊은 사람은 우리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표만으로는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 거기에 안정희구세력과 과거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당에는 개혁성향을 각인시켜 내고 안정감을 결합시켜 낼 인사가 필요하다.
결국 총선은 인물싸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과거의 민주당 지지세력이었던 수도권의 호남표는 어차피 양분된다고 본다. 인물을 떠나서 지역을 보는 사람은 민주당으로 갈 가망성이 많고, 개혁적 성향은 우리당으로 올 것이다. 그런데 과거 민주당 세력들에게 개혁적 색을 보여 민주당 표를 뺏어 오기 보다는 안정희구세력과 표 줄 데를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영남출신, 한나라당 지지 세력들을 모아 공백을 메워줘야 제 1당이 될 수 있다. 이 일을 아울러서 할 수 있는 인물이란 외람되지만 내가 아닐까 한다.
프레시안: 지금까지 당을 이끌어온 김원기 임시지도부 체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길: 임시지도부가 지지율 정체 등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지만 임시 지도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 답보, 정치권 전체의 불신, 중진과 소장파의 갈등, 계파간의 갈등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원인이 된 것이다.
프레시안: 열린우리당 계파간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김정길: 겉으로는 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지만 결국은 민주당, 개혁정당, 신추위 등 세력마다 후보 한 사람 더 추천하고, 운영위원장 한 사람 더 임명하려는 욕심이 있어서 그렇다. 당직자 한 사람 임명하는데도 자기 쪽 사람 넣으려고 하지않나. 입으로 정치개혁 안하는 정당과 정권이 어디있나. 자기 스스로 입으로 개혁 주장하면서도 자기 문제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어서 화합이 안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당 의장이 되면 김근태 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김 대표의 원내 전략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길: 내가 원외라 큰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본다. 그러나 원내 소수다 보니까 우리가 어떤 방법을 했더라도 큰 차이가 있었겠는가. 결국 원내는 머리수 싸움인데 누가 대표가 됐어도 근본적으로 우리당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프레시안: 열린우리당이 '노빠당'이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길: 우리당에는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깨끗한 선거를 했던 노 대통령이 대통령 되자마자 대선자금, 측근비리로 시달리고 있는데 노 대통령 개인에게는 아프겠지만 정치개혁을 이루는 큰 계기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연루가 됐다거나 한 일이 있다면 이 기회에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진솔하게 털어내고 용서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또 대통령이든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해야 하니 진실을 고백하고 법적인 책임이 필요하면 퇴임 후 법적 책임을 진다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그 마음을 헤아려줄 것 같다.
***"盧 총선관련 발언, 적절치 않다"**
프레시안: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인 것 같다.
김정길: 그 점이 안타깝다.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자산이 도덕성인데. 그러나 정치 현실을 본다면 상대적 도덕성은 있지만 완전한 도덕성을 찾기는 힘들다. 우리 정치 문화와 환경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흙탕물이 한 방울도 튀기지 않은 인물은 찾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보면 노 대통령이 도덕적이고 완전한 도덕성을 갖춘 사람은 없다. 국민들도 그런 측면에서 노 대통령을 바라봐줬으면 한다. 오랜 친구로서 동기로서 봐 왔지만 노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을 속일 수 있는 그런 이중적 성격의 사람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탈인 사람이다.
프레시안: 대통령이 말이 너무 많다는 평가가 있다. 재신임 발언, '10분의 1' 발언, 엊그제 '티코 리무진' 발언까지. 이런 모습은 안정 희구세력이 특히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김정길: 맞다. 그래서 언젠가 노 대통령을 만나 개별적으로 말씀을 아끼시라, 옳은 말이라도 꼭 필요한 시점에 하시라고 건의를 했고 대통령도 그러하마 약속을 했지만 답답하니까 잘 안되는 것 같다. 본인은 선의에서 한 말이라도 새로운 불씨가 돼 정쟁 대상이 된다. 국민이 불안해하면 안 되니까 말씀을 좀 아끼는게 좋겠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또 기회가 되면 건의하겠다.
프레시안: '리멤버 12.19'에서 노사모의 총선 지원을 격려한 발언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관계로 총선구도를 인식한 일단으로 보여진다.
김정길: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썩 적절치는 않은 발언이었다. '총선 양강구도' 발언도 정무수석을 지내 봤으니 사석에서 할 수도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새 나가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하시고 싶더라도 조금은 완곡하게 말 했어야 한다. 썩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입당 시기는 언제가 좋겠나.
김정길: 득실계산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본인이 당당하게 선택해야 한다. 여당 없이 정파를 초월해서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어느 정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서 국민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구정전이나 대선자금 비리 수사가 끝나기 이전이나 직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미흡한 부분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정길: 결국은 노 대통령의 지나친 의욕과 경험 부족이 국정을 통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부처간의 이견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보필하는 사람들의 경륜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말을 아껴야 할 점도 있다.
프레시안: 얼마 전 대통령의 포용력을 지적했다. 소위 '코드인사'에 대한 평가일수도 있는데.
김정길: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부터 대통령 당선은 천하를 얻은 것이니 자신을 도왔던 사람이든 안 도왔던 사람이든 모두 포용해야 하고 측근을 챙겨서는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개각 전 어떤 토론회에 나가서 이회창을 도왔던 사람까지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운영을 해보면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적재적소에 넣으려면 없는 게 현실인데 스스로 인사의 폭을 좁히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 누구를 지지했는지를 떠나 이 시대에 이 문제에 관한한 꼭 필요한 인물을 찾아내는데 노력을 해야 하고 그 사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 의장이 된다면 그렇게 진언할 것이다. 이 나라에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
***"강금실-문재인 등 가용인력 '풀베팅'해야"**
프레시안: 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입장에서 새로 내각에 참여한 분들까지 포함해 현 내각을 평가해 달라.
김정길: 썩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도 정책의 일관성, 부처간의 조정능력 등이 부족하다. 특히 부처간의 이견 때문에 혼란스러운 일이 많다. 새만금이나 부안문제가 보두 국정 통합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일이다. 안정감은 있으되 개혁성이 너무 떨어져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제부처 같은 경우 이 시점에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 가면 좋을 지에 대해 '아 이거다'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없다. 너무 현실에 안주해서 좌고우면하는 각료가 많다. 대통령 혼자 뛰고 대통령 주변은 오히려 쉬고 있다.
대통령이 다음 총선은 청와대와 한나라당과의 싸움이라고 했는데 옳지 않은 판단이다.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야 하고 다음 총선은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싸움이 돼야 한다. 총선은 우리당에 맡겨놓고 대통령은 국정에만 신경써야 한다. 우리당이 오히려 맞바람을 맞지 않도록 대통령의 바람막이를 해 줘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너무 노출되기 보다는 정말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의 정책, 소신과 맞는 여당이라고 생각하면 총선을 맡겨야 한다. 대통령이 정쟁까지 떠맡아서야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하나. 대통령 머리가 맑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조만간 한 번 더 내각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얘기를 했는데, 개각의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조언하고 싶나.
김정길: 경제부처 개각을 한다면 우리 경제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소신 있게 밀어 붙이는 분이 경제를 끌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각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년에 총선에서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총선 이후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힘들다.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해서 풀베팅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필요하다면 강금실 장관을 수도권으로 내보내서 추미애 의원과 맞대결을 붙이고 문재인 수석도 정형근 의원과 붙이는 등 국민적 이벤트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본다. 풀 베팅해 총선을 치러도 버거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판국에 나는 정치하기 싫다, 나는 참모로 돕겠다며 물러서는 것은 진실로 나라걱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 아니다.
프레시안: 각료와 비서관까지 동원한 총선 올인 전략은 안정된 국정운영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김정길: 장관감이 딱 그 사람들뿐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인지도를 높이고 정국에 기여 했으면 다른 정국 안정을 위해 나와 총선에서 기여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행정부에 기용하면 된다. 그 사람만이 딱 그 자리에 적당하도록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정과 크게 배치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각료와 비서관 총선 동원은 개인적인 희망사항인가 아니면 교감이 있는 건가.
김정길: 현재하는 말은 내가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내가 당의장이 되면 강력히 노력하겠다.
프레시안: 소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나 청와대와 내각의 중량급 인사가 징발되면 이들은 낙하산 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길: 30%를 영입인사 중심으로 경선 없이 할 수 있도록 정해놓은 당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경쟁력이 있으면 굳이 행정부 인사를 기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경쟁력이 없으면 총선 승리가 가장 큰 현안인데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프레시안: 예를 들어보자. 노혜경 시인은 정형근 의원과 맞서겠다고 부산에 출사표를 던진 지 오래됐다. 이 경우 현실적인 승리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문재인 수석이 출마할 수도 있는 건가.
김정길: 노혜경 시인이 경쟁력이 있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자니 그런 것이지 꼭 문재인 수석이라는 것이 아니다. 꼭 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각을 그렇게 세워주면 이벤트가 돼서 국민적 관심이 모이니까 그러면 좋겠다는 것이다. 노혜경 시인이 거기서 경쟁력을 가지면 문재인 수석은 부산지역 어디든지 갈 데가 많다.
***"정대철-송영진-천용택, 선거에 도움 안된다"**
프레시안: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로 적격, 부적격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세우자면.
김정길: 구정치인, 비리, 수구세력 받아들일 수 없다. 다소 경쟁력이 떨어져도 개혁적인 인물을 뽑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개혁적이기만 해서도 안 된다. 개혁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절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기준은 그렇게 정했지만 현실에서는 후보자들 중에서 골라 쓸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누가 더 개혁적이고 경쟁력이 있는가를 고르는 것이다. 당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취약지역이라는 영남지역에서 좋은 인사들을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영남지역에서 몇 석이나 기대하고 있나.
김정길: 64석 중 30석 이상은 만들어 내야하고 내가 당의장이 되면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영남지역에서는 영남 당의장이 나오면 자기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당의장이 되면 망설이는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영남, 수도권 막론하고 좋은 인물을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나처럼 안정감 있고 경륜 있는 사람이 의장이 돼야 한다. 이근식 전 행자부장관도 절대로 정치 안한다고 하던 사람이 민주당에서도 많이 공을 들였는데 내가 영남 단일 후보가 되니까 우리당으로 입당을 했다.
프레시안: 공천 기준 가이드라인에서 비리 연루된 정치인을 꼽았는데 열린우리당 현역의원 가운데에선 어떤가. 체포동의안 부결되긴 했지만 굿모닝게이트 연루의혹을 받는 인사가 있다. 카지노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도 있고, 군납비리 의혹을 받는 인사도 있다. 이 분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길: 우리당 선거전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에서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가기 위해 명쾌하게 처리해 줘야 다른 당과 차별화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프레시안: 총선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정길: 수사 중이라 잘 모르지만 의혹 부분이 사실이라면 총선에 안 나서는 것이 우리당 선거전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영남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했는데, 총선 호남 전략은 무엇인가.
김정길: 호남 분들은 지금 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해 하고 있다. 나는 노 대통령과 같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힘썼다. 당의장이 된다면 호남 지역에 찾아가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 사과해서 마음이 돌아서는 데 노력할 것이다.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호남에서는 김정길과 노무현은 같다. 나는 호남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유일하게 동교동과 상도동에 신년인사를 다녀왔다. 당의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가야 할 사람은 부산이 아니라 호남이다. 호남에 가서 여러분 덕분으로 참여 정부가 탄생했는데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면 민심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으니 수도권 선거공조에도 부정적인 입장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수도권의원들 사이에선 분열하면 결국 어부지리는 한나라당에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김정길: 그렇지 않다. 지금 한나라당에 실망하고 방황하는 유권자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정당과 차별화를 하고 안정감 주면 방황하는 유권자들이 우리당으로 올 수 있다. 그런데 당 의장 선거에 나온 사람이 재통합론이니 형제론을 들먹인다. 적절치 않다고 본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정도로 가야 한다. 어렵다고 해서 스스로 취한 원칙을 무너뜨리고 재통합, 형제당 운운하면서 안정 의석이 안 되면 연대를 하겠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것이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질 얘기를 먼저 하면 병사 사기 떨어뜨리는 것밖에 더 되나. 전쟁에 나가는 장수는 앞에는 승리만 있다 적을 격퇴하라고 외치며 진격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할수록 우리당의 정체성 떨어지고 민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여지를 줘서 구차한 모습이 된다.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당의 정체성 측면이나, 총선전략 측면, 개인의 정치활동 측면 어느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길: 당 의장을 뽑을 때 누가 얼굴이 돼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한나라당이 가장 싫어할 의장을 뽑아야 한다. 그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 대의원들에게 답이 떠오를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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