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민심에는 두 가지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난다.
첫째 10.25 재보선을 전후하여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여야 대선주자간 격차가 최근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김대중 대통령 사퇴 이후 여당 내 ‘쇄신’ 국면과 맞물려 정계개편 등 큰 변화를 바라는 일반 국민의 여론이 급격히 형성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실제 지난 재보선 직후에 실시된 한겨레신문(조사시점: 10월 27일)과 연합뉴스(조사시점: 11월3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후보간 가상대결 격차는 각각 11.6%, 10.8%, 노후현 고문과의 격차는 20.4%, 15.6% 등으로 보선 한 달여 전의 결과와 비교할 때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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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같은 ‘야고여저’ 현상은 현 정부의 정책실패 및 각종 비리의혹 등에 영향을 받아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리고, 결국 재보선 야당 압승을 기점으로 정치권에 ‘이회창 대세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야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형성된 기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야당우위 국면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주춤하며 다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26일 한겨레 신문의 조사결과에서 이회창 총재의 지지도는 떨어진 반면, 여권주자들의 지지도가 상승하여 여야 후보간 격차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주에 실시된 KBS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의 이인제 고문이 이회창 총재를 바짝 따라잡아 차이가 거의 없는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여당 지지도 늘고, 야당은 줄어**
특히 이 같은 여론흐름은 일방적으로 한 쪽의 지지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 여당후보 지지도가 상승한 반면, 야당 이회창 총재 지지도는 하락함으로써 격차감소가 극대화 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달여 만에 야당 지지율은 줄고 여당은 올라가는 뚜렷한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여야 대선주자 격차 감소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재보선 승리 이후 정국운영에 자신감을 갖게 된 야당이 다수의석에 바탕한 ‘밀어 붙이기’ 정책추진 또는 ‘정책 뒤집기’ 시도가 일반 국민에게 부정적 평가를 얻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즉, 11월 중순 이후 야당은 교원정년제 및 신승남 검찰총장 퇴진공세 등을 밀어 붙이며 강력한 대여공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만한 집권야당’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교원정년제 등 몇 가지 정책사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이를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여당은 김대중 대통령 총재직 사퇴 이후 내부 분쟁을 거치면서도 나름대로 자생력 갖추기를 위한 몸부림 속에 ‘개혁적 정치플랜’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지지여론이 74.6%에 달한 것도 여당의 변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컸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당이 살아야 한다는 전반적 위기의식 속에서 ‘국민경선제’와 같은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그 동안 민주당의 ‘개혁적 정체성’을 지지하던 지지층을 재결집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된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눈에 한나라당은 오만하게 보였고, 민주당은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다소나마 기대감을 준 것이라고 할만하다.
***정치권 전체 변화 욕구 거세**
물론 또 한편에서는 DJ의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 그 동안 수면 밑에 잠겨있던 대선후보 논의가 활발하게 부상하면서 여권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여권 후보 지지도가 크게 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이회창 총재의 우위가 지나치게 크고 확실하게 나타난 그간의 동향을 감안할 때, 이러한 현상에 대한 국민여론의 ‘균형과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여야 후보간 가상대결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만이 아니다. ‘정당’ 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막연하나마 ‘어떻게든 변해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욕구가 눈에 띄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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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여론은 최근 KBS 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서 ‘정계개편을 통해서라도 현 여야구도가 아닌 다른 구도로 치루어야 한다’는 응답이 68.7%나 나왔다는 점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이는 한 달 전 연합뉴스의 조사와 비교할 때도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은 이미 우리 정치에서 누구나 아는 기본상식. 특히 여당이 각종 정책실패와 비리의혹 등으로 흔들린 이후, 상당수의 국민이 야당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나마 야당의 무리한 정국운영은 국민에게 불안감 및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흐름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나름대로 ‘정당개혁’을 추진하는 여권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KBS 조사에서 신당, 특히 ‘개혁신당’에 대한 일반 국민의 높은 선호가 나타난 것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으며, ‘쇄신연대’의 한 축이 되었던 정동영 고문과 이회창 총재의 가상대결 격차(8.1%)가 상당 폭 줄어든 것도 이른바 정치권 내부의 ‘쇄신바람’이 여론의 큰 흐름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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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근 조사에서 드러난 정치권 변화 및 개혁에 대한 바람은 향후 정국에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 같은 흐름은 이회창 총재 및 야당이 기존의 反DJ 투쟁 또는 현 정부와의 대립각 키우기만으로는 더 이상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나라당에게 ‘우리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기류를 강제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야당 내부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여러 세력간 이해관계 조정이란 차원을 떠나 ‘쇄신’추진이 하나의 절대적 흐름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는 우리 정치권이 ‘개혁요구’ 여론에 등이 떠밀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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