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IMF 경제위기라는 고난의 터널을 건너면서 우리 국민들의 의식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국정홍보처는 지난 1996년에 이어 2001년에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5년간 우리 국민의 의식변화를 엿볼 수 있다.
5년 사이 한국인의 의식변화는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가족, 가정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IMF 사태 이후 이혼, 가출 등 가족해체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은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가장 중요한 가치의 하나이다. 또한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가족에게 의지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가정 내 의사결정권의 변화이다. 5년 전에 비해 부부가 똑같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놀랍게 증가했다. IMF가 가정내 평등을 신장시킨 것이다. 평등부부상을 IMF에게 주어야 할까?
하나하나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국인의 의식구조 속에서 ‘가족 또는 가정’은 가장 중요한 설명 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건강’(68.4%)과 ‘행복한 가정’(14.1%)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5년 전에 비해 ‘행복한 가정’을 중요한 가치로 꼽은 응답자는 12.2% 포인트나 줄어 들었다. 우리사회의 핵가족화, 독신 증가, 이혼 증가 등 가정의 기능 및 역할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여전히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그렇다면, 가정생활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족들의 건강’(51.9%)이나 ‘가족간의 화합’(33.7%)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5년 전에 비해 가정생활에서 ‘경제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3배 가까이(4.0% → 12.0%)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IMF로 인한 중요한 가치변화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가족의 중요성은 가족에 대한 유대감에서도 잘 나타난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90% 이상 대부분의 응답자가 ‘가족에 대한 애착심’이나 ‘가족이 어려울 때 도움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가족공동체’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어려운 일 생길 때 가족에게 의지한다’거나 ‘고민거리를 가족들과 이야기한다’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5년 전에 비해 훨씬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어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에 대한 유대감(‘그렇다’는 긍정 응답비율;%)>
이처럼 ‘가족이나 가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임은 변함없으나, 우리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태도나 가정 내에서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인식은 다소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태도는 30.1%로 ‘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다’(35.5%)나 ‘하지 않아도 된다’(34.4%)는 태도에 비해 적게 나타나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할 때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태도를 지닌 응답자는 다소 줄어든 반면 ‘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다’(30.9%→ 35.5%)나 ‘하지 않아도 된다’(32.0%→34.4%)는 태도는 늘어난 추세를 보이고 있어 결혼을 필수적인 요소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가치로 의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년 전에 비해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부분은 가정내 의사결정권에 대한 태도이다. 가정내 여러 문제를 결정할 때 남편과 아내 중 누가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 96년 조사의 경우 ‘생활비’나 ‘자녀교육’은 아내의 권한이, ‘이사.주거문제’나 ‘부모부양’ 문제는 남편의 의사결정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2001년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사에서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태도가 주류를 이룬다. 사안별로도 ‘부모 부양’이나 ‘이사, 주거문제’ 등 전통적으로 남편들의 권한이 존중되던 부분에서도 동등한 의사결정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가장에게 대부분의 책임과 권한(?)이 부과되던 시대에서 부부 공동 책임과 권한 시대로의 급속한 의식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정내 의사결정권(%)>
이상의 조사결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5년 간 한편으로는 ‘가족이나 가정’을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가치가 유지되면서, 가족간의 정서적인 유대감은 강화되었으나, 결혼이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시각은 급속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 경제위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환경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5년쯤 뒤에는 어떤 상황변수로 인해 가족의 의미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