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인터넷 사용시간이 많으니까 학교 신문보다는 웹진을 많이 보게 되요. 읽을거리도 풍부하고요." 중앙대학교 생물학과 2학년 이지현양의 말이다.
요즘 대학가 공론은 '아날로그'식 학내 언론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 매체 '웹진'을 통해 이루어진다. 웹진은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문화를 담아내는 말 그대로 온라인 잡지다.
그렇다고 기존 학내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를 떠올리면 안된다. 대학 웹진은 온라인 상에서 학내 신문보다 다양하고 때론 파격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독자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듯. 취급 분야도 시사에서 미디어 비평, 페미니즘,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웹진은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시사 웹진 DEW (dew.ewha.ac.kr), 한림대 언론정보공학부 웹진 컴온컴 (cocomm.new21.net),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 (home.pusan.ac.kr/~wallzang), 서울대 인터넷 뉴스 SNUnow (www.snunow.com),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문화비평 웹진 Eye-C (www.eye-c.net), 항공대 진보 웹진 화 (hwa.jinbo.net)등 20개가 넘는다. 학생들 사이에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는 문화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그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시사 웹진 DEW, '20대 감성으로 세상을 본다'**
99년 창간된 이화여대 시사웹진 'DEW'(dew.ewha.ac.kr)는 언론홍보영상학과 학생들이 꾸려가는 웹진 분야의 선두주자다. 서주원 편집장은 "20대의 감성으로 시사적인 문제를 바라보고 기존 언론에 가려져 보도되지 않은 이슈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이 강점"이라고 DEW를 소개했다.
시사웹진답게 지난 4월호에서는 '여성정치, 그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머리기사로 올렸다. 20, 30대 젊은 여성정치인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 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고자 한 기획이었다.
6월호 '미디어를 쏴라' 코너에서는 '영어에 습격당한 신문지면'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는 "신문은 섹션 이름에서부터 기사 제목, 문장 표현, 단어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꿔나가는 데 앞장서야 할 신문이 자기 배반을 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기성 언론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 코너에서는 매달 일간지 기사를 모니터해 베스트, 워스트 기사를 선정, 발표하기도 한다.
***여성주의 웹진 '월장', 남성들의 일상적인 폭력 고발**
지난해 창간한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home.pusan.ac.kr/~wallzang)은 어느 분야에서건 반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다면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댄다. 월장은 시작부터 '도마위의 예비역'이란 기획특집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기사에 대한 열띤 논쟁으로 학교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술자리에서의 성폭력'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다 늙은 예비역 모임의 술자리에 예쁘장한 새내기 여학생이 웃으면서 술을 따르고 있다. 옷만 살짝 바꾸면 TV서 본 넥타이들이 룸싸롱에서 기생의 접대를 받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며 대학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예비역 남학생들의 고질적인 악습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술자리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 교수님들은 예비역에게 질문을 던지고 조장을 맡기며, 여학생은 발랄하거나 어눌한 모습을 강요당해 강의실에서는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강의실에서 은연중에 벌어지는 남녀차별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
월장의 비판은 또 학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여성은 "아무 생각없고 그저 남자들의 장난감으로, 매춘녀, 색녀로 그려진다"며 김기덕, 장선우 감독의 영화를 질타했다.
3호 '吾飛伊樂 나의 쾌락 속으로 날아간다' 기획특집에서는 그간 성에 있어 수동적 입장으로만 간주되었던 여성도 스스로의 쾌락을 추구하고 말할 수 있다는 거침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사를 쓴 장태순 기자는 "기사가 자칫 선정적으로 읽히겠지만 이것은 남성 위주 성표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선정성"이라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
최근 월드컵과 관련해 '월장 대담, 진정한 스포츠우먼십을 위하여~!'에서는 여자의 몸을 '몸치'로 만드는 체육교육시스템과 여성 배제적 자본주의 스포츠를 도마에 올리는 깊이 있고 시의성 있는 분석 기사도 눈에 띄었다.
***학내 대안언론을 표방하는 인터넷 뉴스 SNUnow**
서울대 인터넷 뉴스 'SNUnow'(www.snunow.com)는 기존 학내 언론이 실제 학생들 사이의 여론화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창간된 본격 인터넷 언론이다.
학내 소식 전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민석, 민주노동당 이문옥, 사회당 원용수 후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 후보들의 장단점을 날카롭게 해부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선거 후보자에 대한 기존 언론보도 공식과는 달리 공창제, 안티조선운동, 진보 대 보수 등 우리 사회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고 후보들의 답변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SNUnow는 기사 하단에 바로 독자의견을 올릴 수 있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지난번 한 동아리의 춤 공연에 대해 "학예회 때의 촌극 수준이었다"라는 신랄한 비판을 실어 반론이 제기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웹진, 그 무한한 가능성**
이처럼 웹진의 최대 강점은 인터넷을 통한 엄청난 파급력과 독자들과의 쌍방향성에 있다. '월장'의 장태순 기자는 "대학 웹진은 접속만 하면 된다는 근접성 때문에 여론 형성 초반 단계에 있는 문제제기에 효율적이고, 급속히 퍼지는 속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시시각각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있기 때문에 종이매체보다는 훨씬 학생들의 참여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또 "웹진은 인쇄매체가 가지는 자본 부담에서 훨씬 벗어나 있어 갇힌 언론에서 열린 언론으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웹진의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종이 매체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가 꽤 있다. 실제로 초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웹진 '언론세상'과 명지대 진보 웹진 '명지꼬뮨'이 얼마 전 폐간했다.
DEW 편집장 서주원씨는 "재정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사이트를 전담해줄 전문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5월 DEW는 서버 이상으로 잠시 접속되지 않았던 일이 있다"며 기술적인 측면의 애로사항도 털어놓았다.
그러나 대학 웹진은 기존 학내 언론과 차별되는 신선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현재 대학 웹진은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기까지의 초기 진통을 겪고 있다고 보인다.
이제는 하나의 기업으로 거듭난 서울대 문화예술 웹진 '미인'(plaza.snu.ac.kr/~meein)은 웹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사람과 사회를 보겠다'며 서울대 미학과의 작은 웹진으로 창간한 그들은 서울대생 전체의 웹진, 더 나아가 문화예술 네트워크로 점차 틀을 깨면서 이제는 '두아'(www.dooa.net)라는 포털 사이트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미약해 보이는 수십개의 대학 웹진들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흔히 '모래알'로 표현되는 요즘 대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속성도 새로운 인터넷 민주주의의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대학생다운 도전의식, 사회를 보는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대학 웹진. 이제 세상을 향한 열린 언론으로 그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