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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고 이익은 곰 주인이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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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고 이익은 곰 주인이 가져간다?

[박스오피스] 1월27일~30일 전국 박스오피스

이런 걸 두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하던가. 희희낙락,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요즘 시네마서비스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왕의 남자>가 가볍게 800만을 넘겼으니까. 이제 1000만 관객을 향해 일로매진만 하면 되니까. 1000만 관객을 모으면 입장료 매출액만 700억 원이 되니까. 하지만 버선 속을 뒤집어 들여다보니 정작 배시시 미소를 짓는 쪽은 CJ다. 알고 보니 <왕의 남자>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는 돈 모두가 시네마서비스로만 가는 것이 아니고 무려 절반을 뚝 떼내 CJ로도 흘러간다는 얘기다. 게다가 CJ는 지난 설날 연휴기간을 거치면서 직접 배급하고 있는 코미디영화 <투사부일체>가 개봉 2주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니까 최근의 박스오피스 상황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벌어들인 곳은 CJ라는 얘기가 된다. <투사부일체>가 국내 영화 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설날 연휴 같은 대목시즌에는 소 귀에 대고 읽는 경전과 같은 소리일 뿐이다. CJ는 이 두 건에서 실리를 취하면서 다시 한번 업계 1위로 떠올랐다. 상장회사인 만큼 주식시장에서도 상종가를 치고 있을 것이다.   
 
왕의 남자. ⓒ프레시안무비 
  <투사부일체>가 흥행 대박을 터뜨린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이 지면에서 할 일이 아니다. 혹자는 저급한 영화가 잘되는 것에 대해 비관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영화가 별 것이냐며, 이런 영화야말로 작금의 한국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을 살릴 구원투수 격 작품이라고 얘기 할 것이다. 어떤 얘기가 옳은지, 또 어느 쪽 편을 들 건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수가 여전히 480개가 넘는다는 점을 지목할 것이다. 이 영화의 흥행은 꼭 영화가 갖고 있는 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얼마 전 <태풍>으로 덴 가슴, 충분히 삭히고 가라 앉혔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란 말은 이제 이 박스오피스 지면에서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싶다. 하지만 <무극>을 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첸 카이거에다 장백지까지 개봉 전 줄줄이 인터뷰를 하고 정성을 쏟았지만 막상 영화 뚜껑을 열자 관객들은 매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특유의 과장된 이야기 구조에다 오도된 CG 강박증(그나마 퀄리티가 A급 수준도 아니다)이 영화 전체의 얼개를 망쳤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아시아판 타임에 나왔던 장동건도 망가졌으며 궁극적으로는 첸 카이거 감독도 망가졌다. 거장의 몰락을 목격하는 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젊은 관객들이 몇몇 장면에서 키득대며 감독을 비웃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마저 아파 온다. <무극>은 한중일 합작영화사의 또 한편의 실패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오랜만에 순위로 기록되는 작품이 열 편을 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박스오피스는 10위권 안에 들어갈 작품 편수가 모자라 8위나 9위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만큼 우리 극장가가 몇몇 작품만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고, 또 그만큼 우리 영화문화가 다양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실로 오랜만에 그런 상황을 벗어났다. 박스오피스를 10위를 넘어 14위까지 기록해야 하는 것은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니다. 국내 영화계와 극장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귀찮은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열두 명의 웬수들 x2>이 전국적으로 단 9500명을 모았든, 그게 무슨 큰 일이겠는가. 그렇게 시장에서 버텨 주는 '작은' 영화들이 많아지기 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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