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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감독 제임스 맥티그 | 출연 나탈리 포트먼, 휴고 위빙 수입,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32분 | 2005년 영국 출신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에 나타난 미래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예언은 1984년이 아닌 2040년에 적중한다.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브이 포 벤데타>는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묘사한 미디어에 의해 감시당하는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어두운 비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이 일으킨 3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은 셔틀러라는 파시스트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가 됐다. 감시카메라와 도청 등 시민들에 대한 일상적 감시가 횡행하고 이민자, 동성애자, 유색인종들은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 통금 시간에 외출했다가 곤경에 처한 이비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사내 V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가이 포크스는 400년 전 영국에서 절대왕정에 항거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처형당했던 실존 인물. V는 테러를 통해 정부를 전복하고 대중을 각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형 건물을 폭파하고 정부의 주요 인물들을 암살하기 시작한다. 방송국을 점거한 뒤, 1년 후 영국 의사당을 폭파시키겠다고 공언한 V의 행동에 이비는 조금씩 동조하게 되고, V와 이비를 쫓던 핀치 형사는 사건의 내막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정부가 은폐해온 음모를 발견하게 된다.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프레시안무비
앨런 무어의 그래픽 소설 <브이 포 벤데타>가 처음 지면에 등장했던 80년대 영국은 대처 수상이 보수주의의 예봉을 휘두르던 시절이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홍역을 치루었지만 유럽에서 파시즘은 언제 다시 발호할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앨런 무어의 비판적 칼날은 정부의 철권통치를 겨냥함으로써 파시즘에 대한 경계를 환기시켰다. 20여 년이 지나 할리우드에서 번안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그때와는 또 다른 맥락에 놓인다. 9.11 테러 이후 테러리즘을 질문하는 방식이 급격히 변화했고 국제 정세의 지형도는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이러한 문제를 더 정교하게 탐험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앨런 무어와 같은 방식으로 체제 내에서 위험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지는 않는다. 테러가 겨냥하는 정부 권력이 현재의 오만한 미국 정부가 아닌, 인류 공동의 적이었던 히틀러와 나치즘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자칫 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정치적 논란을 교묘하게 비켜간다. 이 영화의 정치성은 사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행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각성이다. 테러가 파시즘에 대한 저항적 테러는 21세기의 지독한 상식이고 이것은 전혀 체제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테러리즘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절대악에 대항하는 안티히어로 V의 활약상을 통해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앨런 무어가 영화의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한 것은 자신의 무정부주의적인 시각을 할리우드가 이렇듯 대중적,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었을 듯싶다. <브이 포 벤데타>가 영리하게 확보하는 정치적 카타르시스는 시각적 쾌감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킨다. 액션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맡았고 그 세부적인 세공을 담당하는 스탭진이 그대로 동참한 덕에 영상의 파괴력은 이 영화에서도 만만치 않다. V의 액션 연출은 그 중 백미다. 무용하는 듯한 유연성과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를 갖춘 그의 액션은 칼로 총을 압도하는 클라이맥스에서 혼을 빼놓을 정도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었던 휴고 위빙이 V역을 맡아 단 한번도 가면을 벗지 않고 동작과 대사를 통해 V의 고뇌와 분노, 그리고 복수심을 표현하는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비 역의 나탈리 포트먼도 삭발까지 하며 분투했지만 영화가 V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지는 탓에 기대보다는 역할의 비중이 적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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