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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더 이상 길거리 기술축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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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더 이상 길거리 기술축구가 아니다"

[기고]유럽 축구 뺨치는 브라질 축구의 체력 훈련

월드컵에는 여러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월드컵 개최지가 유럽일 경우 유럽 팀이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남미 팀이 우승컵에 키스한 적은 단 한 번.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했을 때다.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1순위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이 유럽에서 또 다시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점점 유럽화 되어 가고 있는 브라질 축구의 현주소를 전 청소년 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다. 박 전 감독은 2001년 브라질 축구 클럽과 축구 아카데미를 둘러보며 브라질 축구를 경험한 바 있다.〈편집자〉

브라질 축구라고 하면 흔히 길거리 기술 축구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의 유연한 개인기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브라질 축구는 유럽 축구의 장점을 자신들의 축구 스타일에 접목시키기 위해 힘써 왔고, 과거의 순수한 기술 축구 스타일에서 탈피했다. 1994년 수비 축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현 브라질 대표팀 감독)는 브라질 축구가 나아갈 지향점을 보여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브라질 특유의 기술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강한 체력과 끈끈한 조직력의 결합이다.

지난 2001년 브라질 클럽에서 연수를 받을 때 여러 축구 아카데미를 둘러보며 이런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음악, 미술,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브라질의 어린이들은 축구 아카데미에서 '축구 수업'을 받고 있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1970년 월드컵에서 펠레와 함께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히벨리누가 운영하는 축구 아카데미(상파울루)에 갔을 때다. 통역을 통해 나는 히벨리누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뒤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풋살 경기장 처럼 생긴 곳에서 선수들은 1주일에 두 번 정도 한 시간 가량 훈련을 한다는 게 히벨리누의 설명이었다. 한 마디로 이 곳은 어린 선수들에게 볼 트래핑, 드리블, 패스 등 축구의 기본기를 반복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었다. 히벨리누 축구 아카데미는 어린 선수들이 브라질 프로 클럽에 가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축구 보습학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했을 때 재능이 있는 선수는 많았지만 의외로 이들이 기본기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나에게 히벨리누 축구 아카데미는 좋은 본보기였다.

브라질 축구의 힘은 길거리 축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많다. 빈민가에서는 양말 뭉치 등 뭐든지 공을 대신할 것만 있으면 축구를 즐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빈민가에서 볼 수 있는 길거리 축구가 브라질 축구의 전부는 아니다. 브라질 선수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다는 '삼바 리듬'의 율동감도 현재의 브라질 축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브라질에는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어릴 적부터 기본기를 가르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기본기와 함께 브라질 축구 클럽들의 체력 훈련은 상상을 초월한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브라질 축구 클럽(주니어 팀)의 훈련 프로그램대로 선수들에게 훈련을 시켜봤더니 70~80%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근육이 뭉쳐서 선수들이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브라질 선수들은 이런 체력 훈련을 어떻게 이겨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브라질 축구 클럽의 주니어 팀에서 성인 팀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선수는 고작 2~3명뿐이다. 축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미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춘 주니어 선수들은 체력 훈련 때마다 어금니를 깨물고 최선을 다한다. 언뜻 보면 호리호리해 보이는 선수들도 상의를 벗은 모습을 보면 근육이 매우 잘 발달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리 거친 수비를 상대할 때도 자신의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게 해주는 체력 훈련의 덕택이다.

더욱이 이들이 브라질 축구클럽 성인팀에 가면 한 시즌 동안 살인적인 경기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것도 무더위와 싸워가면서 말이다. 내가 브라질에 있었을 때 팔메이라스는 한 시즌 동안 무려 94경기나 치렀고, 상파울루도 70경기 이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파울루 팀의 피지컬 트레이너에게 "다음 시즌까지 3개월의 여유가 있는데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1주일에 8회씩 체력훈련을 시킬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시즌 동안 주전 선수들이 체력 걱정을 하지 않고 많은 경기에 뛰려면 이 정도 훈련은 해야 한다는 의미다.

브라질의 수비 시스템은 철저하게 화끈한 공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브라질 대부분의 클럽들은 포백 수비를 쓰고 있는데 막상 경기를 보면 스리백 수비처럼 보인다. 포백 수비면 수비수가 4명이어야 하지만 좌우 측면 윙백들은 미드필드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고 수세에 몰렸을 때만 수비라인으로 내려온다. 한편 좌우 측면 미드필더들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근접해 플레이를 펼친다. 브라질 특유의 세밀한 패스를 하기 위해 스트라이커와 측면 미드필더들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공격을 펼치는 격이다.

브라질의 포백 수비가 이렇게 변형된 이유는 오프사이드 트랩과 연관이 깊다. 브라질 공격수들의 개인기가 워낙 출중해 일자 형태로 늘어선 포백 수비수들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쓸 경우 자주 실점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브라질 클럽에서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잘 쓰지 않고, 덩달아 포백 수비도 일자 형태가 아닌 형태를 띄게 된 셈이다.

브라질은 강점이 너무 많아 이루 열거하기도 힘든 팀이다. 분명한 것은 브라질이 더 이상 길거리 기술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미 유럽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조직력과 체력이 있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볼 다루는 능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직력을 강조한다.

현 브라질 대표팀에서 한 가지 문제가 될 게 있다면 카푸(36)의 노쇠화다. 카푸는 오른쪽 윙백으로 왼쪽 윙백인 카를로스와 함께 브라질 축구의 핵심요원이다. 하지만 윙백으로 뛰기에 카푸의 기동력은 많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카푸의 후계자'로 불리는 시시뉴를 월드컵에서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카푸와 떠오르는 스타 시시뉴를 사이에 놓고 브라질 파레이라 감독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독일 월드컵에서 놓치치 않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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