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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스위트룸 Where the truth lies

감독,각본 아톰 에고이안 | 출연 케빈 베이컨, 콜린 퍼스, 알리스 로만 수입 Media So So | 배급 미로비전 |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08분 2005년 <스위트룸> 포스터에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이름은 감독 아톰 에고이안이다. 1994년 작 <엑조티카>와 97년작 <달콤한 내세>로 각각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그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주제 면에서는'가족 트라우마'와 '관계의 파국'을, 스타일상으로는 다층적이고 퍼즐 같은 내러티브 구성을 즐겨 썼던 그의 전작들은 영화제를 제외하곤 국내엔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스위트룸>같은 경우는 스타 배우를 출연시킨 할리우드 장르영화라는 튼튼한 외피 덕분에 개봉 기회를 갖게 됐다. 원작이 미국추리작가협회 에드가상 수상 경력의 루퍼트 홈스의 소설이란 점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이 영화의 대중성과 품질, 모두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까지 한다.
스위트룸 ⓒ프레시안무비
즉흥적인 악동 이미지의 레니(케빈 베이컨)와 지적이고 신사적 매너의 빈스(콜린 퍼쓰)는 1957년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 듀엣이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에 그들의 사생활은 약물과 섹스에의 탐닉으로 얼룩져 있다. 35시간 연속된 소아마비 기금 모금 생방송을 마친 두 사람이 돌아간 호텔방에서 웨이트리스 모린의 시체가 발견된다. 알리바이가 입증돼 두 사람은 간신히 용의자 혐의를 벗지만 이 사건 이후 두 사람은 결별한다. 15년이 지난 후, 야심찬 젊은 저널리스트 카렌은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힐 책을 내기 위해 빈스와 접촉하고,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레니와 마주치는 행운도 잡는다. 카렌에게 레니의 자서전이 배달되고 인터뷰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카렌은 화려한 쇼비즈니스 이면의 추악한 비밀들과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루퍼트 홈스의 원작이 창조한 이 미로 같은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 아톰 에고이안은 시각적으로 은밀하고 자극적인 기운을 더한다. 스위트룸의 문이 닫히는 순간 문 뒤에 남겨진 관객은 금기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받고, 욕조 안에 숨져 있는 살벌한 모린의 시체는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진 추악한 파탄을 은유한다. 화창한 한낮의 마이애미 햇빛이 영화에 내리쬐지만 스위트룸에서 스며나오는, 필름 누아르의 정조는 진하고 독하다. 인물의 내레이션들이 뒤섞이고 시간 순서도 혼재할 뿐만 아니라, 많은 캐릭터들이 얽혀 있는 반전의 급격한 활강 탓에 영화는 가끔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질주한다. 그러나 비밀을 알고 나니 두 번째 관람이 오히려 훨신 즐거웠다는 미국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말처럼 미스터리 구조만이 이 영화의 결정적 재미는 아니다. <스위트룸>이 촉수를 뻗는 테마는 쇼비즈니스 세계의 이면, 아슬아슬한 욕망과 애증의 파탄을 넘나든다. 고농도의 섹스신 묘사와 고강도의 스릴러 얼개를 통과하면서 파멸을 맞는 관계의 양상을 지켜보는 일은 보는 사람의 얼을 빼놓으면서도 한편으론 비통한 뒷맛을 남긴다. '진실이 놓인 곳'이란 원제처럼 진실의 추구는 영화를 내내 관통하는 문제의식이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는 카렌처럼, 영화 역시 단지 미스터리의 해결만이 영화에서 얻고 가는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 두 배우의 호연은 영화에 만만찮은 힘을 보탠다. 비정상적이고 어두운 구석을 품고 있는 캐릭터에 일가견이 있는 케빈 베이컨은 여자를 유혹하고 약에 취한 난봉꾼 래니에 적역이다. 반대로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를 통해 달콤한 영국 신사의 대명사가 된 콜린 퍼스는 <스위트룸>을 통해 그간의 이미지를 단번에 벗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미스터 다아시'를 기대했던 여성 관객들에게는 실망이겠지만 충격적인 폭력과 섹스에 연루되고 모멸감을 평생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는 빈스 역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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