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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내 곁에 있어줘 Be With Me

감독 에릭 쿠 출연 테레사 첸, 싯 켕 유, 치우 성 칭, 에잔 리, 사만다 탄 수입 CJ엔터테인먼트, CJ CGV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2세 관람가 | 시간 93분 | 2005년 시종일관 조용하다. 싱가포르 거리의 나른함과 네온싸인의 격렬함이 공존하고 있지만 스크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또 아낀다. 기껏 토해내는 대사라고는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작은 신음이 전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내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희망과 절망, 사랑과 미움의 감정은 피할 수 없는 화살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싱가포르 감독 에릭 쿠의 <내 곁에 있어줘>는 이렇듯 소리없이 다가와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영화다. 음향효과나 대사가 거의 없고 이야기의 전개를 자막에 의존하고 있지만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이러한 장치들이 사랑과 삶이란 주제를 도드라지게 하며 절실함을 낳고 있다.
내 곁에 있어줘 Be With Me ⓒ프레시안무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노년의 남자는 여전히 아내의 식탁에 수저를 놓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삶의 터전인 식료품점에서 아내를 추억하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며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할 뿐이다. 요리솜씨를 발휘해 아내를 즐겁게 해주는게 유일한 낙이었지만 이제 그의 음식을 맛보는 건 가끔 집에 들르는 아들이 전부다. 10대 소녀 재키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또래의 동성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사랑이란 감정에 행복해하며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자신의 삶을 지배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자신의 문자메시지에 답을 피하는 그녀가 답답하기만 하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피하는 그녀. 결국 그녀의 뒤를 밟던 재키는 남자친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에 절망한다. 빌딩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끊임없이 식욕을 채우는 또 다른 남자는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와 덜떨어진 행동에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소외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인생의 낙이 생겼다. 빌딩에 근무하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한 이 남자는 CCTV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다.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던 남자는 수줍게 편지지를 사들고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써내려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이 없이 진행되지만 각자의 사랑을 소리없이 표현해 낸다. 그리고 결국엔 실존인물이자 영화에 직접 출연한 테레사 챈이 등장해서부터는 조금씩 그 연결고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관심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테레사 챈은 자신의 의지하나로 미국에 건너가 삶을 개척한 인물. 싱가포르에 돌아와 노년을 보내던 그녀는 암흑의 세계를 헤쳐가며 가슴저린 사랑에 빠지기도 했던 자신의 인생을 구식 타자기를 통해 이야기한다.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아들 덕분에 테레사의 인생을 알게 된 노년의 남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피어난 그녀의 삶에서 희망을 발견하곤 다시금 생을 이어간다. 물론 사랑에 아파하며 삶을 포기하려고 하거나 예상치못한 사건이 삶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노년의 남자가 사랑을 잃은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켰다면 어린 재키와 무뚝뚝한 경비원의 삶은 그리 순탄치않다. 테레사 챈의 인생사는 나레이션 없이 자막으로 처리되며 영화는 이 세 사람의 행복과 절망, 삶과 사랑의 고통을 말없이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테레사 챈이 띄엄띄엄 자판을 퉁기며 "내곁에 있어줘. 사랑하는 이여…"라고 써내려가는 마지막 자막은 스스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짚는 모습이기에 더욱 절실한 사랑의 아포리즘이 되어 관객들의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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