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치개혁 위해선 대통령부터 비판적 자기성찰 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치개혁 위해선 대통령부터 비판적 자기성찰 해야"

<김민웅-김호기 대담> '대연정론'을 넘어 '정치개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연정 제안은 정작 정치권에서는 냉랭한 반응을 받은 반면 사회적으로는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비판과 질타가 훨씬 컸다.

이에 <프레시안>은 대연정론 자체에 대한 논란을 한 단계 넘어서서 한국 정치의 어떤 요소가 이런 비상식적인 정치 제안을 불러 왔으며, 그것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우리가 이번 논란에서 취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를 두루 짚어보았다.

대담은 김민웅 <프레시안> 기획위원과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맡아주었고,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이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노 대통령 발언, '부적절한 시기 선택' '일방적인 방식'부터 문제**

박인규 : 한나라당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대연정론'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안기부 도청 문제로 정계, 경제계, 언론계 간의 권력 유착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고 6자회담이 진행 중인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데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반응은 부정적인 것으로 정리되는데, 우선 대통령의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데에서부터 얘기를 풀어보았으면 하는데….

김민웅 : 지적했던 대로 안기부 도청 문제로 도청의 불법성과 우리 사회 권부의 유착관계에 대한 정치․사회적 고민이 진행되고 있고, 6자회담이라는 또 다른 중대 관심사 역시 진행 중이다. 그런 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다는 것은 대통령과 현 정부가 앞의 두 문제를 과연 진지하게 풀어나갈 의사나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만한 상황을 빚어냈다.  대통령의 관심 자체가 혹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두 깊이 걱정하는 문제에서 혼자서만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사회적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주관적일 수 있어 이 자리에서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다만, 본질에 대한 논의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에는 대통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겨진다.

박인규 : 시기를 제외한 다른 문제점도 지적이 되고 있다.      

김민웅 : 제안하는 자세 역시 정서적으로 국민들에게 거부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스스로 만들어냈던 것은 아닐까? 간담회에서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는 정치인은 성공치 못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는데 그 동기와 고뇌를 최대한 이해하는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역사의 대의에 대한 '개인적 확신'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 자체가 그대로 권력일 수 있는 최고 권력자로서 자칫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은 없었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자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자신의 논리에 대해 국민에게 '의기양양'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뿐 아니다. 그런 자세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자유롭고 열린 토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사회적 합의를 설득력 있게 이끌어내는 논리와 과정이 충분치 않은 일방적 독선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논리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단죄의 칼을 뽑아든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호기 :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역주의를 넘어서자는 순수한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고 국가 장래에 대한 충정으로 읽을 수도 있다. 다른 쪽은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고 국면 전환용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시기상으로는 8월 말부터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서서히 레임덕이 나타날 수 있어 정치 개혁의 아젠다를 던질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아니라도 마지막 시기일 수는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굳이 이 시점에 정치적 이슈를 끄집어내야만 했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큰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본다.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재차 연정을 제안하게 된 의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긴 했으나 그에 대한 시민사회 반응 역시 당혹스럽다는 것이 주를 이루니 이런 반응이 계속될 경우에는 청와대에서도 국민 설득을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김민웅 : 대통령의 그런 태도는 늘 나름의 승부수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자신감에 기인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본인의 접근방식이 그 시점에는 당장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받아들여졌다는 경험이 주효했던 것 같다.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 상황이 대통령의 의사대로 굴러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연정 제안이 정중하지도 않고 그 후속 설명에도 상대에 대한 힐난이 배어있다면, 그 제안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의에 합치한다고 해도 우선 반발만 사고 말 것이다.

이런 자세인 한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여러 차원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을 얼마나 진솔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은 시민운동에 대해 언젠가 "대안의 모색이 중요하다" "비판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은 바로 그 대안의 모색자로서 선출된 것이다. 시민운동이 대안제시의 주체라면 대통령은 무얼 하려는가? 시민운동은 때로 대안도 내놓지만, 때로 그 비판 자체가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도록 만들고 그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촉진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오로지 그것 때문에 현재 우리의 정치 상황이 한계에 봉착했고 돌파구가 닫혀 있는 것인지는 면밀히 짚어봐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나 미숙 또는 정치권의 논의구조 취약 등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서 역사의 대의에 일치하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게 하는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지 않나?

***"탄핵 국면과 이번 연정론엔 차이점과 공통점 모두 있어" **

박인규 : 지난 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야당이 모두 거부해도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더라. 연정 구상 자체가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제안 자체가 논의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통보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김민웅 : 대통령은 자신의 제안이 우리 사회에서 폭 넓게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혹스럽게도, 결론은 이미 정해졌다는 식이다. 남은 것이 자신의 결론을 상대가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뿐이라면, 그것은 일방적 통보에 불과하다. 나아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관련해, '이런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다니 참 어리석다'는 식의 이야기가 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또 우리 사회가 연정론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라면 연정 이상의 것이라도 무엇을 못하겠는가? 우리 사회의 진로가 달린 것이라면, 기존의 법이나 제도를 뛰어넘어 선택해야 하는 사안도 있을 수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수준에서, 이 연정이 왜 꼭 필요한지, 그리고 이 대연정의 틀 속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꼽는 정치적 과제들이 해결의 기미를 보일 수 있을지 묻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담론은 연정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왜 잘 안 되고 있는지, 여소야대의 구조가 그 잘못된 정치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만일 대연정이 불가능해지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세력이 향후 정치파행의 원인제공자가 되는 것인지 등을 묻고 있는 것이다. 

김호기 :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정치 스타일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통치 스타일은 굉장히 탈권위주의적이며 긍정적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정치 스타일은 다분히 모험가적이다. 의제를 던지고 시민사회의 반응을 살핀 다음 경우에 따라서는 국면이 불리하더라도 돌파해 보는 식이다. 재신임, 탄핵 등의 국면을 거치면서 이 방식이 정치적으로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연정 문제는 좀 다른 것 같다. 연정은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 질서로 나가야 하며 한국 정치가 어떻게 재조직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를 담고 있고, 좀 더 깊은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 이슈에 따라 제기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민웅 : 탄핵과 연정이라는 두 사건은 서로 그 발생 조건이나 의미가 엄연히 다르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공통점이 있다는 대목도 놓쳐선 안 된다.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질서라는 것이 국민적 인식이다. 대통령의 권력이란, 개인의 사유물처럼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지로 이양하거나 나눈다든가 또는 정권교체와 다를 바 없이 넘겨주거나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탄핵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시민사회가 대통령의 위상을 강력하게 방어한 것은 개인 노무현이 아니라 대통령 노무현이었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국민적 권위를 지켜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걸 정치적 거래의 대상처럼 반대급부의 범주에 넣어 이야기한다면 정치공학적 논법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지난 대선은 사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를 세운 측면도 있는데, 이번 연정 국면에서 대통령 개인이 이를 뒤집어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당혹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노무현 정권 수립의 역사적 기초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시각을 정부 여당이 좀 더 곰곰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지역주의 극복책인지도 의문" **

박인규 : 대통령은 연정이 목표가 아니라 정치개혁을 위한 충정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연정이 정치개혁을 위해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김호기 : 한국 정치가 형식상으로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서로 다른 이익을 조정해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한국 정치가 이처럼 비정상적인 내용을 담게 된 주요 원인이 지역구도에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푸는 방법으로 연정론을 제시했다. 이 같은 논리에서 전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쪽이 많을 수 있으나 후자의 방법론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은 오스트리아나 독일을 성공 사례로 꼽고 있으나 대연정이 성공한 외국의 상황이 현재 한국과 유사하냐 하면 꼭 그렇지 않고, 우리 정치에서 대연정만이 유일한 대안이냐 하면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정책공조 등 다른 방법이 많고 대연정은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인데 왜 굳이 대연정이라는 방법을 선택하려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박인규 :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지역구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편인가.

김호기 : 지역구도와 지역주의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지역구도는 정치적인 개념이지만, 지역주의는 사회, 문화, 의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선거구제 개편으로 지역구도는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영남, 호남에서 특정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표면적으로 지역구도는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구제 개편만으로 지역주의가 극복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단초가 될 수는 있겠지만 박정희 시대에 고착화된, 또 양김 분열로 강화된 지역주의 극복에 선거구제 개편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특정정당의 특정 지역에서의 압도적 득표율이 과연 변화될 수 있을까? 그럴 여지는 있겠으나 선거구제 하나로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중장기적인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사회, 문화적 의식 변화가 수반돼야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

김민웅 : 우선, 지역주의 극복이 최종 목표라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라는 역사적․현실적으로 그 효율성이 입증된 방법이 있는데, 정부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기적이고도 구조적인 노력들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적 충격으로 이를 풀어보겠다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 게다가 이번 대연정의 제안 과정에는 내각제 전환에 대한 논의도 보이는데, 내각제는 자칫 지역 맹주의 역할을 강화해 지역할거주의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섣불리 내각제를 할 경우 지역주의 해결이 아니라, 기존의 지역주의가 새로운 양식으로 심화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주의 돌파가 대연정 제안의 배경이라는 논리보다, 이런 식이었다면 어땠을까? 가령, '향후 한반도 정치는 남쪽의 정치와 북쪽 조선노동당의 정치가 큰 판을 벌여야 한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국제적 사고도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 미래를 내다볼 때 남쪽 내부의 여야 간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다. 따라서 무언가 크게 엮어서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그 역량을 고도로 집중, 재배치하는 관점에서 대연정 또는 새로운 거국정당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지역주의는 이러한 논리 안에서 용해되고, 국가적 목표와 국제적 도전에 대한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정치의 큰 판을 바꿔나갈 수 있는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에 연정을 제안한 데에는 이런 지역주의 문제 외에도 여소야대의 현실이 많이 고려된 것 같다. 그러나 정치는 수보다는 궁극적으로 질이 아닐까? 탄핵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연합을 통해 압도적인 세를 과시했지만, 이 수는 여론의 심판에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은 내용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대통령은 국가적 과제들을 놓고 고민하고 몸부림치면서 어떻게든 충정으로 이 문제들을 풀고자 하는데 야당이 쓸데없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대통령을 뽑아놓았지만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정치 환경이 부재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면, 이번 연정 제안에 대해서도 아마 지금과는 반응이 달랐을 것이다.

김호기 : 현재의 정당정치, 정치문화를 재검해봐야 할 시점에 온 것은 확실하다. 대통령 중심제가 갖고 있는 부정적 측면들이 적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 비판과 협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지난 연말 4대 입법 추진과정을 봐도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극단적 대립의 정치가 과도하게 노정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이제는 시민사회의 이익이 다원화돼 어느 한 세력이 50% 이상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졌고 유사 세력들끼리의 연합이 불가피한 시점에 와 있다. 내각제도 고려해 봐야 하나 시민사회에서 권력 연장 음모를 떠올려 활발하게 토론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개헌의 시기를 두고 보더라도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사이에 하자고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정치권, 법조계, 시민사회가 함께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권 주자가 가시화되면 될수록 이해득실에 따라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문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결선투표제 도입 등과 같은 이슈는 연정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7년 헌법 개정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내내 아쉽다. 자칫 논의만 하다가 다른 정권으로 넘어갈 소지가 높으니 좀 더 일찍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연정도 결국은 정치적 소통의 문제" **

박인규 : 김민웅 선생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김호기 선생은 우리 사회의 허약한 정치구조를 지적해주었지만 거시적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가 문제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넘어가보자.

김민웅 :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동안 정치권에 분열과 배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라크 파병 결정처럼 여야가 함께 결론 내린 사안도 적지 않다. 또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노선 차이가 크지 않다는 대통령 발언도 어찌 보면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일정하게 보수화했고,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은 일부 개혁적 면모를 가지려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수렴 현상도 관찰된다. 대연정 이전에 보수적 연대는 이미 일정하게 진행돼 온 셈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원천적으로 민주당이 반개혁적이라고 지탄하면서 분당을 결행했고, 한나라당이 수구냉전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 온 과정이 있다. 기본적으로 개혁적 요소를 '여당의 진실'로 내세웠던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발언, 의중, 결심, 선택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겪어 온 측면이 있다. 이는 당 내부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음을 뜻하고, 대통령 자신도 개혁적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도력 발휘라는 측면에서 일관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 결과다.

또 서민의 입장에서 특권 구조를 혁파하라던 대통령 당선자 시절의 국민적 요구를 대통령이 그 뒤에 얼마나 실현하려고 노력했을까? 재벌에 대한 혁파의지는 어느새 꼬리를 감추고, 재벌과의 동맹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대통령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대기업과 적대적 관계에 서라는 것이 아니라, 특권적 경제구조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서민들의 요구와 일체화되지 못한 것도 정치적 리더십의 약화 요인이 아닐까.

대연정 제의가 그간의 효율적인 정치적 소통구조 창출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봤을 때, 이와 같은 큰 화두를 던진 뒤 대통령의 소통 능력도 논란거리가 된다. 가령,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오지 않는데 어쩌라는 말이냐는 수준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치권과 진솔하게 소통하려 해야 하지 않았을까? 미국의 정치문화는 특별해서 그걸 문제 삼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그렇게 나서면 비딱한 눈으로 본다는 식의 주장은 소통의 노력을 최대한 하지 않은 데 대한 구실처럼 들릴 수 있다. 정치적 반대자를 비롯해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 꾸준히 축적되었더라면, 오늘날 대통령의 지도력은 다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김호기 : 아무리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갈등과 대립을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하지만 우리 정치사회의 갈등 비용은 너무 크다. 갈등과 대립 구조는 좀 더 생산적이어야 한다. 정치 내적으로 대립을 상생으로 변화시키는 역량도 취약하지만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등 외적 조건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는 분명 하나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대한민국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의 목적이 갈등의 해결이라면 이번 대연정 발언은 나름대로 일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제기 방식은 사려 깊었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국민들이 아마도 '느닷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느닷없음에 대한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상당히 탈권위적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너무 깃발을 들고 달려가는 것 같다.

김민웅 : 정치 지도자가 국민들의 폭넓은 이해를 미처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때도 있다.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의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꼭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합의를 위한 조건을 얼마나 만들어 가려고 하느냐가 문제다. 특히 대통령은 워낙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소통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권력의 성채에 쉽게 갇혀버릴 수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경계돼야 한다.

***"정치권이 정치적 대화의 방법을 모르는 게 근본적인 문제"**

박인규 : 그런 소통구조가 집권세력, 대통령만의 책임일까. 야당, 언론,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없나.

김민웅 : 우선 집권 여당의 일차적 책임은 분명하다. 대연정 발표 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때의 말을 봐도 우리 정치사회의 소통 장애를 뚜렷이 느낀다. '한나라당은 내 글을 제대로 읽고 그렇게 얘기하냐'고 대통령이 불만스러워 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얘기할 수 있는 소통 기회부터 만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화두를 던져놓고 '내 의도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소통의 막힘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존심 세우고, 비난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논제는 소멸되어버리는 정치사회적 낭비가 심하다. 먼저 칼부터 뽑고 이야기하는 식이 아니라,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인간적으로 자신을 최대한 나누는 가운데 논의를 진전시켜나간다면 어려운 문제도 상대적으로 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호기 : 국민들이 연정론에 작지 않게 공감하는 대목은 '한국정치가 현재 비정상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진단 부분인 것 같다. 일차적 책임은 정당들에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 후 집권여당답게 주도권을 행사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지지율 하락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은 바람직했나. 그렇지 않다. 4대 개혁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국민 다수 입장에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야당에 바라는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보수적 개혁세력이다. 그러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행태도 적잖이 보여 왔다.

정치개혁이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인 한 언론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바람직한 정치구조 형성에 일조해야 하는데,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편승하고 즐기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도 없지 않다. 원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는 상호 견제하면서 발전하게 되는 것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사회의 대립구도가 언론의 대립구도로 전이되고 이것이 다시 정치사회의 대립을 강화함으로써 두 개의 한국을 갈수록 고착시키고 있지 않나.

이런 면에서 정치개혁은 어떤 식으로도 중요하다. 일부 보수언론의 '경제 위기가 심각한데 왜 대통령이 정치개혁 화두만 붙잡고 있느냐'는 것은 정당한 비판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기한다고 6자회담,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는다. 현 국면에서 정치개혁 아젠다도 중요하다. 다만 방법론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국회 내 정치개혁특위, 여야합의 등의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 선거구제 개편문제를 포함해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제도의 활성화도 생각해야 한다.

김민웅 :  결국 정치권이 정치적 대화의 방식을 잘 모르는 게 근본적인 문제 아닌가 싶다. 자기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과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정서적인 손상 없이 정치적 비판을 주고받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공감할 부분을 찾는 방식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그 다음 단계의 발전은 힘들 것이다.

***"한나라-우리 노선차 무시하고 '보수적 연대' 설정" **

박인규 : 두 분이 '정치가 위기'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 김호기 교수는 '구조', 김민웅 교수는 '구체적인 실천'을 지적하셨는데 둘 다 필요한 것 같다. 집권세력은 지금 정치적 실천의 부족을 반성하기보다는 구조를 탓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행위를 통한 대화 관행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얘기를 돌려보자. 현 체제를 87년 체제라고 하는데 절차적 민주화 외에 내용적 민주화는 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정치지도자들은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데 정작 민생에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들이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학습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87년체제가 사회 전체의 수요를 반영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호기 : 87년 체제를 얘기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해방 60년의 역사를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라고 하는데 나는 민주화가 산업화 위에 있는 가치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최근 논의들이 87년 체제의 성취를 너무 쉽게 무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87년 체제를 변화시키자는 것과 87년 체제를 극복하자는 것은 별개다. 87년 체제의 성취는 결코 작지 않다. 이러한 민주적 성취들의 합리적 핵심은 갖고 있으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지, 이제 와서 보니 87년 체제의 명암 중에 암이 크니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그간 시민사회가 고난 속에서 이룬 성취를 너무 쉽게 무화시키는 것이다.

3김정치며 탄핵이며 우여곡절을 거쳐 상당히 진전된 형식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경제, 사회민주화라는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헌 논의 중에 사회권을 강화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사회적 민주화를 향한 걸음마를 뗐다고 본다.

문제는 경제․사회의 민주화를 주도할 정치 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데에 있다. 단적인 예가 4대 개혁입법의 진행과정이다. 과거사, 언론, 교육,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적 민주화의 핵심의제들인데 기대했던 진전을 못 이뤘다. 우리가 달성해야 할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질서인데 정치세력은 20세기에 갇혀 있는 것이다.

대연정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제기됐다고 본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는 정치적 전망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재 정치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엔 국민들이 공감한다. 다만 그 방법론으로서 연정이 과도하게 부각됐다. 어떤 사회에 있어서나 주어진 문제가 교착됐을 때는 역사적 대타협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지금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통해 성취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김민웅 : 대연정이 형태만 바꾼 채 앞으로 만일 보수대연합의 흐름으로 간다면 그야말로 역사의 대의를 거스르는 것이 될 것이다. 개혁적 정치변화의 경쟁을 통해 하나로 수렴되어가는 정치라면 모르겠니와 말이다.

그리고 이 참에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논의 또한 진전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기본 체제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두 가지 사건이 그간 터진 셈이었다. 부동산 파행으로 토지 공개념이 주목받은 것과, X파일 건으로 인한 독점자본 삼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분위기가 일정하게 이뤄진 대목이 주목된다. 자본주의도 그 양태가 딱 어떤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만치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요구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남과 북의 관계도 경제교류나 협력의 차원에서 끝날 게 아니라, 새로운 대안체제의 모색을 위한 계기와 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과제와 그에 따른 논의가 어떻게 새로운 정치구조에 반영될 것인지 장기적 고민도 필요하다.   

박인규 : 87년 체제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제도적 성과는 대단하지만 그 틀에 걸맞은 내용, 정치적 실천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즉 집권당이 정치구조의 문제를 자꾸 들고 나오는데 과연 우리가 갖고 있는 구조 내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이 그나마 얼마나 이뤄졌느냐는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여하튼 어차피 권력을 쥐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선거제도와 지역주의 개편을 위한 연정을 화두로 던졌으니 이에 대한 대응방향과 전망으로 얘기를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연정론의 진정성 인정 받으려면 대통령부터 자기성찰 해야" **

김호기 :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제의 목적이 '선거제도 개편'에 있다고 말하지만 고질적인 지역주의 문제는 국회 내 정치개혁특위를 제대로 재가동하고 시민사회의 논의를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우리 정치권은, 거칠게 말하면 너무 후안무치하다. 자신들의 이익에 관한 문제면 모든 사안을 침묵하거나 미루려고 하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은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서 경제나 사회문제 조정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개혁의제들이 미뤄지고 있는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한나라당이 서로 동의하는 개혁의제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의제들부터 우선적으로 풀어가면 되지 않겠나.

또한 정치권이 연정론에 너무 정략적으로만 대응하는 것 같다. 의제에는 물론 정치적 의도도 있겠지만 순수한 의미도 있는데 다들 너무 득실계산에만 집중한다. 정치인들은 자기 지역구만 보고 뛰지 말고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숱한 정치적 의제들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그냥 소비돼 온 것과 달리, 이번 대연정을 포함한 정치개혁 제의 가운데 공감을 얻고 있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그 '합리적 핵심'만은 제대로 논의됐으면 좋겠다.

김민웅 : 각 정파나 언론이 이번 제안에 정치공학적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일단 초기에는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그 의구심이 명확한 현실적 근거를 갖는 온당한 의구심인가의 문제 이전에 제안의 시점이나 대통령의 자세로 미뤄볼 때, 그런 의구심의 제기 자체가 반드시 부당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걸 풀어주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숙제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연정 제의가 우리 정치의 한계를 돌파해보려는 고뇌의 반영인 측면도 없진 않다고 하겠다. 정책이나 이념, 또는 합리적 대안 모색보다 지역주의적 이해가 우선권을 갖고 있다고 보는 대통령의 갑갑함은 일면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막힌 정치문화를 돌파하려면 대통령도 자기비판적 성찰이 심화돼야 할 것 같다. 대통령 역시 상대방을 향해 '몰이해한 자세' '정략적 반응'이라고 대뜸 비난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여러 비판 중에도 한국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산물이 있다고 수용해야 다음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대연정 논의가 계속 진화해나갈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정치개혁의 진로가 선택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대연정 제안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메랑이 되어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당 내부의 의견충돌과 분열상태의 심화는 대통령 자신에게 막중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왕 이러한 논의가 제기되었으면, 이를 노무현 정부 후반기 권력관리 프로그램의 수준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모순, 남북과제, 국제관계의 숙제를 용해시킬 수 있는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고민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선이든, 개헌논의든 또는 정치세력의 헤쳐모여이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여러 연대이든, 향후 우리가 직면하게 될 과제를 현재의 우리 정치구조나 정치문화가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 제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호기 : 문제의 핵심은 대연정이라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치권 자체에 내재해 있다. 시민사회의 의제를 정치권이 받아서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작동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정치권은 이를 방기해 오고 있다. 이렇게 시민사회의 의견을 외면하는 정치적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중심이 흔들려 책임 회피가 계속되는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정치권의 자기계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6자회담, 국제문제 이런 것도 이러한 저효율의 정치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별개의 사안이 아니고 정치를 중심으로 다 긴밀히 맞물려 있는 문제들이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한다.

김민웅 : 지난 시기동안 우리 정치는, 큰 흐름으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45년 체제를 기반으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세계적인 흐름을 보자면 그 45년 체제의 산물인 미국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이 45년 체제와는 결별하게 될 다극화 질서가 태동해가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이번 6자회담도 그런 세계체제 전환의 교차점 내지는 진입기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지난 세월 의존했던 세계적 구성요소가 바뀌고 있고, 이에 담겨 있던 구체적 역학들이 변화하고 있는 시기다. 따라서 우리는 그간의 대내적 민주화 과제를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마무리지어가면서, 앞으로는 국제현실의 큰 판을 읽어내면서 여기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역량이 절박하게 필요할 것이다. 이를 내다보면서 우리 정치의 기본적인 틀을 바꿔나가는 노력을 지속해갈 때, 지금의 여소야대 논란이나 대연정론을 둘러싼 협애한 정치 공방의 수준을 넘어서서 큰 관점을 확립하고 그에 따른 실천을 구체화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정론'에 구속되지 말고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박인규 : 긴 시간 대화를 통해 이번에 제기된 연정론, 그 중에서도 대연정론이 갖는 여러 가지 의미가 도출됐고,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 안팎의 과제들도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혁하는 일, 그리고 시민사회와 건강한 소통의 구조를 만드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정론' 자체에 매일 것이 아니라 차제에 그것을 넘어서서 한국정치의 개혁으로 나아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말로 오늘 대담을 정리했으면 한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