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사는 독일의 웹사이트 www.literaturnier.de 에서 진행 중이다. 이 웹사이트는 네티즌들이 보낸 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축구 이야기만을 모아 월드컵이 끝난 뒤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Literaturnier는 독일어의 '문학(Literatur)'과 '토너먼트(Turnier)'를 합성한 신조어다.
기자는 우연히 쾰른 뮝거스도르프 경기장 주변에서 한 작은 그림을 봤다. 이 그림은 독일 문학의 거장 11명을 축구 포메이션에 맞춰 배치한 것이었다.
이 그림에 관해 독일 네티즌들은 www.literaturnier.de를 통해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밝혔다. 문학가들의 성격에 맞춰 그들의 포지션이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
우선 골키퍼로 선정된 하인리히 뵐은 손재주가 많기 때문에 이 포지션에 배치됐다는 것. 197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전후 문학의 거장인 뵐의 대표작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 뵐은 32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한, 우리나라의 여류 작가 전혜린이 좋아했던 작가 중 한 사람. 전혜린 에세이집의 제목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
포백 라인에는 헤르만 헤세, 하인리히 하이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토마스 만이 포진됐다. 중앙 수비수인 하이네와 브레히트는 자기 방어를 잘 하기 때문에 수비수로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게 독일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특히 브레히트는 2차대전 당시 위생병으로 소집돼 육군병원에서 군인들의 생명을 지켜냈기 때문에 절대적 위기상황에서도 상대 공격수를 잘 막아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한국 대표팀의 이영표와 같은 위치인 왼쪽 윙백에 배치된 헤르만 헤세는 신학교의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한 적이 있었다. 포백 수비에서 윙백은 수비만 해서는 안 된다. 윙백은 마치 헤세가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생활을 해야 하는 기숙사를 박차고 나온 것 처럼 오버래핑 등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비로소 제 몫을 한 것으로 평가 받게 된다.
프란츠 카프카는 왼쪽 미드필더에 자리잡고 있다. 그가 왼손 잡이라 왼발도 잘 쓸 것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포진됐다. 전체 공격을 조율하는 괴테는 한국의 박지성과 같은 위치다. 작가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바이마르 공화국의 국정(國政)에도 관여했고, 해부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한 '다재다능'한 괴테가 창조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투톱에 배치된 귄터 그라스와 테오도어 슈토름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두 작가 모두 작품 세계가 정적이라 과감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공격수에는 어울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고집이 센 하이네와 쉴러가 이 자리에서 뛰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인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물론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응원가를 부르는 광적인 월드컵 팬들도 많지만 조용히 월드컵을 감상하는 사람도 꽤 있다. 독일 문학의 대표자들을 축구 포메이션의 하나인 4-4-2에 맞춰 배치해 놓은 것도 다양한 각도에서 월드컵의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참신한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이다. 월드컵의 매력은 단지 경기 자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