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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원에 팔아넘긴 직도와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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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원에 팔아넘긴 직도와 한반도 평화

[지방의회 돋보기] 군산시의 전쟁장사, 의회의 직무유기

지난 24일 4차 평택 평화대행진을 마치고 내려오는 차 안에서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다급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텔레비전 뉴스에 오늘 군산시가 실국장급이 모인 긴급회의를 통해 직도에 산지전용허가를 결정했다는 것과 전북도의회 의장이 도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보도됐다는 것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지역과 주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일요일에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을 했으며, 그 일이 뚝딱 해치워지는 시간에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수장의 행태는 무엇이란 말인가.

시장과 공무원들은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3000억 원에 지역과 주민들의 미래를 팔아먹어 버렸고, 그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는 직무유기를 넘어 파렴치범이 되어버렸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는 현실과 이에 대해 소름끼칠 정도로 무관심한 정치권의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 듯 했다.

군산시의 결정은 직도가 군산과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처사다. 이미 직도 폭격장은 2004년 6월 8일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 간에 직도폭격장 내 자동채점장비(WISS) 설치를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국방부는 이를 계속 부인했다. 국방부는 또한 군산시에 10월 말까지 산지전용허가를 하지 않으면 산림청으로 소유권을 넘긴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군산시는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안다. 필자가 지난 9월 11일 이영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함께 군산시장을 면담 했을 때만 해도 국방부 추진 계획에 대해 "시장으로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한 군산시장은 "군산시와 총리실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상금과 직도를 맞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했었다. 그 후 시의원들과 만난 설명회 자리에서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군산시가 산지전용허가 발표 기자회견을 의원들에게 공지하지도 않고 진행했다. 이것은 단순히 의회를 무시하고 농락한 처사를 넘은 일이다. 매향리를 대체한 국제 폭격장으로 직도를 내줌으로써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침략적 야만성을 보장해준 것이다. 이 땅이 언제 어느 때 전쟁터가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지역의 발전과 민족의 평화는 몇 푼의 돈에 저당 잡히고 만 것이다.

군산시의회에는 2명의 민주노동당 시의원이 있다. 시의회에서 결정해주지 않은 내용을 시장 독단으로 결정한 사태에 대해 항의하며 면담을 요구했지만, 45분 동안 복도에 세워둔 채 청원경찰들로 하여금 제지했다. 그 뒤부터 현재까지 시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대책위와 함께 농성을 하고 있다.

전북도 의회에서도 지난 15일 정례회의 도정질의에서 직도문제를 다뤘고, 26일 폐회에 앞서 2명의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군산시의 결정을 맹렬히 규탄했다. 그러나 도의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나 대책마련 없이 폐회되고 말았다. 의장이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인 의회이니 무슨 말을 더 할까.

정부나 자치단체, 의회의 존재이유는 국민과 지역주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나라의 중앙 및 지방정부는 제 멋대로 국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짓이기고 의회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얼마 전 직도에 다녀왔다. 60여 미터가 넘을 만큼 우뚝 솟았었다는 봉우리는 지난 35년 동안 폭격장으로 사용되면서 30여 미터 이하로 할퀴고 찢기어져 있었다. 처참한 상처로 뭉개진 직도를 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우리 모습을 보는 듯했다. 직도 옆 말도에서 만난 어민들의 불안과 분노에 찬 얼굴이 떠오른다. 이들을 제쳐두고 그 어떤 명분이나 실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인가.

늦었지만 시의회와 도의회, 더 나아가 국회 차원에서 지역주민, 국민들과 함께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가 시책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대역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공권력으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막는다고 감춰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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