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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소속 초선·여성 의원으로서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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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소속 초선·여성 의원으로서의 각오

[지방의회 돋보기]기관과의 '전쟁', 행정감사를 앞두고

어느새 턱없이 키워버린 '잘해야 한다'는 욕심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행감)와 2007년 예산안 심의를 준비하며 문득 든 생각이다. 민주노동당 소속의원, 초선의원, 여성의원이라는 사실은 왠지 모르게 주위의 기대감을 키우는 조건인 것 같다.
  
  의회에 들어와서 제일 충격 받았던 말이 있다. 일부 선배 의원들이 스스럼없이 "의회활동 잘하는 사람은 그 다음 선거에서 당선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앞뒤 안 맞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주위의 기대, 그리고 그와는 180도 다른 의회 내의 분위기 속에서 필자는 남 의식하지 말고 내 갈 길을 가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민노당 소속 17명의 시.구의원들은 이번 행감의 목표를 "서민생활을 지키는 진보 행감"으로 정하고 예산낭비 사례, 무분별한 개발사업, 급식.보육.교육 등 서민생활 지원부족,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노력, 부당한 행정행위로 인한 서민피해를 집중 감사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행감에 제출된 자료들을 찾아봤다. 걱정이 앞섰다. 이 내용들을 정해진 시간에 다 볼 수 있을까. 확실하게 감을 잡고 내게 필요한 내용이 무언지 짚어낼 수 있을까. 무턱대고 자료를 요구해 '자료 따로 감사 따로'가 되면 곤란하지 않나.
  
  필자가 속한 내무위원회가 감사해야 할 기관은 울산시 장기계획 수립, 예결산, 국립대 신설,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큰 틀을 만드는 기획관리실에서부터 일상적인 행사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국, 울산시 재산과 조직을 관리하는 자치행정국, 공원이나 체육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시설관리공단, 연구원, 소방본부 등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서들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울산시의회에 있는 민주노동당 4명의 의원사무실은 짧은 면담에서부터 분야별 정책 간담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고, 당에서 파견된 의정지원단과 자원봉사자들로 북새통이다. 여기에 기본자료 검토, 언론보도 검토, 감사의제 발굴을 위한 현장방문, 관계자 면담 등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피감기관과의 전쟁도 벌써 시작됐다. 기관들은 각종 방법으로 맥을 빼거나 감사 준비를 교란시킨다.
  
  얼마 전 '가족문화센터'라는 곳을 이은주 시의원(민노당)과 함께 가봤다. 이곳은 여성문화센터에서 가족문화센터로 설립목적이 바뀌었고 위탁도 여성단체가 아닌 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뀐 곳이다. 그러다보니 정체성을 잃어버려 여성단체들로부터 늘 지적의 대상이었었다. 시설이나 환경은 가장 좋은데도 활용도는 여타 시설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주말 예식장 정도로 활용하는 게 고작이었다.
  
  탁아방은 아예 지하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위법이다. 실무자도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연히 이곳저곳을 보면서 지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주 울산시 주간업무계획에 '가족문화센터 탁아방 시설 개선 사업'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에 개선 의지가 없던 기관들도 행감 때만 되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런 식으로 선수를 친다.
  
  자료를 요구하면 관련부서 반응도 여러 가지다. 미리 질문 내용을 알려 달라고 하는 담당자, 문제제기를 당할까봐 사전에 설명을 하는 담당자, 항의성 방문 등…. 여기에 휘둘리거나 속아선 곤란하다.
  
  시의회 전자결재율이 전국 최하위로 발표가 됐기에 자료요구를 했더니 담당부서에서 사람이 왔다. 내민 자료를 보니 1위에서 16위는 간발의 차이다.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아서 결재뿐만 아니라 설명도 메일이나 메신저로 한다"며 달라진 문화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런 말을 듣다보니 마음속으로는 별 문제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히 다른 문제로 만난 하위직 공무원은 다른 곳에 비해 의회가 제일 종이를 많이 쓴다며 흥분을 했다. 그는 "높은 분 방 앞에는 결재 받으려고 늘어선 줄이 얼마나 긴 줄 아십니까. 얼굴을 꼭 보겠다는 거지요. 뭔지 아시죠"라고 되물었다. 이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달라졌다.
  
  급조된 부실한 자료로 때우려는 기관도 있다. 각종 일회성 행사와 축제, 체육대회는 예산 낭비사례의 단골손님이다. 1년 내내 무슨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담당 공무원들도 다 모른다고 한다. 지난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당시 울산시는 2006년에 연구용역을 줘서 2007년부터는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었다. 일정상으로는 용역 자료가 나올 시간이 지나 있었다.
  
  담당부서에 연락해서 결과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첫 반응은 바빠서 아직 못했다는 답변이었다. 지난해 감사에서 약속한 내용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며칠 뒤 느닷없이 연락이 왔다. 연구용역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진행 중이고, 지금까지 한 자료라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니 하루만 짜깁기 하면 될 울산 축제 현황과 전국 축제 사례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9일 민주노동당 시.구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노당의 감사 방향과 중점 의제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아마도 필자가 지금까지 한 기자회견 중 가장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당 공직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회견을 이끈 필자는 이렇게 시작했다.
  
  "초선의원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소 거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뛰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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