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올해 전라북도 행정사무감사와 2007년도 예산 심의를 진행했다. 2006년 도의회 회기도 지난 15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수많은 정책을 감사했고 3조2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했다. 그러나 도민의 대다수인 농민과 노동자 등 서민을 위한 정책과 예산은 구색만 갖춘 수준이었다.
행정감사 막판에 심한 감기와 몸살을 앓았다. 일년 치 피로가 한꺼번에 몰린 듯 했다. 첫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가 긴장감을 준 탓도 있다. 그러나 정작 힘들었던 것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밑바닥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찍어내듯 양산하는 섣부른 정책들을 보는 일이었다. 같은 지역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마치 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마냥 집행부의 현실적용 해법은 달랐다.
필자는 산업경제위원회 소속으로 농림수산국, 농업기술원, 투자유치국, 전략산업국과 6개의 도 출연기관을 담당했다. 그 중 농업기술원 행정감사 때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 일명 '탑 라이스'(전북 쌀 경쟁력 향상 사업 중 하나로 생산에서 유통까지 고품질화 시킨 브랜드 쌀) 사업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탑 라이스는 고품질 쌀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 농가에 자재를 지원하고 기술을 지도해 전북 쌀을 생산하게 하는 시범사업이다. 농림부 차관보가 수입개방의 파고에도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 할 만큼 중앙정부의 야심 찬(?) 농업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생산농가들이 느끼는 것은 달랐다. 공무원들의 말을 잘 따른 농가는 생산량이 모두 줄었을 뿐만 아니라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는 등 재배과정에서 수확까지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생산농가들에게는 고생만 하지 이득이 거의 없는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RPC(종합미곡처리장)가 농가들로부터 사들인 미곡 가격(가마당 15만 원)과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가격(가마당 35만 원)의 편차도 매우 컸다. 수치만 보면 RPC가 굉장한 폭리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쌀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아 결국은 일반미 가격으로 팔기, 다른 상품에 끼워 팔기, 할인해서 팔기 등의 편법을 썼다. 판매량 또한 담당자들이 밝히지 못할 정도로 저조한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농업기술원 담당자는 100% 목표 달성된 사업으로 둔갑시켜 중앙정부에 보고했다. 이것이 바로 실적위주의 허위보고가 아닌가.
물론 쌀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고 그에 따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농민들의 상황과 입장, 그리고 현실을 그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공무원 사회의 경직된 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다. 실적위주의 허위보고는 중앙에 그대로 올라가 농업정책으로 재생산돼 돌아온다. 필자는 이런 농업정책이 이 땅의 농업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임을 늘 강조한다. "농업은 경제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농업정책의 중심은 농민이다"는 말도 입이 닳도록 했다. 그러면 담당 공무원들도 겉으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일이 농업 부문에만 국한됐을까 싶다.
행정감사와 예산심의를 끝으로 올해 도정활동은 끝났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만개한 도정, 그런 도정과 중앙정부 사이의 동맥경화는 여전하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현실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현장중심의 활동, 진보정당 의원으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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