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과 적법도급에 대한 판정 자체가 모호한 면이 없지 않지만, 현대차의 경우는 대표적인 불법파견의 사례로 꼽혀 왔던 곳이다. '앞 바퀴는 정규직 노동자가 만들고 뒷바퀴는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섞여서 일을 하다 보면 노무관리 역시 원청업체가 상당 부분 관여할 수밖에 없어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별다른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노조와 울산지방노동청이 현대차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사업상과 노무관리상 하청업체의 독립성이 인정된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검찰의 판단을 놓고 노동계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어느 곳도 불법파견으로 판정받기는 힘들다"며 "사실상 파견법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검찰은 단순히 현대차를 넘어 전체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 길이 더욱 험난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의미와 문제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침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알려 온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파견과 관련된 사안 자체가 여러 법리적 해석과 복잡한 근거들을 토대로 이뤄지는 만큼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다소 힘들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 의원의 글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적이라고 판단해 전문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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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회사는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불법파견한 것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번 검찰의 결정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2004년 11월에서 2005년 2월에 노동부가 울산공장 내 사내하청 101개 사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하여 경찰에 고발했으나, 2006년 1월9일 경찰은 이 가운데 25개 사만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때 이미 검찰의 판단은 예고되었다. 따라서 본질적인 문제는 이미 1년 전 경찰의 판단에서 발생했다.
당시 울산의 동부경찰서는 노동부가 중요한 불법파견으로 보았던 '원·하청 혼재근로' 또는 '원·하청 교대작업' 등은 모두 불기소의견(무혐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았기 때문에 경찰의 이 결정은 검찰의 결정이나 다름 없었다. 경찰은 파견형태의 도급업무에 한정해 '상시적 도급업무가 아닌 한시적 도급이나 원청근로자 결원시 하청근로자 투입'만을 유일한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다시말해 1년 전 이미 경찰은 '원청업체의 지시하에 원·하청 근로자 혼재·교대 작업'이라는 노동부의 판단은 부정했다. 다만 '원청 근로자 결원시 하청 근로자 대체 사용'만을 불법파견으로 보았다.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노동부는 한 개의 생산라인에 원청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가 뒤섞여 일하거나 원·하청이 혼재하여 교대작업을 하는 것은 원청의 지시 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도급이 아니라 파견으로 보아야 하고 이럴 경우 이는 명백하게 파견법 위반이라고 봤지만, 경찰은 혼재 근로라 하더라도 사업경영과 노무관리가 독립적이므로 도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단은 이번 검찰의 판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번 검찰 판정은 그나마 결원이 발생한 업무에 사내하청회사에서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조차 불법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굳이 구분한다면 이번 검찰의 결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이는 원청근로자 결원시 하청근로자 투입을 적법하다고 보는 것이며, 따라서 사내하청 근로자는 그야말로 '5분 대기조'에 불과한 셈이 된다.
일단 여기까지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부 | 경찰 | 검찰 | |
원청과 하청이 혼재근로(또는 교대근로) | 불법파견(원청의 지시 하에 이뤄짐) : 사업경영·노무관리 독립성 중 어느 하나라도 독립성이 결여된 경우 파견으로 인정 | 사업경영·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을 인정할 수 없음 | 경찰과 동일 |
원청근로자 결원시 하청 근로자 대체 | 사용파견법 6조2항1호, 2호에 해당돼 파견이긴 하나, 사내하청업체는 파견사업을 할 수 없는 없체이므로 불법파견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업무가 허용되지 않는 산업 | 노동부와 동일(상시적 도급 업무가 아닌 한시적 도급이나 원청근로자 결원시 하청근로자를 투입하는 것은 불법파견) | 결원발생시 비상도급계약 체결, 노무 관리 측면에서 현대차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 |
'5분 대기조'를 인정하는 검찰의 결정
검찰은 '공정개선반'이 "근로자의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비상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결원이 발생한 업무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투입하는 것으로서" "노무관리상 공정개선반 소속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자동차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검찰의 설명자료는 이 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오로지 「공전개선반」 운영만을 위한 사내협력업체를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내협력업체들 중 일부 업체와 사이에 현대자동차 근로자의 결원이 발생한 업무에만 사내협력업체 소속근로자를 투입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할 뿐으로서, - 실제 노무관리의 측면은 위에서 살펴본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와 마찬가지인 점에 비추어, 노무관리상 공정개선반 소속 사내협력 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자동차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 |
그럼 이제 그 실체를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회사 한 곳의 기본계약서를 통해 확인해 보자.
2002년 6월29일과 12월31일 현대자동차는 명성산업이라는 사내하청회사와 기본계약서를 체결한다. (여기서 잠깐, 현대자동차는 사내협력회사와 6개월에 한번씩 계약서를 작성한다. 모든 사내하청 회사와 계약기간은 6개월이다.)
그 기본계약서를 보면 「도급명부 세부명세서(월 예상 계획도급액)」가 있다. 여기에 '도급업무명'이 있는데, 그 중에는 '생산지원(근골격)', '생산지원(사고대체S)', '생산지원(사고대체1)', '생산지원(사고대체2)', '생산지원(사고대체4)', '생산지원(노조파견)', '생산지원(장기사고2월)', '생산지원(장기사고3월)'이라고 돼 있다.
이것이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지적한 원청 근로자 결원시 대체 사용의 증거다. 즉, 현대자동차는 사고와 노조 전임자 파견자까지 사내하청회사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었다.
12월31일의 기본계약서를 보면 이제는 정년근로자까지 사내하청 회사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다.
이 기본계약서에 있는 '대체'가 노동부가 지적한 '공정지원반'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자동차는 산재 근로자, 노조 전임자, 정년 퇴직자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로 '대체'했다.
결국 사내하청회사 근로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 근로자가 결원될 때를 대비하여 '5분 대기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것이 '비상도급계약'이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자동차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판정에 따르면 산재근로자, 노조전임자, 정년근로자 결원을 하청회사와 비상도급계약을 체결해 대체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쓸데없는 '개선안'을 추진한 셈이다.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노동부는 현대자동차에게 불법파견 해소방법과 내용, 시기 및 하도급근로자 고용안정에 관한 사항 등의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개선계획을 제출한다. 이 개선계획서에서 현대자동차는 이렇게 개선하겠다고 한다.
1) 산재로 인한 직영담당공정 공백 발생시 및 지원반 운영 개선 ○ 현행 - 직영담당 공정에서의 산재 사고자 발생시 해당 공정에 대하여 협력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협력사 소속 근로자가 해당 공정에서 작업 수행 ○ 개선 - 도급계약에 의한 대체 작업 지양 * 도급계약에 의한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대체작업을 최대한 지양하며, 3개월 내 단기간 대체작업 필요시, 가능한 범위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혹은 계약직 근로자를 당사가 직접 채용 - 지원반 운영 관련, 협력사 소속 근로자를 당사 지원반 구성 대상에서 제외 ○ 개선완료 시점 : 2005.04 |
검찰의 판정을 볼 때, 현대자동차는 땅을 칠 것이다. 개선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 쓸데없이 개선한 셈이니까.
현대자동차도 인정한 사실을 검찰은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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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현대자동차의 개선계획서가 나왔으니 하나 더 지적한다. 현대자동차는 개선 계획서의 '도급계약 해지시 협력사 근로자 고용승계 관련 개선'이라는 항목에서 "사내협력사의 폐업, 도급계약 해지 등 도급계약 종료의 경우, 당사 노조 및 협력사의 소속 근로자의 고용승계 요구에 따라 편의상 신규계약업체에서 기존 협력사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를 승계하도록 권고하는 경우가 있었음"이라고 시인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유형의 하나로 '하청업체간 사업 양도인수시 근로자 승계 등에 원청업체가 개입'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즉, 이는 '원청업체의 지시'라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그런데도 검찰은 '현대자동차와 각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간의 노무관리상 사용종속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이라고 보고 있다.
참고로 본 의원실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사내하청업체 대표의 고용보험 이력을 확인한 결과, 현대자동차 전임 임·직원이 사내하청업체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에 '순환배치' 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예를 들면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사내하청업체 중 '성화산업'이 있는데, 이 회사의 대표는 1998년까지 현대모비스 직원이었다가 2000년에는 앞서 예를 든 기본계약서의 당사자인 명성산업(주) 대표로도 근무했고 또 역시 불법파견 판정받은 우신기업에도 근무했다. 즉, 부서 순환근무와 같은 형태로 사내하청회사 대표로 일했다.
모호한 도급과 파견의 구분, 파견법 적용의 문제
앞서 지적했듯이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원·하청 근로자 혼재·교대 작업은 작년 경찰의 판정부터 부정을 당했고, 이번 검찰은 그것을 재차 확인했다. 혼재, 교대 작업뿐 아니라 휴일 특근이 필요할 때 원청 근로자의 공백으로 일시적 대체작업이 요구되는 경우, 사내하청회사와 단기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대체시키는 것 역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경찰과 검찰은 판정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노총의 주장처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법안이 비정규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인가?
일단 이번 검찰의 판정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은 별도로 놓고 앞으로 벌어질 불법파견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는 있다.
불법파견은 노동부와 공정위가 함께 조사해야
파견법에서 파견근로관계는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 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파견법의 적용 여부는 사업자라는 실체를 갖는 파견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는지 여부에 있다.
노동부는 그동안 '사내하도급 점검지침'에 따라 불법파견의 유형을 '위장도급'과 '무허가 파견' 그리고 '기타 불법파견'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KTX 여승무원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불법파견 판정 여부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도급과 위장도급의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위장도급'은 법률적 개념이 아니다. 하도급법에서도 무엇이 적법도급인지, 혹은 무엇이 위장도급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판례에 "진정한 의미의 도급이 아닌 '위장도급'에 해당"된다는 표현은 있다. 또 노동부는 '근로자파견사업과 도급 등에 의한 사업의 구별기준에 관한 고시'(노동부 고시 제98-32호)에서 '위장도급'은 '형식적으로 도급조건(사업경영 및 인사노무관리 독립성)을 갖추었으나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의로 위장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의 점검지침 내용에 따르면 위장도급의 유형은 유형①과 유형②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유형①은 '독립적인 사업주체인 도급인·수급인이 공모해 실제로 파견사업을 하면서 도급계약을 하는 것으로 위장한 경우'이며 유형②는 '사용업체 주도로 사실상 독립적인 사업주체가 아닌 수급업체에게 도급을 주는 방법으로 사용자 책임을 면탈하는 경우'다.
두 유형의 차이에 대하여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지난 2005년 10월15일 국정감사에서 "위장도급 내에서 독립성의 강약 정도로 구분한다"고 답변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유형①에 따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것이고, 이번 검찰에서는 실제 파견사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문제는 유형①에 따라 '독립적인 사업주체인 도급인·수급인이 공모하여 실제로 파견사업을 하면서 도급계약을 하는 것으로 위장한 경우'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또 검찰의 판단 역시 그렇게 판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2년 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유형②로 판정해야 하며 그 근거로 사내하청회사 대표의 원청회사 종속 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로 대부분의 사내하청회사 대표가 원청인 현대자동자의 임직원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위장도급 여부를 노동부가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위장도급은 정상도급을 전제로 성립한다. 그런데 무엇이 정상도급인지 하도급법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부가 조사하는 '도급을 위장한 파견'과 하도급법이 규정하는 적법한 도급의 한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파견법으로 적용할 수 없는 위장도급은 노동부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노동부는 유형①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유형②는 노동부가 조사할 대상이 아니다. 위장도급의 규정이 모호하든 말든 어쨌거나 하도급법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구분 및 적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경우, 불법파견이 아닌 유형②에 의한 위장도급 여부로 조사해야 하며, 노동부가 조사할 수 없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 혹은 고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2004년 3월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으로 조선업체의 사내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실태와 하도급거래실태 전반에 대해 조사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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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의 판정으로 앞으로 도급을 위장한 파견은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조사해야 할 당위성이 분명해졌다. 즉, 위장도급과 같은 불법파견 문제는 파견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새삼 확인됐다.
앞으로 불법파견 여부의 조사는 반드시 도급의 적법성까지 함께 조사해야 하며 따라서 불법파견 조사는 반드시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사내 하도급 관련 조사나 혹은 하도급법에 의한 조사에서 노무관리의 사용종속성만큼은 고용문제를 고려하여 반드시 노동부가 참여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법 개정이 필요하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점차 확대되는 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형태, 파견인지 도급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내하청, 이 모든 형태를 파견법이라는 노동관계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노동관계법이 아닌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용역 등과 같은 간접고용의 문제와 '노무관리의 종속성'과 같은 도급과 관련된 고용의 문제를 보완해 위장도급과 고용승계를 명확히 하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 그나마 이번 검찰 판정에서 얻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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