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경 필자는 경남포커스라는 1시간 분량의 KBS 토론 프로그램에 초청된 일이 있었다. 정부에서 발표한 1.11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투기지역에 건설되는 민간아파트 건설원가 공개에 대한 찬반 토론이 주제였다.
당연히 건설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주택건설협회 측은 이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증가되고 금융 불안과 건설공사의 부진으로 인해 경제가 장기침체로 빠져들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필자는 투기지역으로 제한해 현재 7가지로 되어 있는 대별 항목의 형식적 공개가 아니라 71개 세부항목까지 건설원가를 공개하고 지자체에서 검증시스템을 재대로 작동할 때만이 집 없는 서민들의 소박한 희망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시행사, 시공사, 분양 대행업체 등으로 3분화 돼 있는 폭리 구조를 개선하고 토개공이나 지자체에서 공공사업이란 미명 하에 택지를 헐값에 조성한 후 경쟁 입찰해 엄청난 이익을 남기는 구조 또한 아울러 개선될 때 비로소 반값아파트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토론을 진행하다가 사회자가 '아파트의 현재 원가가 얼마나 되기에 건설사는 공개를 꺼리냐'고 협회 측에 물었다. 그러자 협회 측 토론자는 '아파트 건설은 워낙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에 토지매입비나 건설비 등 자신도 원가를 대략이라도 잘 모른다'고 답해서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으로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경남에서도 평당 1000만 원 시대가 도래했다. 메이저급 건설 회사들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소도시까지도 줄을 잇고 있다. 연일 TV와 신문 광고를 장식하는 것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고층아파트의 화려한 불빛들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의 아파트 분양가는 55.36% 상승했다. 2002년 504만 원에서 2006년 783만 원으로 상승했고 4년간 평당 279만 원이 상승했다. 경남지역은 68.27%로 전국평균치를 웃돌았고 전년대비는 18.82% 상승했다. 특히 거제는 131.18%, 마산은 113.75%, 창원은 94.64%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양가 상승은 지가와 기존의 아파트 가격을 동반 상승시켜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30년 동안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며 저축하고 퇴직금을 모았는데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장기적으론 국가경쟁력을 상실시키기도 한다.
경남지역 언론에는 한 공무원이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한 인터뷰 말미에 "우리시도 이제 평당 1000만 원짜리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마치 금송아지 자랑하듯 말한 것을 본 일이 있다.
현재 아파트의 분양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지지체는 강제성은 없지만 아파트 분양 가격 심의를 한다. 이 때 토지매입비에 건축비를 산정해 적정하게 분양가가 책정되었나를 산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아파트 시세와 인접시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얼마였으니까 경쟁적으로 우리시도 분양가는 얼마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심의내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던 마산시의 한 아파트 분양현장이 대표적인 예다. 1순위자 청약인데도 3일 밤낮을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가 하면 사발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8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만들어 전국 방송에서도 주요 기사로 보도돼 투기과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분양대행사와 건설사의 현란한 광고와 투기 여론에 현혹돼 아파트 입주권만 손에 쥐면 몇 천만 원은 쉽게 벌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줄을 서며 기다렸지만 정작 분양은 60%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2005년 건설교통부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105.9%이다. 그러나 국민의 44%가 아직 자기 집을 갖고 있지 못하며, 5%의 국민이 26%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파트가 삶과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물로 전락한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참여 정부가 들어선 뒤 현재까지 9차례의 큰 부동산 정책을 내 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전부 실패로 끝나고 부동산 시장이 내성만 갖게 되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올해부터는 부동산 투기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만든 적금통장이 서민들의 가슴에 작은 희망 하나는 될 수 있어야 살만한 세상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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