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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가 '자치'인 이유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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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가 '자치'인 이유를 아십니까?

[지방의회 돋보기]"시민 여러분, '압력' 좀 넣어주세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흔히들 "지방의원 할 만하냐?"는 질문을 한다. 들어보면 내가 하는 새로운 일에 대한 궁금함, 정치란 것에 대한 걱정, 혹은 그 틈바구니에서 내가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살가운 말씀들이다.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설 명절에 만난 친지 중 한 분은 "지방의회가 하는 일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굳이 그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있을 필요가 있냐?"고 물어 왔다. 그 분이 살고 있는 지역 사정을 아는 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필자는 우리 울산시의회의 의정활동과 어려움들을 얘기하게 됐다.
  
  광역의원들은 이따금씩 언론들도 관심을 가져주니 형편이 조금 낫다고 할까. 언론의 관심 밖에 있는 기초의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상생활에 바쁜 평범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런 하소연을 곁들여 지방자치의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조금만 더 지방의회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필자가 넘어야 할 벽도 아마 이 문제일 것이다. 지방정치를 '자치'라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주민들의 대리인인 의원의 역할도 있겠지만 주민들 역시 동네에서, 일터에서 겪는 자신의 문제를 지방정부와 함께 풀어가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참 얄궂게도 이런 원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 유지들, 대체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뿐이다.
  
  그 많은 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소수의 지역 유지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각 분야의 대표로서 시, 구, 군, 교육청까지 중복돼 각종 위원을 독차지한다. 각종 행사에 매번 초대되는 내빈들 역시 이들이다.
  
  자치단체는 당연히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들이 만드는 여론에 기반해 정책을 편다. 심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주민 관련 예산은 이런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편성됐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반면에 평범한 주민들은 어떤가. 먹고 살기 바빠 늘 일터에 있고 집은 잠시 쉬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짬조차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주택 서민들의 경우에는 이곳저곳으로 떠돌아야 하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내가 살 동네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히 이웃들과도 교류가 많지 않다. 지방정부란 단지 나한테 요구하는 것만 없으면 되는 곳일 뿐이다.
  
  대다수 도시 서민들의 생활방식이 이렇다 보니 지방정부가 벌이는 어떤 정책에서도 소외되기 일쑤다. 이들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란 그저 선거 때 표 찍는 행위만을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최근 울산시는 '울산정신문화의 계승'을 취지로 태화루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공청회를 여는 등 분주하다.
  
  그 일환으로 시민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75%의 시민들이 찬성한다고 했다. 질문은 '태화루 복원 하면 좋을까요? 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이런 식이다. 이것저것 따져볼 근거가 없는 시민들에게선 뻔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여론조사는 사실 여론조작이라고 봐야 하겠다.
  
  만약 '그것을 하려면 412억 원이 들고 2011년에 완공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산이란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업으로 인해 다른 어떤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라는 설명을 곁들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역으로 따지면 바로 이런 대목이 지방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의원들이 동네마다 찾아다니며 얼굴 많이 비추는 게 굳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음 선거만을 위한 행위이거나 개인적인 민원을 받아서 해결해주는 정도로 그치면 늘 주민들은 소외된다. 주민들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일 있을 때만 동원하는 사람들 정도로 얕잡아 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 민주노동당 의원들 또한 이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정말 먹고 사는 게 빠듯해 자기 집 울타리 너머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방의회의 활동을 알리거나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일에 우리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자문해본다.
  
  이런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압력'은 언제나 반갑다. 오늘도 "태화루 복원 문제에 대해 왜 세게 움직이지 않느냐?", "참여예산제도 조례안은 나왔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대책 자료는 받았냐?"며 이메일로, 전화로 필자를 들들 볶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당원들, 관심 있는 시민들이 얼마나 귀한 분들인지….
  
  이런 일들을 떠올리며 의회가 필요 없다는 친지에게 아무리 바빠도 구청 홈페이지에 이따금씩 들어가서 무얼 하고 있는지 구경도 하고 의견이라도 남겨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하면 의원도, 구청도 시민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무작정 '관심'만 당부하는 게 겸연쩍기는 했지만 시민들의 건강한 압력이 건강한 지방정부를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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