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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發 '공무원퇴출제', 부작용 크다

[지방의회 돋보기] 중하급 공무원들의 공포와 두려움

지난 1월 울산시에서 시작된 공무원 퇴출제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가 사실상의 정리해고인 대규모 퇴출제로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막상 울산은 언론의 초반 긍정적 보도 이후 조용한 상황이다.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1월 정기인사에서 임명을 받지 못한 사람은 '시정지원단'이라는 곳으로 발령을 낸다. '시정지원단'이 진행하는 업무능력향상 프로그램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다시 부서로 배치되거나 퇴직을 희망할 경우 1년 동안 사회적응 개인연수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한다. 이 두 가지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시정지원단'이다.
  
  작년 연말 '시정지원단'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알려질 때만 해도 의회의 분위기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인사문제에 관한 한 정답이 없고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의회가 뾰족히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앞세운 지자체의 방식에 해당 공무원이 아닌 이상 내막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현실로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울산에서 4명이 시정지원단으로 발령이 났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직급 상으로는 중간관리자이지만 공무원 경력 20년을 넘긴 이들이다. 이들은 점심 먹으러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고 가족들은 외출까지 포기했다고 전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울산 따라하기가 계속될수록 마치 전국 퇴출공무원의 대표선수인 양 낙인찍히는 과정을 밟았다.
  
  평범한 하급직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적잖이 섞여있었다. 공무원 사회에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불온한 공기가 떠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방식이 해마다 적용되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사실상 퇴출되는 쪽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윗사람들한테 찍히기라도 하면 자신들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찬반을 떠나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시민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소위 '문제 공무원'은 마땅히 징계를 받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 제도상 이를 담당하는 기구는 인사위원회, 감사관실, 중앙감사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구는 '가재는 게 편' 격으로 솜방망이 징계를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불신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곳부터 환골탈태시켜 제도적 틀을 제대로 작동케 하는 것이 순서다.
  
  상사에 의한 투표방식도 문제가 많다. 모든 일에 실ㆍ국장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전시행정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신껏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줄서기에 민감하게 된다. 시민들 편에 서는 사람, 입바른 소리하는 사람, 멀리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 성과를 빨리 내지 못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평가받기가 어려워진다. 서로가 불신하게 되면서 능률과 효율을 찾을 수 없는 조직 분위기로 귀착된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총액인건비제도다. 행자부가 지자체에게 인건비를 전체금액으로 주고 알아서 쓰게 하되, 적게 쓰는 단체일수록 그 다음해에 특별교부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퇴출제가 이 제도와 맞물려 다른 부작용을 낼 소지도 다분하다.
  
  총액인건비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차에 의해 월급이 많아지고 나이가 많은, 그러나 힘은 별로 없는 공무원부터 우선 퇴출시키려는 얄팍한 발상에 근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현실이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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