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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올림픽 치른 중국,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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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화올림픽 치른 중국,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을 꿈꾸다

[특집] 중국 국가대극원 올림픽기념 예술축제에 가다

베이징에 새로이 건립된 복합예술센터 국가대극원에서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해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초청해 '국가대극원 올림픽기념 기획공연 시즌'이 열리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가한 이 공연예술축제에 한국에서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유일하게 초청받아 공연을 하였다. 이 경험에 대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연의 행정 및 기획자로 참가했던 서울예술대학의 예술경영학과 송희영 교수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월간지 [너울] 2008년 9월호에 기고한 글을 토대로 원고를 재구성해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문화대국으로서 급부상하기 위해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중국의 현재 문화 및 예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원고다. 귀한 글을 기고해주신 송희영 교수께 감사드린다. - 편집자 주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금메달 51개, 세계 1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길게는 100년, 짧게는 20년을 와신상담해왔다는 중국은 인권탄압과 환경오염 문제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눈총어린 시선을 무사히 따돌리고 일단은 목적 달성에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이 거둔 진정한 성공은 중국이 획득한 메달 수보다 전 세계를 향해 21세기 문화강국으로서 도전장을 과감히 던진 개막식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한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 이모우가 연출가로 나서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개막식은 정작 자국의 언론으로부터 "인해전술식 집단체조, 기술의 성찬에 불과한 자화자찬(중국해방일보)"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웅장한 스케일의 춤과 음악, 그리고 첨단 영상기술이 융합된 화려한 개막식은 중국이 세계문명을 주도했던 과거의 영화(榮華)를 회복하고 21세기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한 성대한 출정식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화올림픽, 국가대극원 올림픽기념 기획공연 스타디움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치열한 격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국가대극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4월 15일부터 9월 21일까지 장장 5개월에 걸쳐 열리는 '국가대극원 올림픽기념 기획공연 시즌(The Olympic Performance Season of the Nation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 행사가 그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초청된 135개 작품이 160일 동안 279차례 무대에 오르며, 여기에는 파리 국립오페라발레, 영국 로얄발레,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스칼라 밀라노 심포니 오케스트라, 알반 베르그 4중주단을 비롯하여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테너 호세 카레라스, 소프라노 키리테 카나와,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 리와 랑랑 등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밖에도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의 <꽃파는 처녀>가 오페라하우스의 오프닝을 장식하였고, 대극원 자체제작 오페라 <나비부인>, 무용극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외에 현대 연극작품들과 국제어린이연극페스티벌,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향악축제에 견줄 수 있는, 중국 전국의 29개 교향악단이 총출동한 '중국교향악의 봄 시리즈(The Spring of Symphony in China)' 등 중국의 현대예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총망라되었다. 이 중에서 특별히 북경, 상하이, 시추안, 유에주, 홍콩, 안칭 등 중국의 각 지역별 특성을 띠고 있는 경극과 곤극, 그리고 이들을 현대화한 신극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배치하여 전통예술의 현대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인들의 문화의식을 보여준다.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새로 건립된 중국 국가대극원 (국립극장)
한국의 클래식 연주계에서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가 유일하게 국가대극원의 올림픽기념 기획공연 시즌에 초청되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서울시(서울문화재단)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서울이라는 도시 이름을 내건 국제규모의 실내악축제를 뿌리내리고자 2006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을 주축으로 창립되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실내악축제로 정착하였으며 중국 국가대극원의 초청으로 올해 첫 해외 공연을 계획하게 되었다.
국가대극원이란?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문화대국으로 올라서려는 중국의 야심은 올림픽 개막식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2007년 9월, 공사기간 6년만에 북경 천안문광장 인근에 새롭게 들어선 국가대극원(Nation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이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거대한 규모와 빼어난 건축미로 북경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 건물은 오페라하우스(2,398석), 콘서트홀(2,019석), 드라마센터(1,035석) 등 3개의 첨단 공연시설을 갖춘 초현대식 복합예술센터이다.
야간 조명을 밝힌 국가대극원 전경. 2만 여개의 티타늄판과 1200여개의 유리로 덮인 반구형 본체를 인공호수가 둘러싸고 있어'물 위에 뜬 진주'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극장입구로 향하는 해저터널. 투명유리 천정 위로 호수의 물살 흐름이 느껴진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옛 중국인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프랑스 출신의 저명한 건축가 폴 앙드레가 설계하였으며 35,500평방미터에 이르는 인공호수 안에 반구형 본체가 들어앉은 형상을 하고 있어 '물 위에 뜬 진주'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특히 투명유리로 덮인 천정 위로 호수 물살이 내비치는 극장입구 통로는 마치 해저터널을 지나는 듯 신비감을 주며, 자금성 궁궐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라운지 리셉션홀은 국가대극원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다. 또한 건물 외장을 2만여 개의 티타늄 판과 1200여 개의 유리판을 사용하여 오색 조명이 빛나는 야간에는 도시미관을 돋보이게 하는 명물로 변신한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올림픽을 상징하는 여섯 가지 색상의 화려한 조명이 장관을 연출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고 북경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는 7월 3일과 4일 이틀 동안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개최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행정 및 기획자로 국가대극원을 방문하여 올림픽기념 국제공연예술축제를 통해 문화예술의 국제화를 지향하는 중국 문화계의 변화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10개월 전쯤 중국 측의 초청을 받고 준비에 만전을 기했으나 북경행 비행기에 오르는 날까지 걱정이 그치지 않았다. 중국의 클래식 인구는 얼마쯤이나 될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라는 낯선 이름으로 과연 몇 사람의 중국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중국과의 교류 경험과 문화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공연 한 달 전까지 공연 홍보물도 나오지 않고, 출국 보름 전에야 입국허가서가 발급되는 '중국식 진행' 과정에 일방적으로 순응해야 하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기 어렵게도 연주회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연 이틀 동안 2,000석 공연장(보다 정확히, 합창석 200여 석을 제외한 1,800여 석)은 매진을 기록했고 청중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클래식 분야에서도 실내악 공연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장르임을 고려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극장 측의 마케팅 담당자들도 사전 티켓예매 상황을 보고 어느 정도 예측은 하였지만 매진사태에는 놀라운 기색이었다.
북경 국가대극원 올림픽기념문화축제 초청연주회를 가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연주팀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중국 피아니스트 슈종, 첼리스트 조영창, 비올리스트 김상진)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연뿐 아니라 대극원의 올림픽기념 공연이 매일 저녁 유료입장권을 구매한 청중들로 거의 만석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영국로얄발레단,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최상급 해외 유명공연단체의 경우 최고급 좌석의 티켓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최고 13~15만원(880~980위안), 평범한 국내작품의 경우 5~6만원(380~280위안)에 해당한다. 각 공연당 초대석은 전체 좌석의 10%를 넘지 않으며 인위적인 청중 동원은 하고있지 않다. 대극원 안에 극장이 3곳이나 되니 객석점유율을 대략 50%만 잡아도 하루저녁 2,700여 명이 입장하고 올림픽 문화축제가 계속되는 동안 8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다녀간다는 결론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서양의 발레나 오케스트라 등도 인기가 높지만 전통 경극이나 경극을 현대화한 연극공연들에 많은 청중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에 국가대극원의 개관으로 고급공연예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에도 좋은 공연에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고급 소비자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한 듯하다. 대부분의 공연 만석, 고급예술에 대한 수요 폭발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필자 나름대로 금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북경공연의 성공요인을 냉정히 분석해 본 결과, 한국의 수준 높은 실내악 공연을 중국 청중들에게 전파한 우리 음악가들의 노고와는 별개로 음악 외적인 몇몇 흥미로운 요인들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국가대극원 개관과 올림픽시즌이라는 기회의 힘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림픽 시즌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북경시민들의 고급예술에 대한 욕구는 가히 폭발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뛰어난 건축물로서 국가대극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증가이다.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 필자도 직접 보았듯이 국가대극원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로 간주되어 북경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든 많은 관광객들이 공연장 내부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공연 티켓을 구입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런 이유 탓인지 관람태도가 좋지 않은 관객들이 더러 눈에 띄기도 했지만 '극장 구경'을 위해 박스오피스에 많은 인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광경은 필자처럼 외지에서 온 방문객에게 또 다른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셋째, 실내악의 장점을 살려 곡목에 따라 한국 음악가와 중국 음악가를 고루 안배하여 팀을 구성한 점이 중국 청중들에게 호감을 주고 홍보 및 티켓 구매력 상승효과로도 연결되었다. 이 중에는 중국공연에 앞서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2008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무대에 초청되어 우리 음악가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거나 평소 음악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는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음악을 통한 우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설립정신을 국제무대에서 실천에 옮긴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한다. 중국 문화예술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교류의 노력 필요 이번 한국 선수단이 북경올림픽에 참가하여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한국인의 기개를 널리 떨쳤다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연주단은 가히 국제 문화올림픽이라 견줄 수 있을 국가대극원의 올림픽 기념예술축제에 세계 유수 음악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요와 드라마로만 인식되어 있는 한국문화에 더해 또 다른 높은 예술수준을 중국 청중들에게 확고하게 심어주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과거 해외 연주가들을 영접만 하던 차원에서 국내 연주가들을 외국 아트센터의 정규 기획 프로그램에 소개하는 기회를 개척하여 해외진출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은 점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올림픽 기간 동안 최첨단 예술센터 한편에서 국제적인 문화예술축제를 성대하게 치른 중국은 한층 활개를 펴고 전 세계로 그 파워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문화시장이 더욱 열리고 문화예술을 즐기는 중국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의 문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중국 문화예술계와의 교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역동적인 변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점임엔 틀림없다. 이것을 기회로 받아들일 것인지, 경계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도 좋지만, 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가깝고도 먼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비행기로 고작 두어 시간, 지척에 있는 이웃나라 중국의 문화예술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진정한 삶의 동반자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이 먼저 앞서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상생의 이득을 낳는 문화예술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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