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이 잇따라 발의한 일명 '사이버 모욕죄 법안'(형법 개정안·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법학자, 변호사, 관련 학계 교수 등 229명의 전문가가 도입을 반대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 이한본 변호사 등 서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사이버 모욕죄 법안 발의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며 입법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의원 숫자만 믿고 악법 통과시키려고?"
이들은 "우선 정부와 여당의 독선적인 법안 발의 과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그간 여러 번 사이버 모욕죄의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정부·여당은 특정 연예인 자살 사건으로 일시적이고 감정적으로 형성된 일부 여론에 기대 법안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지어 국회입법조사처조차도 비친고죄 형태로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는데 부정적 의견을 제출했는데도 문제의 법안은 이를 무시한 채 발의됐다"며 "국회의원 숫자만을 믿고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 역사를 보면 모욕에 대한 형사 처벌 제도는 권력자가 자신의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며 "인정 기준이 매우 애매한 모욕죄는 권력자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OECD 국가들 대부분에서 모욕죄 조항들은 이미 폐기되었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었고, 세계언론자유위원회(WFPC) 또한 권위주의 국가들에 모욕죄의 폐지를 매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올해 5월 수사기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 게시물들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포털 사업자들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압박한 바 있다"며 "이런 까닭에 비친고죄로 발의된 사이버 모욕죄는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을 억압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손쉽게 사용될 것이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여당은 마치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사이버 모욕죄는 비친고죄로 되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등 인터넷 자체의 특성을 죄악시하려는 후진적 법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마치 인터넷에 표출된 여론 때문인 양 생각해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비친고죄의 형태로 도입을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는 선의의 피해자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악법"이라며 입법 시도를 철회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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