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감독들이 직접 꾸려가고 있는 영화제로 국내 양대 독립영화축제 중 하나인 인디포럼이 오는 29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막을 연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서재경 감독의 <외출>과 김예영, 김영근 감독의 <산책가> 두 편이, 페막작으로는 박홍준 감독의 <소년마부>가 선정됐다. 현실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역동적으로 뚫고가는 에너지에 주목하는 영화들로서, 올해 슬로건인 '주먹쥐고 일어서'를 직, 간접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날이면 날마다 사건사고가 터지는 '역동적인 한국'이라지만, 이들이 영화 속에 구현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어느 한 순간 폭발하는 사건들이라기보다 연속적인 현실과 일상의 모습들이다. 폐막작 <소년마부>는 45분 가량의 중단편, 개막작들은 불과 9분 남짓의 짧은 영화들이지만, 단편영화는 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인디포럼의 웹데일리팀 장호일 기자가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기록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이 인터뷰들을 요약해 영화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싣는다. - 편집자 주 |
한창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 한 전경이 화장실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핸드폰으로 친구와 이런저런 통화를 하고 핸드폰 속 사진을 보던 전경. 그런데 화장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면서 한 무리의 시위참여자들이 화장실로 들어선다. 비슷한 나이 또래인 그들은 한순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하지만, 머리에 띠를 두르고 깃발을 든 이와 전경 복장을 한 이가 '같은 편'일 리 없다.
| ▲ 인디포럼 개막작 <외출>의 한 장면. |
올해 인디포럼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두 편의 작품 중 하나인 <외출>은 사적이고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었던 화장실이 한순간에 대립과 공포의 공간으로 변하는 찰나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순간 파생되는 긴장감을 잡아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순간 숨을 멈추고 온몸의 털을 쭈뼛 세우게 만들 정도다. 긴장의 순간이 지나고 영화 속 인물과 관객이 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다시 '뒷통수를 치는' 나름의 반전도 참신하다. 9분 남짓의 짧은 단편이긴 하지만, 서재경 감독의 연출적 역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외출>을 만든 서재경 감독은 2007년 <정거장의 밤>을 연출했으며 2008년 연출작인 <너의 세계>는 작년 인디포럼을 비롯해 전주영화제,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 작품은 미장센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외출>은 그의 세 번째 단편 연출작이다.
"적대적 상황에 처한 개인이 헤어질 때 갖는 무력감"
| ▲ <외출>을 연출한 서재경 감독. |
촛불시위에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전경들이 들락거리는 야외화장실 바로 옆에서 시위대가 공연을 하고 있더라는 얘기를 친한 사람이 들려줬다.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이후 거리에 나가 동료들과 카메라 세 대를 돌리며 계속 현장에 있었다. 그러다 전경과 시위대가 섞여 있는 풍경을 나 역시 목격하게 됐다. 처음엔 실제 시위 촬영장면에 허구의 이야기를 붙여넣자고 생각했는데, 그런 풍경을 보다보니 '아, 이게 완전히 허구는 아니겠다' 생각이 들었다. 촬영할 때에도 항상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 있었다. 중간적 입장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거기가 가장 첨예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다.
-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소개한다면.
기본적 정서는 슬픔이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화장실에서 서로의 옷이나 상황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으니까. '헤어짐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기며 만들었다. 헤어지는 순간의 무력감도. 시위대와 전경, 모두가 느끼는 무력감이다. '아, 저 새끼 나가면 또 봐야겠지'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둘 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나가야 한다. 양자의 대립을 다룬 영화들은 대체로 화해로 나아가게 되는데, 나는 거기서 이야기를 화해시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평화롭게 볼 일을 본 게 아닌 거다. 그럼에도 영화 속 주인공은 한국적 상황에서 일종의 대리자다. 시위대와 전경이 일 대 일로 대응되는 관계도 아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시위를 딱히 '촛불'로 규정할 수 있는 장면은 사용하지 않았다. 촛불이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문제를 일종의 이미지로 만들어서 무화시키는 게 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시위 안에서는 보수와 진보, 기독교와 반기독교 등 굉장히 다양한 층위가 존재했고 그만큼 다 미묘하게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지 않나. 촛불은 어쨌든 이걸 하나로 만드는 이미지다. 그런 식의 이미지화는 피하고 싶었다. 전경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촛불에 대해 얘기할 때 나까지 촛불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이 극영화는 굉장히 짧은 소극인데, 시위에 담긴 균열들을 다 담기에는 형식적인 문제가 있다.
- 러닝타임이 짧아서 더 효과적인 것 같은데.
퀄리티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디지털로 촬영했는데, 촬영 중에 분명히 찍은 데이터가 사라지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화장실 안에 '절대 열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은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일종의 영화적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 대치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시위대 vs. 전경'이라는 이분법적 대치를 비롯해서,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는 수많은 모순들을 맞이할 거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촬영한 데이터가 사라졌다.
| ▲ 외출 |
-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는지.
전혀 예상 못한 일이어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현장에 카메라가 많아서 시위에 관련된 작품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없었다고 해서 좀 의아했다.
- '내가 찍었지만 이건 참 좋았다' 싶은 게 있다면.
카메라가 계속 화장실 안에 머물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화장실 밖 유리창으로 넘어간다. 이 전경이 다시 익명의 존재가 되는 순간이다. 앞엣 장면도 결국 이 순간을 위해 필요했던 거지. 그 장면에서 유리창에 균열만 가 있는데, 사실은 NG였다. 원래 시나리오로는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며 뻥 뚫리는 거였다. 근데 현실적 여건에서는 깨진 유리창을 만들려면 돈이 들기 때문에(웃음). 완전히 박살난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일종의 균열이지 않은가. 그냥 이걸 살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영화를 찍기에 마땅한 화장실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나중에는 친구한테 스쿠터를 빌려타고 나갔는데, 걱정하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난 후 딱 3분만에 사고가 나서 쇄골뼈가 부러졌다. 하필 사고난 지점도 서울대병원 앞 119 구급요원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쉬고 있었던 곳 바로 앞이었다. 결국 하루만에 촬영을 끝내긴 했는데 그 사고 때문에 일정이 늦춰졌다. 지금도 쇄골뼈가 약간 튀어나왔다(웃음).
혹시 전경 복장을 자세히 봤는지? 지금 전경들이 입는 복장은 세련되게 바뀌었는데, 내가 연락할 수 있는 곳에서는 다 대여가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실제와 차이가 나는 복장을 빌렸다. 나중에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헬멧을 쓰는데, 뒷모습에서 다스베이더 같은 느낌이 난다. 중간에 <스타워즈> 음악이라도 넣어야 하나 생각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고 싶은데, 워낙에 힘든 일이니까. 일단 지금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는데 중편영화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주제는 비밀이다(웃음). 대단한 건 아니고, 지금 너무 후져서 스탭들한테 욕을 먹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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