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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고 지금은 너를 대신해…"

[우리가 파업하는 이유] 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집단 계약 해지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제1지회장이 40일 가까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차가운 냉동고 안에 갇혀 있다. 화물연대는 오는 11일부터 대한통운 문제를 놓고 총파업에 들어간다. 총파업을 앞둔 대한통운 조합원의 마음을 싣는다.

종태야.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우리에게는 하늘이 무너질 듯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달이었다. 너를 보낸 지도 한 달하고도 일주일. 너와 마지막을 함께했던 나무는 너의 마음처럼 순백의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진록의 옷을 입고 무심한 듯 우리의 투쟁현장을 지켜보고 있단다.

종태야.

이 미련스런 친구야! 노동권 보장이 아니 78명 우리들의 원직복직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이기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생명줄을 놓아 내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날 수 있었단 말이냐. 남아있는 너의 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혜주, 정하는 어찌하며 나를 포함한 해고 노동자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그 업보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그리도 어이없이 생을 버렸단 말이냐.

종태야.

이 글을 쓰면서도 너의 천진하기조차 했던 환한 웃음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마음 같아서는 대성통곡을 하였으면 아니 술이라도 잔뜩 마셔 만취가 되었으면 싶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니어서 참으련다. 이를 악물고서라도 참으련다. 울고 있기에는 못다 이룬 너의 꿈이 너무 크기에 그 뜻에 천만분의 일이라도 일궈내고 나서 울련다.

▲ "너의 영혼이 떠돌고 있는 구천의 세계는 얼마나 외로운 곳이더냐. 너의 육신이 머물고 있는 병원 안치실은 얼마나 춥겠느냐. " ⓒ프레시안

종태야.

너의 영혼이 떠돌고 있는 구천의 세계는 얼마나 외로운 곳이더냐. 너의 육신이 머물고 있는 병원 안치실은 얼마나 춥겠느냐. 이 글을 너는 비록 읽을 수 없어도 마음만은 항상 함께 하리라 믿으며 우리들은 하루하루 모진 목숨을 연명하고 있단다.

종태야.

남아있는 삶속에서도 항상 너와 함께 하련다.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으련다. 약자를 핍박하는 놈들을 보면 너를 대신해서 회초리를 아니 몽둥이를 들련다. 그리하여 너의 아이들이 아니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그때는 더 이상 소외되는 사람들이, 핍박 받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되도록 해보련다.

그 날, 우리 술 한 잔 함께 하자. 그리고 마음껏 울어보자. 그때까지 참아다오. 지금은 너를 대신해서 이 썩어버린 정권, 사회, 자본가들을 질타하련다.

부디 질곡의 이승 사 털어버리고 편히 쉬려무나.

죽지 못해 살아남은 자 최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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