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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BW 사건, 법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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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SDS BW 사건, 법원의 딜레마

[기고] "대법원 계산 방식 따르면, 이건희 면소는 불가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지난 5월 29일, 대법원은 두 건의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관련 사건입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기소되었던 사건인 만큼, 많은 사람이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법학 교수 43명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33명을 고발한 지 9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먼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관련 사건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세 개의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1. 대법관 5명의 의견 (다수 의견)
주주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저가 발행은 배임죄에 해당한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 배정 방법으로 발행되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던 이사는 무죄다.

2. 대법관 5명의 의견 (반대 의견)
주주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저가 발행은 배임죄에 해당한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되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던 이사는 유죄다.

3. 대법관 1명의 의견 (별개 의견)
주주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문제가 없다.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에도, 저가 발행은 문제가 없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 배정 방법으로 발행되었다. 어떻든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던 이사는 무죄다.


대법관 6명의 무죄 의견, 대법관 5명의 유죄 의견. 월드컵 축구 대회의 승부차기 장면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대법원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던 이사를 무죄로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이어서 대법원은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던 이사를 무죄로 판단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전환사채 발행에 관여하였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대법원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된 것이 분명하다면서, 제3자 배정 방법으로 발행하는 경우 저가 발행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관여하였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관련하여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유죄로 판단된 만큼 처벌을 받겠네요?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서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공소시효가 문제입니다.

우리 형사법에는 이름이 꽤 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배임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고, 이득액이 50억 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그런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날이 1999년 2월 26일이고, 특별 검사가 기소한 날이 2008년 4월 17일이므로, 결국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어야 처벌이 가능하고, 이득액이 50억 원 미만이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제 이득액이 문제입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제3자가 얻은 이득액은 얼마나 될까요? 앞으로 이득액 계산과 관련하여 환송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아시겠지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이득액 계산과 관련하여 제1심에서 한 차례 공방이 있었습니다. 특별 검사는 삼성SDS 주식의 적정 가격을 5만5000원으로 보고, 이득액을 1539억2292만3000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제1심 재판부는 적정 가격을 9740원으로 보고, 이득액을 44억1631만9468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 당연히 제1심 재판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7년의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아무리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득액이 무려 35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지난 6월 8일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 좌우할 SDS 배임액 문제'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면소 판결 선고를 위하여 삼성SDS 주식의 적정 가격을 조작하였다고 제1심 재판부를 온통 비난하는 글이었습니다. 사법부에 경고(?)까지 한다니 제1심 재판부가 계산한 적정 가격 9740원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조작 운운했던 제1심 재판부의 적정 가격 9740원으로도 이득액은 50억 원을 훌쩍 넘으니까요. 계산해 드릴까요?

이득액은,

9740원×321만6780주-(7150원×321만6780주+11억7990만 원)=71억5156만200원으로 50억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안심이 됩니까?

그런데 같은 가격 9740원을 가지고서도, 왜 이득액이 44억1631만9468원과 71억5156만200원으로 달라질까요?

아시겠지만 계산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득액 44억1631만9468원은 제1심 재판부의 계산 방식에 의한 것이고, 이득액 71억5156만200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계산 방식에 의한 것입니다.

사실 필자는 이득액 계산 방식에 관한 한 제1심 재판부가 옳고, 대법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적정 가격 5만5000원이 틀렸고, 적정 가격 9740원이 옳다는 주장으로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지금 당장 바꿀 수도 없고요. 이렇게 되고 보니 이득액 계산 방식에 관한 한 삼성 변호인단의 억울함은 크리라고 봅니다. 글쎄, 그러려니 하십시오. 현재 가치를 계산하면서 아직도 단리 할인법을 사용하는 분들이 대법관들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삼성SDS 주식의 적정 가격을 9740원에서 조금 더 줄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아마도 제1심 재판부가 비장의 무기(?)로 숨겨 놓은 적정 가격 9095원을 보았을 것입니다.

아뿔사! 그래도 이득액은 9095원×321만6780주-(7150원×321만6780주+11억7990만 원)=50억7673만7100원으로 또 50억 원이 넘네요. 너무 아슬아슬하지 않나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지요? 이것을 간발의 차이라고 하던가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이득액 계산 방식이 더욱 더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설사 면소 판결을 받지 못하다고 해서 큰 일(?)이야 나겠습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음 대법원 판결 내용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환송심에서는 이득액이 얼마로 계산되어 나올까요?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라 함은 기존주식의 시가 또는 주식의 실질가액을 반영하는 적정가격과 더불어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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