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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2009] 유럽 전통 민담같은 판타지영화,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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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2009] 유럽 전통 민담같은 판타지영화, <크라바트>

[Film Festival] 부천영화제 상영작 <크라바트> 리뷰

흑사병과 전란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의 유럽, 크라바트라는 고아 소년이 한 방앗간의 도제가 된다. 크라바트는 점차 방앗간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방앗간 내부에는 괴이하고 암묵적인 규칙들이 존재하고, 다른 도제들과 방앗간 주인은 모종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두려움과 호기심을 품고 진실에 다가가던 크라바트는 자신에게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 크라바트

<크라바트>는 화려한 CG와 비주얼로 무장한 작금의 스펙터클한 아동용 판타지의 계보를 따르기보다는 그보다 조금 느릿느릿하고 느슨하면서도 고전적인 맛이 있는 판타지 영화다. 굳이 시대적인 배경을 설정해 놓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빈한한 소년들이 고생스럽게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결코 '아동용'스럽지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재능은 있지만 딱히 정의롭거나 침착하지는 않은 주인공 소년 크라바트 역시 어린이로 그 대상을 국한하지 않는 무심한 유럽 민담의 전통을 잇는 타입의 주인공이다. 흑마술을 사용하는 잔인한 마법사의 존재와 사람이 죽어나가는 하드하고 공포스러운 전개, 스토리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말거나 어쨌든 맥거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무수한 '금기'들도 마찬가지로 그 모호함과 설명되지 않는 요소들이 오히려 매력이랄 수 있는 오래된 유럽 민담의 구조를 착실하게 닮았다.

이런 원형적인 플롯을 놓고 보면 두 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은 약간 긴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한 영화는 아니다.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요소들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크라바트>에는 그 나름대로의 볼거리들이 있다. CG는 적절한 한도 내에서 자연스럽게 잘 사용되어 영화에서 보여주는 매혹적인 '마술'의 위력을 충분히 드러내준다. 또한 자연의 풍광이나 중세 유럽을 재현한 꾸밈없는 세트와 어우러진 몇몇 장면들은 매우 아름답다. 대표적으로 흑마술을 익힌 도제 소년들이 까마귀로 변해 절벽에서 날아가는 장면의 아름다움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조용한 매력들 때문에 이따금 깔리는 <반지의 제왕>풍의 야심적인 음악이 도리어 분위기를 깎아먹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주인공 크라바트 역을 맡은 데이빗 크로스는 최근 주목받은 <더 리더>에 이어 다시 철부지 소년에서 청년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연기하는데,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위치한 배우 자신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마스크가 빛을 발한다. 주인공의 가장 절친한 도제이자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톤다 역은 여전히 앳된 미모를 자랑하는 유럽 훈남 다니엘 브뢸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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