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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2009] 일본영화, 펑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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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2009] 일본영화, 펑크를 만나다

[Film Festival] 이사카 코타로와 쿠도 칸쿠로의 유쾌한 세계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9)는 이미 폐막했지만, 영화제가 끝났다 하여 영화도 끝나는 건 아니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 중 펑크음악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일본영화, <피쉬 스토리>와 <소년 메리켄사쿠>를 소개한다. <피쉬 스토리>는 곧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두터운 팬층을 지닌 일본 장르영화들은 언제나 조금은 '오타쿠'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부천 영화제의 인기작이다. 올해도 많은 일본영화들이 부천을 찾았지만 그 중 여름을 맞이하여 시원한 펑크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두 일본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피쉬 스토리>와 <소년 메리켄사쿠>가 그것이다.

<피쉬 스토리>는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소설을 낼 때마다 영화화 소리가 들려오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혜성 충돌로 지구 멸망의 위기에 빠진 2012년의 시점에서, 영화는 뒤로 돌아가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1975년부터의 2009년까지의 몇 개의 에피소드들을 무작위로 늘어놓는다. 밴드 '게키린'의 앨범 '피쉬 스토리'와 세기말적 분위기를 매개로 하여, 친구들의 운전사 노릇을 하다가 우연히 '피쉬 스토리'의 앨범을 듣게 된 소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 테러범들에게 점령당한 배에 타게 된 한 소녀와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섹스 피스톨즈가 펑크라는 단어를 만들기도 전에 펑크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사라진 무명의 일본 밴드 '게키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피쉬 스토리

이 에피소드들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딱 들어맞으며 짜릿한 감각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느슨하고 유머러스하게 연결되어 있는 전체적인 이야기상은 영화의 타이틀처럼 거대하고 사소한 '허풍'의 이미지를 강화시키며 흐뭇한 미소를 피식 불러일으킨다. 긴 기간의 연습을 거쳤다는 '게키린' 배우들의 음악 실력도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따지고 보면 '펑크'라는 음악의 한 갈래가 그렇게 깊게 다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영화의 전개에 필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지만, 신나는 펑크 사운드 위에 자연스럽게 얹힌 영상의 매력은 영화라는 장르만이 구현할 수 있는 미덕이다.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소설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연출한 바 있다. 또한 이번 부천영화제의 또 다른 상영작이자 역시 일본의 소설 시리즈에 원작을 두고 있는 <제너럴 루즈의 개선>의 감독이기도 하여, 일본영화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인 '소설의 영화화'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작을 새롭게 재현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피쉬 스토리>는 7월 30일 극장에서도 정식으로 개봉한다.

<소년 메리켄사쿠>는 <키사라즈 캣츠 아이>, <타이거 & 드래곤> 등의 드라마부터 <식스티 나인>과 <고> 등의 영화 각본들을 쓰며 주로 일본 드라마계에서 개성있는 각본가로 이름을 날렸던 쿠도 칸쿠로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유명 음반사의 기획팀에서 일하는 칸나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소년 메리켄사쿠'라는 펑크 밴드의 공연을 접하고 그들을 찾아내 계약을 따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영상은 25년 전의 것이었고 막상 찾아낸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50대의 심각하게 망가진 아저씨들이다.

▲ 소년 메리켄사쿠

쿠도 칸쿠로의 드라마들은 천편일률적인 일본 TV 드라마계에서 그만의 독특한 유머 센스와 발상으로 일명 '쿠도칸 월드'를 구축하며 컬트적인 팬덤을 형성해 왔다. <소년 메리켄사쿠>역시 그런 쿠도 칸쿠로의 센스가 빛나는 영화이다.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패턴에서라면 칸나가 찾아낸 이 50대의 아저씨들이 사실은 '찌질한' 겉모습 뒤에 지치지 않는 펑크에의 열정과 녹슬지 않은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음악계를 들썩이게 된다는 그런 성공 스토리가 이어지겠지만, 쿠도 칸쿠로의 영화에서 그런 안이한 전개가 허락될 리 없다. 얄밉지 않은 폭력과 더러움, 씁쓸한 미소와 폭소의 순간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는데다 훈훈해야 할 마무리에 이르러서도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뒤틀린 반전과 유머가 빼꼼 고개를 들이미는 꼴이 영락없는 '쿠도칸 영화'다.

에도 시대의 게이 커플을 주인공으로 해서 막말로 좀 '정신줄 놓은' 것 같았던 초현실적인 개그 센스를 선보였던 첫 영화 연출작 <한밤중의 야지 키타>에 비하면, <소년 메리켄사쿠>는 훨씬 잘 정돈된 매력이 있는 컬트영화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음악사와 아이돌사(史)를 훑으며 80년대 쟈니즈 아이돌과 최근의 트렌디한 밴드,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를테면 독특한 노래와 일본인답지 않은 비주얼을 선보이는 무표정한 가수 테루야(TELYA)는 명백히 유명 가수 각트를 모델로 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이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강도 높은 개그의 폭격 속에서도 '펑크'라는 장르에 내재되어 있는 야수성과 치기 어린 열정을 놓치지 않는 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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