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혼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노총 소속 단위노조 대표인 이인상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 위원장이 <프레시안>에 장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한국노총 내 반발의 목소리가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은 처음이다. 편집자
한국노총 노동부유관기관 노동조합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장 이인상입니다. 각설하고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석춘 위원장님!
아직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듯하여 말씀드립니다. 노동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노동운동은 가장 민주적인 운동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입니다. 그런데 위원장께서는 그 원칙을 무너뜨리고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였습니까? 나하나 살겠다고요?
지난달 30일 나온 그 기자회견문은 누가 써 주었습니까? 더러운 야합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오욕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노동운동의 기본도 모르고 노동자의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조직이라면 탈퇴도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복수노조 반대는 노동운동의 기본인 결사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 합니다. 공익위원안보다 더 못한 합의를 해놓았습니다. 위원장이 현장을 다니지 않고 정치인들과 놀아난 결과라고 합니다.
▲"장석춘 위원장님! 이건 배신행위입니다. 한국노총을 배신하고, 대한민국 노동자를 배신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신한 행위입니다."ⓒ프레시안 |
장석춘 위원장님! 노동조합의 기본은 힘을 가지고 상대와 교섭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위원장께서는 현장 독려는커녕 총파업 투표 마지막 날 조직결의를 무시한 채 노동역사에 치욕이 될 우를 범하고 마셨습니다.
이건 배신행위입니다. 한국노총을 배신하고, 대한민국 노동자를 배신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신한 행위입니다.
도대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해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국회의원 4명과 공공기관 이사장 1명 외에 현장노동자를 위해서 무엇을 얻어내셨습니까?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10개 합의사항 중 얻어낸 것이 무엇 있습니까? '토사구팽'만 당하지 않았습니까?
정년 연장관련 등 4개 조항에 대하여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 의장과 이루어진 '8.14 합의'도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의 핵심인사가, 10월 15일 임시대대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고도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해주었습니다.
왜요? 전략적으로 필요해서라고 변명하고 싶으십니까? 도대체 얼마나 당해야 정신을 차리시겠습니까? 백성이 잘못하면 훈계하고 가르치면 되지만 임금이 한번 잘못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리더십 부재는 전체 조합원을 어용으로 만들고 63년 역사의 한국노총을 무너트립니다.
장석춘 위원장님! 4가지만 요구합니다.
첫째, 노동운동의 기본도 모르고, 일부 기득권에 눈이 멀어 조직결의를 무시하고, 한국노총이 개인소유물인 양 노동자를 배신한 한국노총 집행부는 총사퇴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장석춘 위원장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됩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집행부가 총사퇴해야합니다.
둘째, 현장조직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 '비대위'는 어떠한 정치색도 배제하고 오직 떨어진 노총의 위상과 무너진 노동운동의 기본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탄생시킨 후 자진해산해야 합니다.
셋째, 임시대의원대회를 즉시 열어 잘못된 합의를 무효화하고 노동운동의 기본을 담아 10월 15일 임시대대에서 결의한 사항을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끝으로 반노동자 정서를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이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정책연대는 반드시 파기되어야 합니다.
위원장께서 일말의 책임을 느끼신다면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마십시오. 사나이답게 위의 4개항을 지원하시고 집행부와 함께 사퇴하시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충언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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