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민심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에 대한 심판
누가 뭐래도 6.2 지방선거 민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심판이었다. 변화의 폭으로 보아 그것은 심판을 넘어선 복수였다. 서울시 구청장 선거가 상징이다. 4년전 서울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서울시 구청장 25곳(100%)을 몰아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에 21곳(84%)을 몰아주었다. 4년전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심판했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종이 짱돌'을 던진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의 종이 짱돌을 맞은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촛불정국을 만든 광우병 쇠고기 파동, 4대강 사업 강행, 세종시 수정 등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와 소통부재,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언론탄압, 표현의 자유 억압 등에서 보여준 공안통치와 민주주의 기본권 위축에 대한 시민대중의 위기의식과 반발이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후보들이 약진한 것도 이명박식 특권교육에 대한 대중의 거부라고 할 수 있다. 6.2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시장만능주의 양극화와 빈곤심화에 따른 민생불안이 배경
그러나, 이런 평가로는 부족하다. 2002년 대선 이후 극심한 투표쏠림(스윙투표)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6.2지방선거를 비롯한 최근의 극단적 표쏠림 현상의 바닥에는 더 깊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진적으로 도입된 시장만능주의 양극화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시민대중의 기대와 열망, 실망과 좌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2004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약진,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한나라당 압승, 2010년 지방선거 민주당 압승은, 무너지는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해결해 달라는 절박한 민심의 표출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를 극복하고 서민경제를 살려달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는 민심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했다. 좋은 일자리와 복지 확대를 통해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하기는커녕, 4대강사업과 부자감세,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등 재벌과 특권층 퍼주기에 골몰해왔다. 여기에 기본권 억압, 공안동원, 북풍악용 등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통치방식이 국민의 위기의식을 부르면서 6.2지방선거에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진보정치세력, 'MB심판'과 '복지국가' '민주당 극복' 전략 있었나
6.2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세는 이랬다. 따라서 진보정치세력들은 6.2지방선거를 통해 'MB심판'과 민주회복을 바라는 대중의 당면요구와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대중의 고통을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을 동시에 해결해야했다. 거기에 두베르제법칙(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 아래서는 끊임없이 양당체제로 수렴되는 경향)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정치문화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과 지혜가 필요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진보정치세력들의 정세인식과 대응능력은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MB심판'을 바라는 당면요구에 매몰되어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밀어주고 말았다고 본다. 민주당과 함께 'MB심판'을 외친 것 외에 민주노동당이 어떤 독자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했는지 국민은 기억하지 못한다. 민주당을 밀어주고 실리를 챙긴 것이 위안이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진보정당 10년의 성과, 노동대중과의 유대감, 운동권 다수파의 조직력도 시대의 아픔을 해결할 비전이 없으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얻는 민주당 2중대 이미지는 향후 벌어질 총선과 대선의 진검승부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복지혁명'을 전면에 내걸고 지방선거에 임했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작금의 구조화된 양극화와 대중의 고통을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이다. 보수정치세력을 이길 수 있는 진보정치세력의 유일한 집권무기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당력의 열세로 인해 국민에게 자신의 정책비전을 제대로 알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MB심판'을 바라는 대중의 당면요구에 복지국가라는 근원적인 처방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두베르제법칙을 극복할 조직전략이 없어, 선거를 통한 진보세력 약진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신당을 관통하는 안티주의와 고립주의에 대한 심상정 전 대표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국민참여당은 당원중심 정당문화, 유시민이라는 대중성 있는 인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우라에 힘입어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는 낙선했고 노풍은 기대만큼 불어주지 않았다. 국민참여당은 정책노선이 불분명하여 국민에게 각인될만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 선거로 국민참여당은 당원중심의 정당문화만으로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두베르제법칙이 관철되는 한국의 정당체제 속에서 국민참여당이 향후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 이후 쇠퇴하던 창조한국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문국현 전 대표 낙마 이래 극심한 내분에 휩싸여 지방선거에 대응조차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지금 창조한국당은 민주화 이후 잠시 큰 인기를 모았다가 사라진 수많은 제3세력들의 모습과 닮았다. 정당이 100년을 가려면 명확한 국가비전과 이념적 동질성, 훈련된 주체세력,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풍부한 정책대안이 있어야 한다. 급조된 정당은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창조한국당은 한국사회에 던진 '과로사회 종식,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화두를 이어갈 새로운 정치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역동적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으로 민주당을 넘어서자
6.2지방선거는 진보정치세력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제 진보정치세력들은 대중의 고통과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자신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과제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양극화와 민생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민주당을 극복할 대안과 전략으로 요약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는 역동적 복지국가 노선을 중심으로 진보4당이 대통합의 결단을 내릴 것을 제안한다. 이 힘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변화시키고 극복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지금의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야당으로 한나라당과 양강구도를 만들지 않으면 한국사회와 진보정치세력의 미래는 없다.
복지를 중심으로 생태와 평화를 양날개로 국민을 책임지자
왜 역동적 복지국가인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민생불안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을 대중이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양극화의 심각성과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은 여론조사에 그대로 나타난다. 2010.5월 한겨레신문 창간기념 여론조사를 보면 '북유럽식 복지국가사회'를 지지하는 비율이 67%에 이른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사회'는 24.2%만이 지지했다. 48.3%가 '경제성장'을 지지했고, 47.5%가 '복지강화'를 지지했다. 2004.5월 조사에서 '성장 우선'이 68.9%, '복지 우선'이 29%였음을 상기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비정규직 850만, 실질실업자 400만시대를 살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일하고 싶어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 누구나 자기 땅에서 먹고 살 수 있었던 토지개혁의 효과는 사라졌다. 최근 우리나라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0.7이 넘는다(전강수). 1960년대 0.3 수준이던 토지소유 지니계수에 비해 엄청나게 자산불평등이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강부자'란 비유가 상징하듯이, 강남에 집(토지)를 갖고 있느냐가 서민과 특권층을 가르는 계급구분의 기준이 되었다. 비교적 평등했던 대한민국이 남미나 필리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생활은 불안하기만 하다. '80년대 70%를 넘던 중산층은 2007년 59.4%로 60%아래로 떨어졌다. 빈곤층도 2006년 16.7%에서 2009년 18.1%로 늘어났다. 중산층은 서민이 되고 서민은 빈민이 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대책이 없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니 각자도생도 불가능하다. 복지제도는 걸음마수준이고 선별적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자살율은 우리 국민의 불안한 삶과 희망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대중의 불안한 삶을 해결할 방안은 북유럽식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뿐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를 지향한다. 이런 방향아래 당면과제로 우리는 '일자리 불안', '보육 및 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건강 불안' 등 5대 민생불안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튼튼한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경제를 구현하고, 생태문제와 평화문제에 있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 진보정치세력들도 복지를 중심으로 생태와 평화를 양 날개로 삼아 국민의 열망과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민주당 아닌 새로운 야당으로 한나라당과 양강구도를 만들자
왜 민주당을 넘어야 하는가? '자유+보수'세력으로 구성된 민주당은 역동적 복지국가를 실천할 의지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온도 차이는 있을망정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는 시장만능주의정책을 추진해왔다. 6.2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과거와 특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선거 최대쟁점인 4대강사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시민운동과 진보정당들의 오랜 실천의 결과물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패권주의적 태도로 협상을 무산시켰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라 복지국가를 실천할 강력한 진보정치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MB심판'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반대의 독점'이 가능한 '제2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6월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8.5%가 '대통령이 일을 잘못해서'라고 대답했다. '여당이 싫어서' 20.0%, '정권견제' 5.1%였다. 63.6%가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를 위해 야당을 찍었다는 것이다(이철희, 2010).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표는 제2당에 몰린다. 표를 몰아줘야 집권세력을 패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를 몰아줄 정당의 능력은 부차적인 문제다."(샤츠슈나이더)
진보4당 통합으로 복지국가와 집권세력으로 나아가자
| ▲ 유원일 의원 ⓒ유원일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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