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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기고] 공정한 사회와 장애인고용

강원도 원주의 작은 배추절임 공장안에서 위생복을 입은 30여 명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직원들은 20여명의 40~50대의 중년의 여성들과 10여 명의 20대의 젊은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하는 광경을 자세히 보니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근로자들에게 몇 번이고 업무 내용을 지시하면 남성 근로자들이 그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얼굴 어디에도 불만어린 표정이나 찡그림이 없으며 직원들간의 호흡은 완벽해 보인다.

이곳은 다름 아닌, 대기업에 절임 배추를 납품하는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 (주)김채의 모습이다. 10여 명의 젊은 남성들은 다름아닌 지적장애인들이며 근무한지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이 넘은 어엿한 직장인들이다. 육체적으로 어렵고 힘든 식품공장에서 장애인이 일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다수의 중증장애인들이 적응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장님의 남다른 접근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접근방식은 장애인들이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배치될 적합한 직무를 직접 선정하며 적어도 채용후 1년간은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접근방식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인데, 장애인들이 적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공단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장애인 고용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을 최소화하고 공단의 전문적인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전에는 3주 정도의 현장훈련 프로그램인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장애인을 고용한 후에는 분기별로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신청해서 지급받으며, 장애인 고용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용관리비용'을 지원받는다. 또한, 생산설비 확충이 있었던 2009년과 2010년에는 '장애인고용시설자금 융자'를 통해서 장기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단행하여 장기적인 생산수요에 대응하며 생산성을 높여나갔다.

이러한 과정들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장애인들도 많았고,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퇴사하는 장애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 고용한 장애인들은 웬만해서는 해고하지 않았고 적응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처음에는 1~2명에 불과하던 인원이 이제는 10명이나 되었고, 지금까지의 장애인 고용경험을 기반으로 고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김채 사장님이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12월 3일은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반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매체에서는 장애인의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열악한 인권에 대해서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동정심이나, TV의 모금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시적인 경제적 지원 등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 8.15 광복절 연설에서 대통령은 공정사회론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적 룰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fair)하다는 것은 기회의 균등에서 더 나아가 결과의 균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장애인 고용에 있어 기회의 균등만을 논하는 것은 입사시험의 기회나 면접의 기회의 제공에 그칠 공산이 매우 크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에 적응할 시간이다. 이 시간이 비장애인에 비해서 몇 배 혹은 수십 배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의 김채 사장님은 그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림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 많은 경제적 이득과 그들에 대한 신뢰감을 얻었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할애하지 혹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않은(unfair)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름의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능력이 개발되기도 전에 경쟁에 밀려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에게 진정한 기회의 균등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실력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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