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는 8만6589표(선거인단 투표 80%, 여론조사 20% 환산득표수)를 얻어 2위를 한 김문수 후보(8955표, 8.7%)를 큰 표 차로 제쳐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전날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는 역대 최저 투표율인 41.2%로 마감됐지만, 박 후보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평균을 웃도는 높은 투표율이 나오면서 애초 박 후보의 '완승'이 예고됐다.
| ▲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20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실제 이날 전당대회는 박 후보의 '추대대회'를 방불케 했다. 낮은 투표율로 인해 비박(非朴)계의 '파란'은 애초부터 시나리오에서 배제됐고, 행사장에도 '박근혜!'를 연호하는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누리당 역대 대선 경선 최고 득표율은 탄탄한 '대세론'을 자랑했던 이회창 후보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얻은 68.1%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이를 뛰어넘는 84.0%로, 역대 기록을 갱신했다.
대권 도전 '재수' 끝 쾌거…박근혜, 남은 숙제는?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못 박았다. 이번이 사실상 세 번째 대권 도전인 만큼, '마지막'이란 배수진을 친 것이다. 1998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당시 거세던 '이회창 대세론'으로 인해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 이회창 전 총재를 지원했다.
공식적인 첫 대권 도전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1.5%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밀리며 좌절됐다. 그러나 2004년 '천막 당사' 시절에 이어 올해 당명까지 바꾸며 새누리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재확인, 당의 최대 주주로 우뚝 섰다.
2007년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할 만큼 굳건한 '대세론'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넘어야할 산은 많다. 박 후보의 대세론이 처음으로 의심받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20~40대 젊은층과 수도권 등 취약층은 그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반면 이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그가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배경엔 그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 최근 재차 불거진 '5.16 역사관' 논란, 정수장학회 및 장준하 선생 타살 논란 역시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고, 그 때마다 지지율도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박 후보가 고정 지지층인 노년층, 대구·경북을 넘어 외연 확장을 위해 이 부분에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일지가 선거 승패의 관건으로 보인다.
고개 떨군 비박, '포스트 朴' 꿈은?
비박계 후보들의 2위 대결도 눈길을 끌었다. '비박'을 넘어 '반박(反朴)' 후보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 김문수 후보(8.7%)는 부산·경남의 몰표를 기대한 김태호 후보(3.2%)를 누르고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계승자'를 자임한 임태희 후보의 경우 4위(2.6%)에 그쳤고, 젊은층 표심 잡기에 주력한 안상수 후보의 경우 1.6%의 득표율 만을 얻어 5위의 쓴잔을 마셨다.
애초 박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차차기 대선을 노린 출마였지만, 이들 비박계 후보들이 '포스트 박'의 입지를 다지긴 다소 어려워 보인다. 경선 기간 동안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채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골몰했고, 그 결과 지지율은 '1%대'의 답보 상태를 보였다. 비박계 4인이 노린 '포스트 박' 입지를 위해선 1위 못지 않은 2위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했지만, 결국 '박근혜 흠집내기'에 그치며 한 자릿수의 득표율만 얻었다.
여야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이날 새누리당이 후보를 확정함에 따라 18대 대선 고지를 향한 여야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경선에 돌입해 내달 중순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며, 박 후보의 유력 경쟁 상대인 안철수 원장 역시 장고를 끝내고 곧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후보의 선출에 따른 새누리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는 9월 말께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그간 경쟁해온 비박계 인사 뿐 아니라 자신의 취약층을 보완해줄 외부 인사 영입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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