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 우리는 중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중동을 정말 알고 있을까? 중동이란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은 이라크 전쟁, 자살폭탄테러, 차도르를 착용한 여성, 한 손에 칼, 한 손에 쿠란 등을 연상하게 된다. 이런 문구들은 우리가 중동을 테러의 땅, 폭력적인 종교, 여성을 끔찍하게 억압하는 곳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가 듣고 보는 중동이다. 하지만 언론매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중동과 실제 중동은 어떤 점이 다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은 정말 그들의 모습일까?
중동에서는 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역사에서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만약 중동이 중요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중동에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이곳이 오늘날처럼 '분쟁의 대명사'로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동은 고대문명과 3대 종교의 발상지로 오랜 세월동안 동서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또한 중동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 대륙을 육로와 해상으로 연결하는 지역으로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다. 중동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60%와 45%를 차지하고 있어서 세계에너지 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중동은 우리나라에게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석유 수입 의존도는 2000년 75.1%에서 2012년 85%로 높아졌다. 천연가스 또한 47%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거의 60%를 중동에서 수주했고 의료, 금융, 가전제품을 비롯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수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확보와 중동시장 진출이 우리가 중동을 알아야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지구촌의 한 지역을 이해하고 우리와 다른 문화권을 파악하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중동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과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생각하고 느끼면서 살고 있다. 그들에게도 뜨거운 피와 열정이 흐르고 있다. 그럼 이제부터 그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보자. <필자>
지난 7월 22일 유럽연합(EU)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EU는 작년 7월 18일 발생한 불가리아의 버스 테러사건에 헤즈볼라가 연루되었다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불가리아의 부르가스 공항에서 일어난 버스 테러사건으로 이스라엘 관광객 5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했고 32명이 부상당했는데 불가리아 정부는 헤즈볼라가 개입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및 네덜란드는 이미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는 7월 18일 사우디,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가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EU의 결정과 GCC의 움직임은 사실상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헤즈볼라의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Hasan Nasrallah)는 5월 25일 이스라엘군 철수 13주년 기념행사인 '해방의 날'을 맞아 TV 연설을 통해 "만약 시리아가 타크피리스(Takfiris; 수니파 극단주의)와 미국의 손에 넘어가면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 들어올 것이다. 만약 시리아가 무너지면 팔레스타인도 잃을 수 있다"면서 시리아 내전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이 길을 끝까지 걸어 승리할 것"이라면서 시리아 내전의 전면 개입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헤즈볼라는 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까? 시리아 내전은 초기에는 독재 대 반독재의 대립구도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차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갈등으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국제적인 대리전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친 서방 대 반 서방, 수니파 대 시아파 등 복잡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미국과 EU 대 러시아와 중국이 대립하고 있다. 중동 역내에서는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비롯한 아랍왕정국가들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면서 수니파 연대를 형성한 반면에 이란과 이라크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시아파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개입은 시리아 내전을 국제적인 대리전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은 5월 3일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을 공습했고 5일에는 다마스쿠스 외곽에 위치한 잠라야 군사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는 "시리아를 통해 헤즈볼라에게 공급하려던 이란산 파테 110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실제 공습 목적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군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시리아 반군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7월 5일에도 시리아 북서부의 해군 기지를 공습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선언했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헤즈볼라의 전면개입은 사실상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나스랄라 연설 이후 EU는 5월 27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월 13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승인했지만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7월 23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8월부터 무기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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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또 다른 요인은 시리아 반군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시리아 분할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시리아의 국경선 부근에 안전지대를 확보해야 한다. 나스랄라는 "시리아 반군이 레바논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점령했기 때문에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헤즈볼라의 군사개입은 쿠사이르(Qusayr) 전투에서 시작되었다. 6월 5일 시리아 정부군과 헤즈볼라는 2011년 3월부터 시리아 반군이 장악해 왔던 전략적 요충지인 쿠사이르를 재탈환했다. 쿠사이르는 레바논 국경선에서 약 1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로 시리아 반군이 레바논에서 무기와 군수물자를 제공받는 통로이다 또한 이곳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헤즈볼라는 어떤 단체인가? 그들은 테러단체인가 아니면 합법적인 저항단체인가?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침략과 점령에 저항하면서 이란의 지원으로 결성되었다. 레바논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목표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목표는 모든 팔레스타인들을 레바논에서 추방시키기 위한 공격이었고 더 나아가 시아파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헤즈볼라는 1985년 5월 창립 선언문을 통해 '반식민주의'와 '이슬람 정부'의 수립을 공표했다. 1992년 이래 나스랄라가 헤즈볼라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슬림을 대표하는 레바논 정당 중의 하나이다. 17년 만에 치러진 1992년 레바논 의회선거에서 총 128석 가운데 12석을 획득했으며 1996년 10석, 2000년 8석, 2005년 14석, 2009년 12석을 차지했고. 현재 헤즈볼라 소속 2명이 각료로 레바논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병원과 학교를 직접 운영하면서 가난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사회봉사를 제공하고 있다.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시아파 주민들의 지지는 가히 절대적이다. 이를 두고 헤즈볼라를 '국가 안의 국가'라고 부르고 있다.
헤즈볼라라는 이름을 국제무대에서 강렬하게 심어준 사건은 2006년 레바논 전쟁이었다. 2006년 34일간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민병대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사실상 이스라엘 '전쟁불패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과거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지만 헤즈볼라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헤즈볼라는 아랍세계 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 저항운동의 구심점으로 등장했다.
헤즈볼라의 개입으로 시리아 내전을 종파 전쟁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란을 주축으로 이라크, 시리아, 헤즈볼라 간의 '반미 시아파 벨트'가 형성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내전을 단지 중동의 내부 문제 즉, 수니파-시아파 갈등으로 단순화시키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헤즈볼라가 타국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공습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국제적인 대리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필자 소개
유달승 교수(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는 중동정치 전문가로 이란 테헤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동은 불타고 있다>(나무와 숲, 2011), <이슬람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한겨레출판(주), 2009) 등의 저서가 있다. 역서로는 <예루살렘 전기>(시공사, 2012), <정치적으로 왜곡된 이슬람 엿보기>(도서출판 인간사랑, 2009), <중동의 비극>(한울 출판사, 2007), <팔레스타인/이스라엘>(한울 출판사, 2003) 등이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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