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모래 한 알 한 알 소중하던 내성천의 마지막 추억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모래 한 알 한 알 소중하던 내성천의 마지막 추억

[포토] '<프레시안>과 함께 하는 내성천 답사' 참여기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너무 아름답기에 눈물나는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모래강' 내성천은 잃어버리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9월 24일 독자들과 함께 경북 영주, 예천 일대의 내성천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또 언제 맨발 벗고 이 강을 걸을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들리던 이 말은 여행을 떠난 목적이자 여행 끝자락을 채우던 한숨의 이유였습니다.


기사는 이날 동행한 독자들이 추억과 아쉬움을 담아 보내 온 사진들로 엮은 것입니다. 답사기를 보내 온 신병문 씨는 전국을 돌며 '우리의 삶과 문화, 풍경의 새로운 발견'을 주제로 한국의 사람과 산하를 기록하는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그와 독자들이 기억할 내성천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지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참 걷고 싶었던 길을 걸었습니다. 아니 '강'을 걸었습니다. <프레시안>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자발적 유료 독자인 '프레시앙'을 초청해 경상북도 영주군과 예천군에 걸쳐 흐르는 내성천을 걷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서울서 출발한 일행이 처음 도착한 곳은 영주군 평은면의 송리원휴게소입니다. 사실 제게 이곳은 낯설지 않습니다. 20여년 전 젊음이 한창일 때 하계등반훈련을 마치고 들른 곳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학교 선배가 송리원휴게소(그때는 평은휴게소)를 운영했었고 그 인연으로 강가 모래톱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신나게 뛰어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을 안고 이곳에서 이번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이 지역 향토식 닭개장으로 배를 채운 뒤 바로 내성천으로 들어갑니다. 드넓은 모래톱이 일행을 먼저 반깁니다.

요즘 댐 공사로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내성천은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소백산 자락의 옥석산 기슭에서 발원해 봉화읍, 영주시 평은면, 문수면, 예천군 지보면을 지나 문경시 영순면에 이르러 삼강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100여km의 모래강입니다. 낙동강 모래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공급된 것이라고 합니다. 강바닥 모래의 깊이가 10m는 족히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걷는 이구간은 내성천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를 안내하는 내성천 지킴이 지율스님은 거침없이 맨발로 물로 뛰어듭니다. 물이 깊지 않고 모래가 고와서 맨발로 걸을 만합니다. 신발이 오히려 거추장스럽습니다. 천변의 모래는 초가을 햇살에 금빛을 뽐내고 건너편 짙은 산자락 위로 하늘과 구름은 한없이 맑고 푸릅니다.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내성천이 댐 건설로 애초의 모래 강의 모습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의 중상류가 수몰돼 사라질 것입니다. 또 하류로 운반되는 물과 모래가 줄어들어 어떤 생태적 변화를 만들어낼지 모릅니다.

내성천은 독특한 자연적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상류에서 생성된 모래톱이 하류까지 고르게 펼쳐지고, 물의 흐름은 완만해 주변에는 버드나무를 비롯한 온갖 수풀이 군락을 이루고 좀처럼 보기 힘든 물방개· 민물새우· 송사리와 특히,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와 더불어 수달, 고라니, 왜가리와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군데군데 자리한 버드나무 군락을 지나고 다리밑을 통과합니다. 급히 강을 빠져나와 다리위에 서 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보니 마치 순례자의 행렬처럼 보여집니다. 어쩜 이 순간이 그러할지도 모릅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닿았다 흩어지는 모래의 감촉을 마음에 담아두고 아끼고 아끼는 마음으로 걷습니다. 모래 한 톨 한 알이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줄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 멀리 기차소리가 들립니다. 두 시간 가까이 걷고 나니 어느새 종착지인 평은철교입니다. 끝에 다다랐을 때는 발이 조금 쓰리고 아파왔습니다. 맨발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요. 하지만 댐공사로 사라질 되는 주변환경과 대대손손 살아온 수몰민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이쯤이야 대수롭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곳의 주민들은 4대강 공사의 하나인 영주댐 건설에 반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반대 의사를 드러내 보지도 못한 채 공사가 강행되었다는군요. 하여튼 현 정권의 절차를 무시한 밀어붙이기 능력은 알아줘야겠습니다. 한번 공사하면 영원히 회복이 쉽지 않은 일이거늘 충분한 검토도 없이, 심지어 법도 어겨가며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측은함 마저 듭니다.

강에서 빠져나온 여정은 버스를 타고 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공사관계자의 저지로 현장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분노를 삭이며 댐 하류에 있는 전통마을인 무섬마을을 찾아 현대식 다리가 놓이기 전 통나무로 겨우 지나다니게 만든 전통 다리를 찾아 걸어보고 예천군 개포면의 내성천 하류 모래톱에서 해가 어둑할 무렵 여정의 끝을 맺었습니다.

이곳에서 낙동강은 지척입니다. 내성천은 회룡포에서 360도 태극무늬를 그리다가 삼강에서 낙동강을 만나면서 그 이름을 내려놓습니다.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 수달의 발자국 ⓒ박병상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신병문
ⓒ우태하

ⓒ신병문

끝으로 한가지 희망의 소식을 전하며 글을 맺을까 합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지율 스님은 내성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내성천 땅 한 평 사기(www.ntrust.or.kr/nsc)'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는 이름의 이 운동은 시민들의 모금과 기금을 통해 내성천 주변의 사유지를 확보하는 운동입니다. 2011년 1만 명을 모집해 사유지 1만 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뜻이 있는 분은 관심을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큰 사진 보러 가기: www.imagepressian.co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