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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터 출산까지 전부 무료! '로또 당첨'이 아니라

올해는 노르딕 국가의 선두주자인 스웨덴에 빠져 지내고 있다. 새해 벽두에 스웨덴에 빠져들기 시작해서 여름에는 스웨덴에 한 달간 머물며 스웨덴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돌아볼수록 의문은 더 깊어갔다. 스웨덴 사회가 100여 년에 걸쳐 이룬 성과들을 짧은 시간에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급한 마음에 교민들을 만났을 때는 염치를 무릅쓰고 자리에 붙잡아 앉히기 일쑤였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솥을 통째로 끌어안고 퍼먹듯이 스웨덴 관련 서적을 싸놓고 읽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어렴풋하게 스웨덴 사회를 이해할 것 같다. 그러면 인접한 노르딕 국가인 노르웨이는 또 어떨까?

노르웨이는 우리에게 고등어와 연어 정도로만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닐까 싶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대서양을 끼고 남북으로 펼쳐져 있어 어업이 발달해 있고, 고등어와 연어가 많이 잡히는 나라이다. 관광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요르드를 떠올릴 것이다. 빙하가 흘러내리며 깎아낸 협곡인 피요르드가 연출하는 풍광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린다. 인천공항에서도 성수기가 되면 북유럽 행 항공편의 좌석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박노자 기획, 백명정·조주형 외 지음, 꾸리에 펴냄). ⓒ꾸리에
그 노르웨이가 실상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라는 사실을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오래전부터 역사적인 연관이 깊고 근대의 역사적인 경험도 유사하여 지금까지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등 많은 분야에서 유사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 공통성을 묶어 노르딕 모델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르웨이는 유엔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이나 복지지수를 나타내는 많은 지표에서는 스웨덴을 앞서고 있지만, 노르웨이에 관한 책은 별로 없다. 스웨덴에 가려진 탓이다. 이 책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박노자 기획, 백명정·조주형 외 지음, 꾸리에 펴냄)에 관심을 갖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 책은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여섯 명의 교민이 분야를 나누어 노르웨이 복지에 관해 정리해놓은 책이다. 책을 펼쳐들며 나는 스톡홀름에서 미처 다 듣지 못한 스웨덴 교민들의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떠올렸다.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하는 교민여성은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조정하여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데리러 가고, 저녁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함이다. 그런 근무형태를 이야기하면서 가정과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스웨덴의 제도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보처럼 그때는 여성들에게 일 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제도와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다시 가볼 수도 없어 입맛만 다시던 아쉬움이 남아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파트 타임 바이올린 교사로 일하는 여성. 그녀가 오슬로에 정착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 경력을 살려 직업을 구하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임신사실을 지역 보건소에 알리는 순간부터 출산 및 산모 요양까지 모든 비용이 무료이다. 나는 그때부터 무슨 행운이라도 거머쥔 사람처럼 마음이 우쭐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려는 출산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남편까지 배정되는 육아 휴직 제도까지 꼼꼼하게 짜인다. 노르딕 국가들은 대부분 유사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르딕 국가들은 이미 193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스웨덴에서는 1936년 뮈르달 부부가 인구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 <위기에 처한 인구문제>라는 저서 출간 이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최초로 보편적인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그런 논의가 노르딕국가들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교민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네 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되어 자란 남성의 성장기가 특히 시선을 끈다. 피부색이 다르지만 그리 차별받지 않고 다니던 학교의 모습, 따뜻하고 인자한 선생님, 학생들의 관심, 학교에서 느끼는 문제점 등을 같이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들려준다.

복지국가라고는 하지만 그 이면의 어두움을 들려주는 이야기도 있다. OECD 행복지수 세계 2위의 국가라고 하지만 그 좋은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닐 때가 있다. 이민자들에게는 아직도 장벽이 높고, 무상의료제도를 실시하지만 의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불편함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은 노르딕국가를 다니다보면 이방인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스톡홀름의 민박집에서도 수다스런 여주인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찾아오는 배낭족들을 앉혀놓고 수없이 불평을 털어놓았다. 처음 들을 때는 놀랍기도 하지만 노르딕의 역사와 철학을 모르고 하는 소리니 어쩌랴.

여러 사람이 같이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를 읽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노르웨이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싶었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덧 대학생의 리포트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딕 국가에 관한 책을 읽고 있으면 주위에서 우리나라는 그 나라와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좋은 것만 무조건 따라가면 되는 일이 없다는 경계의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북해에서 발견된 석유를 큰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노르딕 국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노르딕국가의 현재의 모습, 현재의 정책을 배워서 따라 하기 위함이 아니다. 노르딕 국가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것이다. 우리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인간으로서 추구해야할 가치는 같지 않은가? 그 가치에 대한 확인, 신뢰를 찾고 싶은 것이다. 그 길에서 또 이 책을 만났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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