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에서 걸어서 3분도 채 안가면 비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엉성한 판자집이 늘어서 있는 골목이 나온다. 술병과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매서운 겨울 바람에 나뒹군다.
고가차도 아래 구멍가게 앞에 모여 담배를 태우고 소주를 마시며 버려진 연탄불을 쬐는 사람들 뒤로 거대한 쇼핑몰과 백화점,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사인에 휘청이는 거리가 보인다. 큰길 하나 건너일 뿐인데 '저 곳' 사람들은 '이 곳'을 알고나 있을까?
유난히도 춥던 이번 겨울 '이 곳' 영등포 쪽방촌에서 그들과 먹고, 자고, 마시고, 울고, 웃으며 지냈다.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했지만 세상에 마지막 하나 허락된 자신만의 쉼터일 쪽방에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엔 사진 찍지 말라며 뒷통수를 때리던 강씨 아저씨도, 카메라만 꺼내면 종종 걸음으로 도망가던 박이모도 이젠 밥은 먹었냐며 빵을 챙겨주고 라면을 끓여준다.
함부로 쪽방촌 사람들을 평가하기에는 많이 어리지만 이곳에서 지내며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다. 이곳의 모두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붙잡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은 방에 가득 찬 담배 연기처럼 텁텁한 삶을 익숙하게 체념하곤 했고, 좁은 방 안에는 홀로 남겨진 이들의 지독한 외로움이 배어 있었다.
영등포 쪽방촌에 30년을 살았다는 이씨 아저씨는 "이곳에 산다는 사실 만으로 사람들은 차별을 해. 여긴 사회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모이는 인간 쓰레기장 같은 곳이야. 꿈이 있다면 그저 이곳에서 조용히 빨리 죽는거야."라고 나지막히 말한다.
그저 조용히 빨리 죽는 것이 꿈이 되어 버린 곳. 가난하던 시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머물다 꿈을 꾸며 떠나던 이곳은 어느새 꿈이 소멸하는 공간이 돼 있었다.
쌀과 라면, 연탄을 나누어 준다고 희망이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거철에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삶에 대한 열망이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에서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이들의 잃어버린 '희망'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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