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참사로 평가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벌써 6년 전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로 인한 상흔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이고, 세계 각지에서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나 '장기 정체' 위험(선진국), 또 각종 통화위기나 신용경색 우려(신흥국)가 그치질 않는다. 그나마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상 초유의 통화부양책이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미국을 필두로 이른바 출구전략이 세계 경제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맡은 역할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발언이나 성명서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외에 통합유럽의 수호자인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화신인 일본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7~2008년 세계 경제의 격동에 맞섰던 그들의 노력이다.
중앙은행 3총사, 현대의 연금술사
▲ <연금술사들>(닐 어윈, 김선영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비즈니스맵
미국 <뉴욕타임스>의 수석 경제 전문 기자인 닐 어윈이 <연금술사들>(김선영 옮김, 비즈니스 맵 펴냄)에서 다룬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2007년부터 5년간 <워싱턴포스트>의 연준 출입기자로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현장을 생생히 취재해 왔다. 그 경험과 고민을 이 책에 쏟아 부으며, 어윈은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던 "삼총사", 즉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과 유럽중앙은행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 영국은행의 머빈 킹 총재에 주목한다.
실은 이 책의 부제가 "3인의 중앙은행가와 화염 속의 세상"(Three Central Bankers and a World on Fire)이다. 이들 3인은 각자 조국은 다르지만, 사실상 현대 중앙은행 체제 하에서 '모종의 가치체계'에 기반을 두고 동거동락해 온 처지다. 그리고 어윈은 이들을 현대의 진정한 "연금술사들"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공할 충격에 맞서 여러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결국 막대한 규모의 통화부양책 혹은 돈 풀기로 일종의 "화폐장벽"을 쌓아서 부실 채무자나 은행을 구제하고 국제적인 달러화 자금난을 해결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무에서 금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근대 이전의 마법, 연금술은 중앙은행에게서 '현대적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어윈은 이제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마법의 물약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기존에 없던 부를 창출하려면 종이 몇 장과 인쇄기,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정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중앙은행만 있으면 충분했다"는 것이다. 중세시대의 연금술이 근대 과학혁명에 밀려 도태하기 시작하던 17세기 무렵, 스웨덴에서 시작된 현대 중앙은행의 역사가 '현대판 연금술'로 그 뒤를 이은 셈이다.
연금술사라는 호칭은 상당히 음모론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매년 몇 차례 스위스 바젤에 소재한 "중앙은행의 은행", 즉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간에 정례 회동을 갖고, 매년 미국의 잭슨홀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에서 같은 사고체계를 키우고 서로의 시각을 조율하는 이들이기에, 이런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근대 과학의 아버지 뉴턴조차 실은 연금술에 매료된 인물이었다. 그가 개척한 과학혁명의 단초가 다양한 연금술 실험에 기반을 두었던 탓이다. 그래서 케인즈는 뉴턴을 "이성 시대의 최초 인물이 아니라 최후의 마법사"라고 평했다. 어윈이 중앙은행가들을 연금술사로 비유한 것도 그런 연유 아닐까?
게다가 중앙은행이라는 한 배("바젤보이즈")에 타고 같은 나침반("잭슨홀 컨센서스")을 지녔지만, 어윈의 묘사대로 이들의 '3인3색' 역시 관심을 끈다. 개인적 기질 차이는 물론 위기 대처 과정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갈등을 빚던 모습 말이다. 유럽 인문주의 전통이 베인 트리셰가 "경제학자보다는 외교관으로서" 위기관리에만 주력했다면, 온화한 리더십과 대공황 전문가라는 "운"을 갖춘 버냉키는 뉴딜 식의 실험 정신으로 과감하게 대응한 반면, 엘리트 의식이 강한 킹은 이론적 모델화에 치중하여 금융 안정을 등한시한 과오를 치러야 했다.
▲ 벤 버냉키. ⓒAP
중앙은행 연금술의 진화가 곧 문명사
이들 모두 이제는 중앙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나 민간 영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자넷 옐런(전 연준 부의장)이 새 의장이 되었고, 유럽중앙은행은 마리오 드라기(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그리고 영국은행은 마크 카니(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뒤를 이었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조연에 그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트로스 칸 총재도 성추문 스캔들로 물러났고, 지금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프랑스 재무장관이 IMF를 이끌고 있다.
의미심장하게도, 이러한 인사 교체는 국제적 차원에서 '위기관리 체제'의 종언과 맞물린 모습이다. 2013년 12월 시작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이 이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물론 아직 연준이나 영국은행은 장기간 제로금리의 유지를 약속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이나 일본은행은 여전히 추가 통화부양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새순'(green shoots)이 돋아나는 지금, 위기관리 체제의 지속에는 비용이 더 커 보인다.
단, 위기관리 체제를 접는다는 것이 곧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뉴노멀'(new normal) 테마처럼, 과거로의 단순한 복귀는 불가능하다. 뉴노멀은 새로운 쟁점과 과제를 낳는다. 아마도 현대 금융의 붕괴와 결부된, 단순히 순환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의 깊은 상흔은 이른바 "제로금리라는 전혀 새로운 세상" 하에서 (최근 관심을 끈 로런스 서머스의 지적처럼) 세계 경제의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라는 새로운 위험을 낳고 있는지 모른다. 다시 말해 "이제는 갑작스런 금융공황보다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슬럼프"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앙은행이 친숙하던 지평 자체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따라서 중앙은행 연금술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중앙은행의 흥망성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윈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연금술은 350여 년 전 '중앙은행 발행권'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물리적 실체 없이 중앙은행의 낙인이 찍힌 종잇조각(지폐)이 구매력을 지닌 화폐로 간주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지폐와 더불어 "화폐는 물리적 실체로 인지되는 것만큼 추상적인 개념으로도 인지되기 시작"했다. 또 이러한 지폐의 발행 권한은 중앙은행이 국가로부터 위임 받았다. 어윈은 중앙은행이 "이 권한을 바탕으로 근대의 토대를 창조해 냈다"고 역설한다. 즉,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통화 덕분에 근대 경제가 가능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어윈에게 "중앙은행의 역사는 곧 문명사"다. 이미 누군가는 '인류의 3대 발명품'으로 불, 수레바퀴, 중앙은행을 꼽은 바 있다. 그래서 어윈은 "중앙은행장들이 실책하면 사회도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은 금본위제의 환영과 (과열에 대한) 청산주의적 욕망에 집착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나아가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현대 금융통화 시스템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실체는 "화폐는 그저 관념이고, 추상적 개념일 뿐이며 거대한 신뢰게임"일 따름이다.
민주주의와 중앙은행의 관계 재정립
그렇다면, 350여 년 전 스웨덴 중앙은행의 실험에서 시작된 중앙은행 연금술은 이제 그 장구한 순환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인가? 사실 어윈은 현대 중앙은행이 "지난 350년에 걸쳐 전개된 대타협의 한 축을 지탱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 축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와 중앙은행, 사뭇 어색한 조합이 아닐 수 없지만, 중앙은행의 역사는 두 축의 타협, 또 그 타협의 진화에 의존하여 왔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러한 타협의 현재적 의미일 테다.
현대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직접 선출되고 평가 받는다. 반면 중앙은행, 특히 총재는 임명직이며 정책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 받는다. 중앙은행의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특히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모두 '잭슨홀 컨퍼런스'에 기반을 둔 '바젤 보이즈'로서, 유사한 표현과 논리를 활용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이나 재무장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각국의 이해관계나 여건이 다르고, 기본적으로는 자국 국민의 요청이나 뜻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내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선출직 정치인과 초국적 엘리트주의 및 독립성에 기반을 둔 임명직 공무원 간의 어색한 동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윈은 "민주주의 사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들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중요하나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안들을 사실상 표결로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그간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는 "점진적 발전"을 요구한다. 본래 문명사란 "공정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을 간헐적으로 찾아내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남유럽 재정위기 과정에서 그리스를 비롯한 위기국들이 '트로이카'(구제금융을 주도한 EU․ECB․IMF를 지칭)로 불리는 외부 관료 세력에 의존하여 자국의 민주주의, 그리고 평범한 대중들의 삶을 희생시켰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IMF 외환 위기' 당시 우리의 끔찍했던 악몽이 떠오르지 않는가? 사실 민주주의의 폐단은 시행착오에 불과하지만,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의 폐단은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요즘 뜨고 있는 중국 역시 이러한 관료주의의 치명적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긴박했던 위기관리 체제가 일단락되고 있는 지금, 보다 건강한 세상의 건설을 위해서 이른바 '화폐의 베일'을 걷어내고 중앙은행의 민주주의적 재설계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영국은행의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아담 포젠의 말처럼, 이제 "깨끗하고 순수한 중앙은행 발상은 원시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다. "순결한 사제"의 이미지를 벗고 민주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과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4월이면 신임 한국은행 총재를 맞게 된다. 단순히 인사 교체가 아니라, 한국은행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금융의 제왕>(리아콰트 아메드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 2010)
▲ <금융의 제왕>(리아콰트 아메드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 ⓒ다른세상
<연금술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주역 삼총사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연금술에 주목했다면, <금융의 제왕>은 인류 사상 최악의 경제적 참사로 평가되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앞두고 세계 경제를 구제하려고 안간 힘을 써다 실패한 '4인방'을 중심으로 현대 중앙은행의 역할과 위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당시 영국은행의 몬태규 노먼 총재와 프랑스은행의 에밀 모로 총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이사회가 아니다!)의 벤저민 스트롱 총재, 그리고 독일 제국은행의 햘마르 샤흐트 총재가 그들이다. 원래 미국에서 2009년 출간된 만큼 이 책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사실 <연금술사들>에 나오듯이 당시 미국 재무장관으로서 버냉키와 더불어 미국의 위기 극복 과정을 이끌던 티모시 가이트너는 밤마다 이 책을 읽으며 대책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동안 유행했던 중앙은행 음모론과 별개로, 현대 경제의 변천과 중앙은행의 역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연금술사들>과 함께 꼭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20세기 초 '금융의 제왕' 4인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주변에서 고독하게 대공황의 위험을 경고해 왔던 케인스에도 부단히 조명을 비추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 날에는 이처럼 케인스에 견줄 현자가 분명치는 않지만, <연금술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동학과 관련하여 간헐적으로나마 한국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신현송 교수(미국 프린스턴 대학)를 등장시키고 있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더구나 MB시절 국제경제보좌관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의 거시건전성 관리를 주도한 바 있는 신 교수는 조만간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취임할 계획이다.
<살아 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 전쟁> (데이비드 웨슬 지음, 이경식 옮김, 장보형 감수,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10)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었던 데이비드 웨슬은 이 책을 통해 버냉키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동학을 재구성하고 있다. 웨슬은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고정칼럼인 'Capital'을 담당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나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현안들을 예리한 눈으로 포착하고 또 이를 둘러싼 다양하고 복합적인 논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인물로 평판이 높았다. 그런 그가 이제 버냉키를 주인공 삼아 21세기 최초의 대형 금융위기에 대해 분석의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 <살아 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 전쟁>(데이비드 웨슬 지음, 이경식 옮김, 장보형 감수,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랜덤하우스코리아
사실 이 책의 원제는 "In Fed We Trust"다. 우리 말로 "연준을 믿는다"인데, 본래 미국의 달러화 지폐에 쓰인 "In God We Trust"(하나님을 믿는다)를 패러디한 표현으로서, 화폐 관리의 책임을 지는 미국의 중앙은행, 즉 연준이 지닌 위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웨슬 역시 "금융 공황은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연금술을 세상에 노출시켰다"고 진단한다. <연금술사들>이 주목했던 중앙은행의 현대판 연금술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웨슬에게도 버냉키의 연금술은 항간에 유행하는 음모론적인 함의보다는 대공황기 루즈벨트의 실험정신과 격을 같이 한다.
웨슬은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물러나 미국의 초당파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그는 지금 '재정 및 통화정책에 관한 허치슨 센터'(Hutchins Center on Fiscal and Monetary Policy)를 이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에 연준 의장직을 마친 버냉키도 이 센터에 합류했다. 웨슬은 브루킹스 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버냉키의 참여를 환영하는 인사말을 올렸는데, 버냉키가 연준 의장으로서의 자신의 역정을 반추하면서 책이나 강연을 준비하는 데 자신이 적극 조력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어 그 향방에 궁금증이 커진다.
<버냉키노믹스 : 세계 경제 사령관 버냉키의 전략>(장보형 편저, 유비온 펴냄, 2007) 상당히 시간이 흐른 책이고, 최근에 연준 의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서 물러난 버냉키의 학문적 배경이나 취임 초기 구상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서 당장에 시사점이나 흥미가 큰 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당대의 최고 거시경제학자, 특히 대공황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서 버냉키가 지닌 위상에 주목하여, 그가 결국 연준 의장이라는 현실 경제의 수장, 다시 말해 "세계 경제의 대통령" 혹은 "세계 경제의 사령관" 직위까지 꿰차면서 새롭게 풀어낼 그의 고민과 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려 했던 시도라는 점에서 필자로서는 여전히 애착이 큰 책이다. 당시에는 거창한 포부를 안고 '버냉키노믹스'라는 야심찬 제목을 붙였지만, 버냉키의 프리즘 혹은 렌즈를 분해해 보려 했던 개인적인 노력의 소산일 따름이다.
사실 <연금술사들>은 현대 중앙은행의 '잭슨홀 컨센서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필자는 이 책에서 버냉키를 중심으로 이른바 새케인즈주의의 '현대 컨센서스(modern consensus)'라는 앵글로 현대 세계 경제의 작동원리와 주요 쟁점들을 점검해 보고자 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필자가 "버냉키 시대 미국 연준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버냉키의 전략을 전체적으로 반추해 본 글이고, 2부는 연준 이사 시절부터 연준 의장 취임 초기에 가진 버냉키의 연설 중 현대 경제의 운영과 관련해 시사점이 큰 글들을 모아 번역한 것이다. 버냉키로 대변되던 현대 경제학의 컨센서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여전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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