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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박 대통령, 북한에 더 과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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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 "박 대통령, 북한에 더 과감해져야 한다"

[기고]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입장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생각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손 상임고문은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편집자>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북한의 '사격 훈련'과 남측의 대응 사격, 무인 비행기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체제 통일에 대한 공공연한 선언'으로 '천추에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상황이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남북 관계에 변화와 진전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드레스덴 선언의 의미는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박 대통령은 1)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2) 민생 인프라 구축, 3) 남북 동질성 회복 등 3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의 정책과 입장을 반복한 것이고, 북쪽의 요구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구상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일정한 진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우선 드레스덴 구상은 비핵화와 교류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해서 비핵화 조건을 명시적으로 전제하지 않음으로써 이명박 정부 이래 고수해 온 '선 비핵화, 후 교류 협력'이라는 대북 접근 공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또한 경제 협력에서 천안함 문제에 대한 사과를 전제하지 않고, 역사,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 순수 민간 접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대북 투자와 민간 접촉을 금지한 5.24조치의 완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서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는 교류 협력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나 자신 이 점을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원과 교류 협력의 내용이 특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북한에 복합 농촌 단지를 건설하고 북한의 교통·통신 건설에 투자하겠다는 제안은 북한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해서 한반도 경제 공동체 건설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에 대한 벼농사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북한의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해서 만성적인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나로서는 복합 농촌 단지 건설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서 '통일 대박론'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통한 전격적인 합병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고,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통일 프로세스가 되어야 함을 고백하고 있다. 통일은 전격적인 남북 합병이 아니라 교류 협력을 통한 실질적 통합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서 남북 관계의 핵심은 교류 협력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드레스덴 구상, 긍정적인 측면 있지만 미흡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드레스덴 구상의 여러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구상이 충분한 현실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과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에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뢰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었는가? 드레스덴 구상에 담긴 어젠다는 신뢰를 담보할 만큼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드레스덴 구상이 대증요법에 치중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없는 교류 협력은 사상누각처럼 금방 허물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관계 당사국들의 이해관계에서도 그렇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한 정권 안보에 대한 담보가 없는 교류 협력의 확대는 불안만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평화 체제에 대한 기대를 주거나 평화 체제로 가는 프로세스를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북핵 폐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를 위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국제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프레시안(최형락)

핵심은 북·미 관계의 개선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국교를 수립한 일이 없는 유일한 정권이 북한이다.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정권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과 제대로 교섭이 되겠는가?

북·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의 시발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북·미 국교 정상화를 한국이 주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동북아 신질서에 중심적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의 신뢰를 끌어내는 첩경이기도 하다. 그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도 가능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이 북한을 상대로 북핵 불용 원칙에 대한 3국 공조만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것은 드레스덴 구상을 앞둔 외교 행적으로서는 별로 슬기롭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드레스덴 구상을 위한 사전적 환경 조성이 좀 더 세심하게 이루어졌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 외교는 상대(북한)의 신뢰를 요구하는 자세와 함께 상대에게 자신(남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럴 때 약자의 현실주의적 논리가 완화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3대 제안의 장소가 구 동독의 드레스덴이었던 것은 과연 현명한 장소였는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흡수)통일의 성공 사례로 말하는 드레스덴에서 제시하는 교류 협력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외교 관계가 그렇겠지만 남북 관계에는 특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신뢰의 기초다.

교류 협력을 위한 3대 제안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인도적 지원에는 북한의 산모·유아를 지원하는 UN 프로그램인 모자 패키지 사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식량 지원 등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포함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제 교류 협력이나 문화·스포츠 교류도 5·24조치의 과감한 해제로 나아갔어야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북 관계에서 더욱 과감해져야

물론 이러한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과도한 요구이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서 더욱 과감해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에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튼튼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남북 문제에서 더욱 과감한 행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거부감 없이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파인 닉슨이 냉전 시대에 미·중 관계를 열고, 역시 보수파인 콜 수상이 독일 통일 과정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이 마음먹고 독일에서 행할 '드레스덴 선언'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누가 하든 남북 관계 개선의 큰 물꼬를 터주기만 하면 그 사람이 우리 당이건 반대당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확립하고, 남북 교류 협력을 강화해서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고 미래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만 있다면 정권을 초월해서 누구라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이고 큰 기여를 해 주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북한도 남북 평화에 적극 나서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군사적 대응은 평화를 위해서도, 통일을 위해서도, 북한의 안보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한미 연합 작전에 대한 대응이고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포사격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북한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편한 마음으로 북한과 교류 협력을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5·24조치 해제를 위한 환경 조성에 북한도 능동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남한과 미국,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화에 적극 응하기 바란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으로부터 신뢰의 바탕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도 국제 사회에 신뢰의 바탕을 만들고 보여주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만큼 핵무기 폐지와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를 통해 국제 사회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것이 북한으로서도 평화와 번영의 길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남과 북 사이의 신뢰와 국제 사회의 축복 속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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