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무살 대학 새내기였던 2009년,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옥쇄파업이 있었습니다. 옥쇄파업 당시 노조 간부 3명이 굴뚝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파업이 경찰에 의해 강제진압되던 날, 86일간의 고공농성도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물다섯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스물여섯살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2014년 12월 현재, 쌍용차 해고 노동자 두 명이 쌍용차 공장 안 70m 굴뚝 위에서 대화를 하자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무려 26명이 죽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긴 시간을 싸우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바로 코오롱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입니다. 코오롱의 노동자들은 2004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2004년 신규투자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2달 동안 파업에 함께했던 3700여명의 노동자 중, 이제는 12명의 정리해고자들만 남아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입니다. 이윤 앞에서는 생명 따위는 어떠한 중요성도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16일,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속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외쳤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씨앤앰, 기륭전자, 쌍용차, 코오롱 등 많은 자본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을 동원해 끌어내고, 구속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에게, 노동자들에게 정부와 자본은 '가만히 있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9년 스무살, 대학에 들어오며 가졌던 꿈들은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의약품과 생필품 반입이 차단된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이 최루액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고, 내가 가졌던 그 꿈이 TV 속 드라마에서나 실현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가 되면 조금 더 나아진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는 지금도, 대학 신입생 때 보았던 그 때 그 노동자들은 70m 굴뚝 위에서, 추위 속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이제는 언젠가 사회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저 혼자만의 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기만 해서는 쌍용차 26명의 죽음, 세월호 304명의 죽음, 정리해고가 계속해서 반복되기만 할 것입니다.
지난 11월15일 쌍용차 복직투쟁 2000일 문화제에서 이창근 정책실장님의 부인 이자영 님이 부르던 이적의 '다행이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가수가 나와서 부른 노래가 아님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다행이라는 그 목소리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두 분이 지내오셨을 지난 5년의 시간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이제 두 손을 모아 이 사회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대신에, 굴뚝위에서 이창근, 김정욱 두 분의 손을, 그리고 코오롱 최일배 위원장님의 손을 맞잡고 함께 싸우려고 합니다. 아마 우리가 함께 손을 잡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함께 손을 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5년 후 다시 오늘을 기억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구나"라고 자조하지 않기 위해서, 5년 뒤 '우리'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손을 맞잡는다면 아마 생명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이 사회가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쌍용차 26명의 죽음을, 세월호 304명의 죽음을, 정리해고에 맞선 10년의 외로운 싸움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12월 27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함께 손을 맞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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