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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쌍코피'가 세상을 바꾼다, 아름답게

[현장] '쌍용차와 코오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 결의대회

한쪽에선 6년 투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두 남자가 70미터 굴뚝 위에 올랐다. 또 다른 한쪽에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죽는 것 빼고 다 해봤던' 12명이 긴 투쟁을 접었다. 복직을 향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렇게나 길고 처절하다. 현재진행형이든, 현재완료든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지난 27일 '쌍용차와 코오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쌍코피') 결의대회는 이 같은 취지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 7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날 경기도 평택과 과천을 연달아 찾았다. 6년째 질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힘을 실어주는 한편 10년 투쟁을 마감하는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 27일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열린 '쌍용차와 코오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 결의대회에서 발언 중인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 ⓒ연합뉴스

"힘내란 외침에…쌍용차 6년 싸움 매듭짓겠다"

행사 참가자들은 먼저 쌍용차 평택 공장 남문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철조망 사이로 허연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바라봤다.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난 지 한 달 만인 지난 1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올라간 바로 그 굴뚝이다. 사람들은 입 앞에 둥글게 손을 모으고 외쳤다.

"이창근 힘내라, 김정욱 힘내라."

지난 23일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삭발해 모자를 눌러 쓰고 나온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몇 날 며칠 논의해서 결론 낸 것이 집단 단식이었고, 그 결정을 지켜볼 수 없기에 이창근과 김정욱이 13일 (굴뚝에 오르는) 결단을 감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눈물 흘리고 좌절하지만, 고통에 있을 때마다 오늘처럼 한걸음에 달려와 주시고 함께 싸워준 여러분이 있어 6년을 버텨왔다"며 "이 결의를 가지고 당차게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연호할 때마다 굴뚝에서 손을 흔들던 김 사무국장과 이 정책실장도 대형 스피커에 전화를 연결해 강고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밤이 되면 심란합니다. 연기가 하얀색으로 피어오르고 귀신같기도 하고, 떠난 동료 같기도 합니다. 굴뚝은 둥그런 모양입니다. 후방도 없고 전방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이 싸움 매듭짓겠습니다. 그 시간이 길 수도 있고 예상외로 짧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만날 근거는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이창근)

"민주노총 선거가 끝났습니다. (쌍용차 해고자 출신) 한상균 조합원이 할 역할은 수많은 노동자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갈라져서 수많은 노동자가 난도질당하며 살 수 없습니다. 잘못된 권력에 갈라지는 노동자들의 손을 맞잡고 이제는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그 길에 우리는 70미터 굴뚝 위에서 살을 에는 바람을 맞아가며 싸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저희를 지켜보며 힘내라고 외칩니다. 그런 결기들과 마음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김정욱)

전날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법 철폐를 요구하며 오체투지 투쟁을 했던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어제 정말 추웠다. 그런데 굴뚝 위는 3도 정도 더 춥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10도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어떻게 견딜까 싶었다"며 "그러나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존엄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 두 사람은 노동자도 인간이 아니냐는 질문을 세상에 던지고 있다"며 "우리가 따뜻하게 같이 싸우는 것이 존엄함을 지키고자 하는 저들에 대한 대답"이라고 했다.

▲ 27일 '쌍용차와 코오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 행사 참가자들이 카드섹션으로 '존엄하다' 글자 모양을 완성했다. ⓒ이창근 페이스북
▲쌍용차 평택공장 둘레에 설치된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굴뚝. ⓒ프레시안

"코오롱 10년 투쟁은 오늘로 끝이지만…"

노동자 연대의 장은 코오롱 복직 투쟁 현장에서도 펼쳐졌다.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과천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린 2차 결의대회에서 '10년 투쟁 종료'를 선언하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 관련 기사 : "'10년 투쟁'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 투쟁 종료 선언")

가슴께에 '원직복직'이라는 문구를 수놓은 빨간 조끼를 입은 최 위원장은 "이 조끼를 입는 게 오늘로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멍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홀가분할 줄 알았지만, 투쟁 마무리 시점이 다가올수록 더 힘들었다.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며 "코오롱에 맞선 싸움은 오늘이 끝이지만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자본과 정권에 맞선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열린 '쌍용차와 코오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날' 2차 행사에서 10년 투쟁 마감 소회를 밝히는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 ⓒ프레시안

최 위원장을 비롯한 코오롱의 열두 명 해고 노동자들은 그간 투쟁에 함께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해고 노동자 황인수 씨는 "처음 투쟁을 시작했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큰아이가 스물세 살이 되었다"며 "공대위를 비롯한 시민단체,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 동지들이 없었으면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 김만수 씨는 특히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선 과천 지역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해고 노동자 김경옥 씨는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기도 했다.

투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코오롱 투쟁 10년 세월에 박수를 보냈다. 코오롱투쟁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김은환 씨는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러서지도 타협하지도 주저하지도 않는 투쟁이었다"라며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큰 흐름을 만든 투쟁"이라고 평했다. 공대위의 박선봉 대표는 "이런 작은 승리들이 이곳만이 아니라 평택, 밀양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했던 유흥희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은 "코오롱 동지들이 걸어온 10년은 정리해고 10년의 끔찍한 세월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을 함께해온 기륭과 코오롱 앞에는 아직도 더 많은 꼼수와 화려한 미사여구로 정리해고를 가능케 하는 비정규직이란 법제도가 있다"며 "더 많은 동지들을 지키기 위해 새해에도 포기하지 않고 행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가운데).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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