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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할 사람 여기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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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작은것이 아름답다] 땡땡책협동조합, 같이 읽고 관계 맺기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할 손이 포개어져 확장되는 독서회

'왜 책을 협동조합까지 만들어서 읽어? 대체 책 가지고 뭘 하는 곳이야?'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제대로 답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너는 거기서 뭘 하고 있니?'라는 질문에는 좀 더 수월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이나 생각이 '땡땡책'의 정체성이나 이미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한 명의 '땡땡이'이긴 하니까요.

'땡땡책협동조합(땡땡책)'은 다양한 독서모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노동, 탈핵, 기본소득, 역사, 철학, 서평, 프랑스어, 그림책, 추리소설 모임 같은 읽기 모임이 조합원들의 요청에 따라 자연스레 열리고 진행돼요. 누군가가 "○○읽기 할 사람 여기 붙어라〜"라며 손을 내밀고, 그 위에 함께 할 손이 포개어지면 열리는 거죠. 어렸을 때 동네 골목에서 함께 모여 놀이를 하던 것처럼 말이에요. 길잡이가 있는 독서회나 영화방이 열리기도 하고, 꼭 필요하지만 상업성에 밀려난 공적인 이야기들을 소책자로 펴내기도 합니다.

▲ 땡땡책협동조합에서 펴낸 소책자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땡땡책협동조합
저는 기본소득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조합 초기부터 시작된 모임이어서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기계 부속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노동과 사회가 원하는 노동 사이 간극이 너무 크더라고요. '진정 난 사회부적응자인가' 머리를 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땡땡책'을 만났어요. '무엇으로 우리 노동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기본소득 주제 기획독서회는 저에게 안성맞춤이었죠. 기본소득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에서부터 '그게 가능해?', '그럼 어떡해?'와 같이 수많은 소통과 합의 과정이 필요했어요. 노동, 분배의 기준, 필요 이유 같은 것이 각자 가치관이나 일상 경험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자연스레 그 범위나 깊이가 다양해지고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확장은 단지 인식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어요. 다른 독서 모임인 탈핵 관련 함께 읽기는 지난해 3월에 후쿠시마 핵사고 관련 일본 활동가들의 방한 강연회 내용을 정리한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3.11 핵사고 3주기, 더불어 살 길을 찾아서>를, 노동운동 관련 함께 읽기는 7월에 259일간 고공농성을 벌여온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노동자로 살아가다> 소책자를 연대작업으로 펴내기도 했거든요.

책보다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함께 읽는 사람들

책이라는 매개는 분명하지만 각자의 삶 터 위에서 읽는 이유나 읽히는 내용은 다 다르죠. 혼자 읽으면 내가 읽은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읽고 나누면, 그 한 권이 순식간에 대여섯 권의 이야기와 책이 되기도 해요. 그 과정 속에서 무엇보다 설렘을 주는 것은, 책을 통해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글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 글을 나와 함께 읽는 이들의 모습은 책보다 더 선명하게 각인되거든요.

저희 조합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함께 읽는 이 책이 / 우리가 우리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면 /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 말할 수 있는 것을 겁내지 말고 말하고 /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야지 / 무기력한 흥분을 딛고 / 소중한 걸 잔뜩 껴안고 내 집구석에서 잠들진 않겠다. / 아름다운 꿈을 꾸고선 같은 삶으론 돌아가지 않겠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진행했던 밀양과 삼평리 송전탑 문제에 대한 '행동 독서회' 시위나 <굴뚝일보> 온라인신문 릴레이 제작연대, 해를 넘겨도 토요일마다 세월호 농성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행동하는 기억' 독서회에 참여하는, 혹은 응원하는 땡땡이들 모두 그러한 생각일 겁니다.

▲ 밀양과 송전탑 문제에 대한 '행동 독서회' 시위는 일정 시간마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밀양을 함께 살다' 책을 함께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땡땡책협동조합

익숙한 삶을 흔들고 기반을 바꾸는 저력, 함께 읽기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익혀져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앎이나 지식 같은 게 있잖아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친구들이랑 공기 놀이나 고무줄 뛰기 같은 걸 하면서 편을 짤 때 한 명이 남거나 모자라면 '깍두기'를 만들어 좀 기우는 쪽의 편이 되게 했어요. 깍두기란 게 부족하다는 뜻이거나 왕따 의미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잘하는 친구가 깍두기가 되어 양쪽 균형을 맞추기도 했으니까요. 누가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알고 있었던 거죠. 어떻게 해야 좀 더 즐겁게, 사이좋게 놀 수 있는지를.

오늘날 제도나 법률, 교육, 정치 경제 체계는 더 이상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관계를 만들거나 지켜주는 기억장치가 아니라, 자본의 성격을 지속하고 강화하는 자본주의 기계가 돼버렸잖아요. 만약 일상에서 몸으로 체화된 관계에서 비롯한 앎이 사람다움을 가능케 한다면, 그것을 '반자본의 기억장치'로 만드는 작업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다운 삶을 위한 관계를 계속 쌓아가고, 그것이 다시 재생산될 수 있도록 재구성하고 조직하는 일을 땡땡책협동조합은 책을 매개로 진행하고 있어요. 역사를 읽고, 노동에 대한 질문을 하고, 삶의 기본 조건을 요구하는 '함께 읽기'는 그래서 삶을 조금씩 흔들고 나아가 기반을 바꿔놓는 저력이 있다는 어느 땡땡이의 말도 전하고 싶고요. <땡땡책협동조합의 시작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처음 꺼내 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개인의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일 수 있지만 당대의 시대정신과 쟁점을 공유하는 사회적인 활동이기도 합니다. '같이 읽고' 읽는 행위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품의 성질을 바꾸는 것은 그 물건의 고유 속성이 아니라 그 물건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은 개판인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라며 진통제를 주는 곳이 아닙니다. 옳다고 믿는 바대로 살기 위해, 혼자라면 어려운 짐을 함께 지며, 현실의 부조리를 협동의 힘으로 없애는 곳입니다."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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