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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김종대의 5분칼럼] 혁신의 느린 걸음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의 '김종대의 5분 칼럼'을 국민TV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김 단장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민간 최고의 군사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김 단장은 이번 칼럼을 통해 "평화의 꿈"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이 칼럼이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편지"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단장이 전하고픈 한국 사회와 안보, 국방에 대한 이야기가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프레시안(최형락)

안녕하십니까? 김종대입니다. 매주 여러분을 찾아뵐 이 칼럼은 여러분과 나누는 평화의 꿈입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편지입니다.

오늘은 먼저 여러분께 바스카르 차크라보티가 쓴 <혁신의 느린 걸음>(slow pace of fast change) 의 후반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여기서 배경은 '왁자지껄'(Hub-Bud)의 나라입니다.

"이 왕국은 몹시 시끄럽다. 사람들은 온갖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자동차는 경적을 울리고 모두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들긴다. 이 나라의 왕은 어린 왕자에게 다가오는 생일에 무엇이든 원하는 선물을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왕자가 밝힌 소원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

왕은 나라 곳곳에 신하들을 보내 왕자의 생일날, 정해진 시간에 모두들 한껏 목청을 높여 "생일 축하 합니다"라고 외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떻든 사람들은 모두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수록 세상에서 가장 큰소리를 듣게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생일을 며칠 남겨두었을 때 어떤 사람이 놀라운 생각을 해냈다. 소리 지르는데 동참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귀를 기울이면 그 역시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멋진 생각이었다. 그 사람은 아내에게 이야기했고 아내 역시 그렇게 하고 싶어 했다.

원래 기발한 아이디어는 금방 퍼져나가는 법. 결국 온 세상 사람들이 그 계획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왕자의 생일날. 왕자는 발코니로 나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소리를 들을 준비를 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뿐이었다. 왕자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소리가 왕자의 귀에 들려왔다.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그것은 처음 경험하는 즐거운 소리였다. 왕자는 왕에게 달려가 '정말 멋진 생일 선물을 받았어요'라고 외쳤다" (바스카르 차크라보티, 혁신의 느린 걸음 263~264P)

지금 세상은 온갖 혁신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가혁신, 정당혁신,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등 온갖 목소리들로 인해 나라는 시끄럽습니다. 대한민국이 바로 왁자지껄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개혁과 혁신의 소음들은 모두 인간에 관한 소리가 아닙니다. 국가는 말하되 그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억압해 왔습니다. 민족을 말하되 그 주체인 민중을 억압해 왔습니다. 시장을 말하되 그 주체인 시민을 착취해왔습니다.

인간의 향기가 제거되고 그 다양성을 표백해버린 정치화된 담론들은 억압과 폭력의 기제들입니다. 그동안 거대한 집단의 이익과 탐욕에 짓눌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희생당했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어느새 더 요란하고 더 시끄러운 것들, 더 큰 불협화음을 찾아다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소음이 듣기 싫어서 더 큰 소음으로 그것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이 소음이 멈추고 인간의 소리, 이웃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20세기가 국가와 민족과 시장으로 표상되는 집단주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국민과 민중과 시민, 더 나아가 개인의 가치로 말하는 인간주의 시대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보의 본질입니다.

소음을 멈추고 우리 주변을 보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자 형제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하며 한숨을 토해내는 미생들이 있습니다. 서울역의 한 현금 인출기 앞에서 잔액이 없는 예금을 조회하다가 주저앉을 것만 같은 노인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고단한 일상을 시작해야 할 병사의 무거운 눈꺼풀이 있습니다.

차분하고 느린 걸음으로 귀를 열고 가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께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김종대의 5분 칼럼'은 오디오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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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 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민간 최고의 군사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을 지냈으며 <시크릿파일 서해전쟁>, <위기의 장군들> 등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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