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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쪽잠 자는 돌보미, 정부는 '나몰라'

[민간 위탁? 뭣이 중헌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개정으로

박근혜 정부는 유사 중복 사업이라는 이유로 복지 재정을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복지 구조 조정'을 골자로 재정효율화를 통한 3조 원의 재정 절감을 이뤄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복지 축소는 사회 서비스 전달 체계가 대부분 민간 위탁(외주화)으로 이루어진 것에 기인한다. 이는 사회 서비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 근로기준법 위반, 이용자와 노동자 간 갈등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공공운수노조와 <프레시안>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외주화 정책이 사회 서비스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어본다.

올 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부터는 개정된 법안이 적용된다. 개정되는 법안에는 요양 보호사를 비롯한 장기 요양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요양 기관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것, 요양 보호사를 위한 지원 센터 설립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 몇 가지를 법안에 넣은 것뿐이지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돌봄지부)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위한 공대위(이하 공대위)는 몇 년에 걸쳐 개정을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국회의원을 만나고, 토론회를 열고 뙤약볕에서 1인 시위와 피켓팅을 해야 했다.

당연한 법안 개정이 힘든 싸움이 되어야 했던 이유는 민간 요양기관장과 시설장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요양원'은 개인 사업인데 왜 회계를 공개해야 하느냐며 이른바 '국가에 의한 사익 침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는 분명, 보건복지부에서 관리·감독하고 국가 보험에 의한 공적 서비스임에도 민간 기관은 이를 영리 추구를 위한 '개인 사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프레시안(이대희)

늘어나는 간병·요양 분야의 돌봄 노동자, 정부도 기관도 '나 몰라라'

간병‧요양에 종사하는 50~60대의 돌봄 노동자들은 전국에 46만여 명에 달한다(요양 보호사 26만여 명, 간병인 20만여 명).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양과 간병 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점점 늘어나 돌봄 노동자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요양 보호사의 경우,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새롭게 생겨나면서 노동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들의 처우는 어떨까? 대다수 일자리가 비정규직인데다가, 고령 여성이 주된 구성원을 이루는 탓에 처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최저 임금을 겨우 웃도는 임금에 3교대 혹은 맞교대 근무로 인해 낮밤이 바뀌는 야간 노동도 감내해야 한다. 알선 업체를 통해 일을 하는 간병인들은 24시간 쪽잠을 자며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요양 보호사와 간병인은 하소연할 곳도, 처우 개선을 요구할 곳도 마땅치 않다. 임금 개선을 요구하면 요양 기관은 "(서비스) 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예산이 없다"고 응대하고, 보건복지부는 "수가는 충분하니 기관과 협의하라"는 식이다. 재가 요양 보호사는 시급제 임금에 모시던 어르신이 사라지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데도 기관도 정부도 책임지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설계할 때는 요양 보호사 1인당 임금을 19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현실은 180도 다르다. 시설 요양 보호사의 30%가량이 사실상 최저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반면, 요양 시설은 제대로 된 감독‧감시 없이 마구잡이로 운영되어 해마다 '새는' 보험금이 15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분명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서비스이지만, 민간 기관 비율이 96%를 넘는 현실 속에서 서비스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 논리만 남았다.

간병인은 더 심하다. 개별 간병인은 병원에서 일하지만 알선 업체를 통해 환자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에서 간병까지 전담하는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간병인과 병동 도우미는 직접 채용하지 않고 하청 업체를 통해 비정규직‧계약직으로 고용한다.

건강한 돌봄 노동을 위하여

간병인과 요양 보호사의 낮은 처우는 곧 환자와 요양 노인의 생명과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요양 보호사가 조금이라도 덜 피곤할 때 좋은 돌봄이 가능해지고, 간병인의 휴식 시간이 보장될 때 환자에게 더 질 좋은 간병을 제공할 수 있다. 간병인과 요양 보호사의 처우 문제를 단순히 '노동권의 문제'로만 한정지을 수 없다.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를 위해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은 지난해 <사회 서비스 전달 체계 개편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부 체계 내에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민간 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전달 체계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간병인·요양 보호사도 건강하고 환자와 어르신도 건강한 서비스를 위해선 일부 개정이 아닌 전면적인 고용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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