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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임기는 17개월 남았다"

[기고] '말 폭탄'으로 북핵을 막을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 24일에 종료된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선거는 이보다 앞서 내년(2017년)12월 20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전쟁과 같은 사변(事變)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선은 예정대로 치러지고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현재 추세라면 박 대통령 임기 중 북한이 1~2차례 추가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북핵의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9월 23일 제71차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우리의 핵무장은 국가 노선"이라며 "우리와 적대 관계인 핵 보유국이 존재하는 한 국가의 안전은 믿음직한 핵 억제력으로서만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호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핵의 질적, 양적 강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핵전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의 겁박이 현실화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북핵 관리에 대한 평가는 역대 최악으로 두고두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불철주야 국가 안보와 국민 복리만을 생각해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비분강개(悲憤慷慨)할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기술 이론(핵무기 확산 속도가 핵무기 기술 및 수단의 확산 속도에 비례한다는 이론)과 동기 이론(핵무기 보유 동기의 확산이 핵무기의 확산을 결정한다는 이론) 측면에서 보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현재로써는 획기적인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북핵이라는 암세포를 몸에 지닌 채 하루하루 살얼음 걷듯 지내야 하는 환자로 지낼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비핵화 경로를 걸어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이란, 리비아 등의 사례를 북한에 견주어 협상과 제재를 통해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은 열거한 국가들과는 다르게 핵 실험을 무려 다섯 차례나 실시한 '핵 보유 추정 국가(presumptive nuclear weapons state)'이다. 북한을 비핵화 경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 개별 성공 사례의 틀과 달라야 한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경우는 김정은 체제가 극단적인 불안정 또는 붕괴에 직면하여 외부 세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뿐이다.

또 다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되지만 북한이 적어도 박근혜 정부에다 손을 내밀 의사는 없어 보인다. 김정은도 누울 자리를 봐가며 발을 뻗을 만큼 계산은 하리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약 17개월 남았다. 지난 임기 중 이미 두 차례나 무방비 상태로 핵 실험을 허용한 박 대통령이 추가 핵 실험을 막기 위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5차 핵 실험이 있던 당일 라오스 현지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꺾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북한의 5차 핵 실험과 관련해 라오스 현지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제는 대통령의 '레토릭'만으로 북핵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무슨 수로 김정은한테서 핵포기 서약서를 받아내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은어)으로 무장한 대통령'이라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별칭이 나올 법하다. 당장 북한과 대화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사실상의 항복(엄밀히 이야기하면 이조차도 가능할지도 불분명하지만)을 얻어내는 방법이 군사적 조치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될 수는 없다. 전시 작전권도 없는 우리가 미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를 감행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대선을 불과 6주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인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박 대통령의 북핵 캘린더에는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항목들만이 빼곡하게 적혀 있을 것이다. 이전의 네 차례 북핵 실험 후 유엔 제재 결의안이 도출된 기간들을 보면 각각 5일, 18일, 23일 그리고 57일이 소요됐다. 대북 제재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밀도는 조밀해졌다. 조만간 채택될 5차 핵 실험 관련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더욱 강력한 연장들을 꺼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결의안 채택 전·후로 미국 대통령도 확정된다.

자연스레 정부는 내년 초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클린턴 또는 트럼프와 회동, 북핵 문제를 주요 의제로 하는 한미 정상 회담 개최를 추진하려 할 것이다. 성사되더라도 '확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재확인되는 것' 이상의 약속을 받아내기란 어렵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역시 대북 제재 등을 위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미국이 아예 대못을 박은 이상, 서울과 워싱턴 중 어느 일방이 내년 초반부터 사드 배치 철회를 꺼내고 싶어도 먼저 이를 언급하기란 쉽지 않다. 골프장에다 사드를 실제로 갖다 놓기 전까지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압박이 가시화되기도 힘들다. 따라서 사드 문제는 내년 대선 날짜에 임박해서 쟁점 이슈로 점화될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2017년 캘린더에 올라갈 것이다.

한편, 온건한 군사 안보 보수주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면 박 대통령이 내년 방미 시 갖고 갈 정상 의제에 전술핵 도입 또는 자체 핵무장 주장 대신,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도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동의를 얻어 올 수만 있다면 이 자체로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 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하여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을 명시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의 방위 조약만이라도 한국이 가질 수 있다면 전술핵 도입 이상의 대북 억지력이 확보되는 셈이다. 물론 이마저도 박 대통령의 캘린더에 우선 적혀져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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