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북핵·미사일 대처방안을 두고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신(新) 냉전 기류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불길한 예단도 나온다. 경제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지금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 "6.25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는 '창의적이고 근원적인 북핵 해법'(새로운 대북접근 패러다임)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속담에 '초상집에 가서 밤새 곡하고 아침에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는 말이 있다. 상황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핵 문제의 본질(실체)를 파악하면 그에 따른 해법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게 되어 있는데 미국과 NATO 동맹국을 포함한 우리는 그동안 엉뚱하게도 사태를 등가속도로 악화시켜왔다고 생각된다.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 SPOT-2가 촬영한 북한 영변지역 위성사진이 세계 언론에 공개되면서 북한 핵 문제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이전부터 30여 년을 북핵문제와 씨름해온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원인과 처방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그에 맞는 처방도 나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원인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북한 정권의 1당 독재 세습체제로 야기되는 대내 정치 불안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현 북한체제는 '위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끊임없이 대내외의 위기를 조성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외생적 요인(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돌리며 김정은의 영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데 있어 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만큼 호재가 달리 없다. 즉,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북한 대내 정치에 있어 가장 유효한 상징 조작의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만이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한 담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북한판 비대칭 전략) 여기에는 북한의 입장에서 두 가지 반면교사가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2006년 사망)과 리비아의 카다피(2011년 사망)가 그들이다. 북한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카다피가 핵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이라크), 영·미의 중재와 회유로 핵 개발 포기를 선언(2003년, 리비아)한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과 NATO 동맹국의 공습을 가능케 함으로써 그들이 처참한 말로를 당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2014년 8월 12일 자 <노동신문>)
끝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경제제재를 무릅쓰고 대담한 막장극을 벌이는 데는 지정학적 요인도 한몫을 한다. 우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밝혔듯이 중국과 북한이 혈맹관계라는 제1의 지렛대가 있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중동 사태로 앙숙관계인 러시아를 제2 지렛대로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남한 인구의 거의 과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 2500만 주민과 주요 시설이 북한 측 DMZ부근에 배치한 장사정포와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 내에 들어 있어 일종의 '인질극'을 벌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해법은 북한의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국내외의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관행을 없애고, 유엔에서는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되는 안보리의 핵심의제 상정 자체를 지양하고 철저히 무시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북한이 세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날 좀 보소' 신드롬에 호응해 주는 식의 종래 국제사회의 관행으로는 악순환만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결국 국력을 엉뚱한 데에 소모한 대가로 그게 바로 북한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바꿔 말하면, '멍석 깔아주니 하던 짓도 안 한다'는 우리네 속담 실현)
핵무기는 분명 유용한(useful) 무기인 건 맞지만 전장에서 쉽게 가용한(usable) 무기가 아니며 전후 미국을 비롯한 5대 핵보유국이 2000회 이상 핵실험을 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몇 번의 실험만으로 실전 상태로 배치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냉전시대 미국과 구(舊)소련은 무려 3만 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고 동·서 양쪽 진영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도 많았으나 핵무기(전술핵 포함)는 단 한 차례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은 핵무기의 '가용성'이 제약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 해법, 즉 북한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한 담보로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는 최근 '신 베를린 선언(신 한반도 평화비전)'에서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핵심이며 근간은 '한반도 평화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한국전쟁 이후 64년째 지속돼 오고 있는 정전 체제를 여하(如何)히 마감하고 주 교전 당사국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느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평화협정의 형식과 내용
일반적으로 교전 당사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는 제일 먼저 전쟁상태의 종결을 명문상 선언하게 된다. 그 형식도 반드시 공식문서에 서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환공문 또는 선언 형식 등 다양하다.
예컨대 1952년의 일본과 인도의 경우에는 양측이 서한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었고, 1956년 일본과 소련은 공동선언 형식으로 사실상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사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조 1항은 조약을 국가 간에 문서에 의한 모든 합의를 이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너무 명칭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해외 평화협정(조약) 사례로는 1973년 월남평화협정, 1978년의 중-일 평화조약, 1979년의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협정은 대체로 전쟁의 종료에 관한 내용, 교전 쌍방의 선린관계, 유엔헌장준수 규정, 휴전 및 평화감시기구(이웃한 당사국인 경우) 등을 예외 없이 두고 있다.
평화협정에 들어가야 할 관련 조항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보다 먼저 전쟁상태의 종료를 선언하고 평화를 회복한다는 뜻을 표명하는 것이다. 나머지 것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이나 기능에 관한 언급이 될 것이다.
예컨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평화 공존 5원칙(주권존중, 내정불간섭, 호혜·평등, 상호불가침 등), △분쟁의 평화적 해결, △평화보장(평화감시기구) 장치, △군비통제 와 신뢰구축조치, △사회경제 및 문화교류 등에 관한 조항은 평화협정의 단골 메뉴이다.
끝으로 사드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한·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은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내세워 일단 유보시키고 대신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를 통해 한·미·중 당사국 간의 윈윈게임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터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NATO 동맹국에 배치하고 있는 전술핵무기(B61)를 남한에 배치함으로써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 전쟁 억지력으로 기능할 수 있고 중국이 우려하는 'X-밴드 레이더(AN/TPY-2)' 감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대북 핵억지 기능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동결.폐기를 전제로 전술핵 철수를 맞바꾸는 우리에게 유용한 협상칩이 될 수 있다.
사드 미(未) 배치 시 전력보완은 미 측과 협의를 통해 육상의 PAC-3와 이지스함 장착 SM-3 요격미사일(Aegis BMD)로 대체하는 방안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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